권기중 교수, 암행어사 작성 서류 '서계' 분석
 

▲ 충청좌도 암행어사 김명진이 19세기 후반 작성한 서계.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선후기인 18∼19세기 임금이 경기도에 파견한 암행어사가 작성한 지방 수령 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절반 정도만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중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는 호서사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역사와 담론' 최신호에 실은 논문 '조선후기 암행어사의 수령 평가'에서 암행어사가 임무를 마친 뒤 수령을 평가한 보고서인 서계(書契)를 연구한 결과를 공개했다.

▲ 마패.

권 교수는 18세기 이후 경기도에 파견된 암행어사 17명이 바친 서계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암행어사 중 생몰 연도가 가장 이른 인물은 1707년 문과에 합격한 어유구(1675∼1740)이고, 가장 늦은 사람은 1870년 급제한 이헌영(1837∼1907)이다.

어사 17명이 경기도 암행을 떠난 시기는 1714년, 1794년, 1808년, 1878년. 암행어사 파견 당시 이들은 대부분 30∼40대였다.

권 교수는 "서계는 공정하고 거짓이 없어야 하고, 지방관이 행한 선정을 표창하고 부정과 비리를 시정하는 결정에 도움을 줄 타당하고 신뢰성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했다"며 "종합 평가인 선치(善治) 여부와 개별 평가에 해당하는 7개 항목으로 구분해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치에 대한 평가는 세금 수취가 잘 이뤄지는가, 복지 행정이 적절한가, 법질서가 확립됐는가, 지방 토호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향리(鄕吏)를 잘 단속했는가에 따라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18∼19세기 경기도 암행어사의 선치 평가를 긍정, 중간, 부정, 무능, 미평가로 분류했더니 지방 수령 178명 중 98명, 즉 55.0%가 긍정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중간은 18명(10.1%), 부정은 16명(9.0%), 무능은 33명(18.5%)으로 조사돼 암행어사 생각에는 좋은 정치를 펼치는 지방관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았다.

암행어사가 눈여겨본 세부 항목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1714년은 군정(軍政)과 잡역세(雜役稅), 1794년은 전정(田政)과 환정(還政), 1808년은 향리 단속, 1878년은 전 분야에서 관심이 높았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군정과 잡역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긍정 평가 비율이 대체로 증가했지만, 진휼과 복지는 반대로 긍정 평가 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권 교수는 "향리에 대해서는 전 시기에 걸쳐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 이들을 향한 중앙정부의 (비판적) 기본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암행어사 서계에 나타난 수령의 지방통치 역량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19세기에 지방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갈등이 표출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이를 수령의 통치역량 문제와 직접 연결할 만한 증거는 서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