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 운영 1년…‘세금’키워드만 1만9900건
 

▲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세무조사 면제 정책 발표, 알아서 탈세하라는 건가요? 국세청장의 처벌을 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앰코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 부탁합니다.”

이 목소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참여인원은 얼마 없지만 세금문제와 세정을 개혁해달라는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만들었다. 1년이 지난 23일 현재 청원게시판에는 약 27만개의 청원이 등록됐으며, 이 중 키워드를 ‘세금’으로 검색하면 총 1만9900건(7.4%)의 청원이 검색된다. 국민청원을 작성한 국민 100명 중 7.4명은 ‘세금’을 언급한 것이다.

헌법 제38조에는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하게 납부하는 세금에 대해 어떠한 내용의 청원을 했는지, 세정일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세금관련 청원글의 키워드를 분석해봤다.

청원 내용에는 각종 세금을 줄여달라는 청원에서부터 기업의 세무조사를 요청하거나, 경제·세금 정책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국세청장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다양한 종류의 청원이 존재했다. 특히 3대 세목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각각 검색해봤을 때 소득세 관련 청원이 84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법인세가 385건, 부가가치세가 184건 검색되며 소득세 관련 청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상속세 관련 청원은 239건, 증여세는 225건의 청원이 올라왔으며 이 밖에도 세무조사 관련 청원글은 772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세금관련 청원 중 청원에 공감하는 ‘참여인원’이 가장 많은 순서대로 살펴볼 때 국민으로부터 받는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시급으로 해달라는 청원에 27만7674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에 8만1315명이 참여했고,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에 5만2038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세금과 관련된 다양한 청원이 올라왔지만 청와대의 답변을 받은 국민청원 46개 중 세금과 관련된 청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탈세유도하는 간이과세 폐지해 달라” vs. “간이과세기준 상향만이 자영업자 사는 길”

어떤 종류의 청원글이 등록되고 있을까. 세무서에서 호소를 할 법한 이야기들이 청원게시판에 존재했다. 인천에서 크레인 임대업을 한다는 40대 자영업자 A씨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에 결제가 되지 않아 오히려 사용업체가 내야할 부가가치세를 물어주고 소득으로까지 잡혀서 소득세까지 오르는 부당한 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전자세금계산서로 바뀌었으니 계산서 발행에 대한 결제를 하지 않을 시 처벌을 강력하게 하는 제도를 뒷받침 해준다면 상습, 악덕, 불량업체들이 사라지게 될 뿐만 아니라 수십만 영세사업자들이 일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에서 세금까지 더 내야한다는 불합리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2178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간이과세자의 연간매출 한도를 증액해달라는 청원글도 눈에 띄었다. 물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인 연매출액 4800만원은 너무 적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적은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간이과세자 연매출액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대로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도 만만치 않았다. 신규사업자는 간이과세로 사업자등록이 가능하고 다음해 7월까지는 매출액에 상관없이 간이과세가 유지돼 부가가치세를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멀쩡히 운영 중인 음식점 등 소매업종들은 폐업을 하고 다른 사람 명의로 다시 사업자등록을 하는 폐단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이 ‘세무서 방문 없는 세금신고’를 위해 홈택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홈택스의 운영이 오히려 ‘세무대리인’을 꼭 필요하게 만드는 장치였다는 글도 올라왔다.

프리랜서인 B씨가 세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홈택스를 이용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했다가 가산세를 내게 되는 불편함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편리한 세금신고라는 홈택스지만 실수를 해 가산세를 물게 되자 다음부터는 반드시 세무대리인을 통해서 해야겠다는 인식만 가졌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님, 앰코코리아 세무조사 부탁합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청원 중 23일 오후 현재 3975명이 공감표를 던진 ‘앰코코리아 세무조사 요청’ 청원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기업 앰코코리아에 입사한 A씨는 지난 5일 청원 게시판에 세무조사 이 글을 작성했다. A씨는 직원으로 근무하며 기성품 고가매입, 출근부 이중장부, 사원 수당 미지급 등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과 편법을 낱낱이 고발하며 회사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를 요청한 것.

앰코코리아를 비롯해 부당행위를 저지르는 기업에 대한 조사요청과 관심은 이어졌다. 이미 4차례 제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감몰아주기와 무모한 공매도를 자행하며 주가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셀트리온에 대한 청원 역시 5일 만에 650명의 참여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 ‘자영업·소상공인 지원대책’, 국세청장까지 나서서 브리핑했지만 국민 반응 ‘싸늘’

참여인원이 많지 않지만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되는 경제관련 국민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금융과 조세정상화를 위한 방법을 개인이 제안하거나 세금 관련기관의 온라인 서비스 확대와 전문인력 배치를 요구하는 글도 존재한다. 지난 16일 한승희 국세청장이 발표한 자영업자의 세무조사 면제 정책을 비판하는 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청원 글의 주된 내용은 ‘570만 자영업자를 달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은 탈세를 조장하는 행위’라는 내용이다. 한 청원인은 “하다하다 못해 내놓은 정책이 합법적 탈세 유도 정책이냐”며 “국세청장의 처벌을 원한다”고 청원을 올렸다.

이번 국세청의 발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국세청장이 나서서 브리핑을 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대책 지시로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세무조사를 면제해 탈세를 유도하고 추후 세무조사에서 강력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반면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행정’이라며 지지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등장으로 국민들은 세금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성별과 나이,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생각했던, 부당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고 있는 것.

청원 참여인원이 적더라도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을까봐 두려워 세무서에 말하지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들을 대통령 앞에 털어놓을 수 있는 신문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지 못해도, 혹은 청원동의자가 단 한명이더라도 과세당국자들이 국민청원게시판을 통해 국민들의 솔직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소통창구이자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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