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조세 관련 처분을 받는 경우 다양한 불복청구 방법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이 선호하는 제도는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입니다.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세무서에서 통상 세금 고지 30일 전에 과세할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알려 주고 이의가 있는 납세자는 30일 이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도록 하여 30일 이내 심사하여 납세자의 주장이 타당한 경우에 세금 고지 전에 처분을 시정하는 제도입니다.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이 이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전 안내부터 결과까지 60일 정도 단기간에 이루어지고, 가산세와 체납처분 압류 등 재산권 보호 이익이 있으며, 사전에 명백한 훈령, 예규, 판례, 계산 착오, 현장 확인 등을 통하여 정당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바로 직권시정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부과현장에서 사실 판단할 사항에 대하여 위원에게 자료제시와 현장감 있는 진술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세 불복제도의 유형을 사전구제 제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납기 전 징수 사유가 있거나,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경우, 국세부과 제척기간 만료일까지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수 없고 고지 등 과세처분을 받은 후에는 이의신청, 심사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을 할 수 있는 사후구제 제도가 있습니다.

이 과정은 길고도 험난합니다. 각 불복청구는 당해 처분이 있은 것을 안 날이나 결정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는데 결정 기간 역시 이의신청만 30일이고 나머지 청구는 90일 이내라고 하지만 사건 배정, 사실관계 조사, 회의 상정, 회의 결정, 조정서 검토 등 과정을 거치다 보면 소액사건이나 사소한 쟁점 다툼이라도 법정기한인 90일 이내 처리되지 않고 장기간 늘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뜻 보면 이의신청, 심사청구, 감사원 심사청구의 경우 다양한 경로가 납세자에게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이 세 가지 불복청구는 부과 관서나 조사청이 같은 곳에서 단순히 상위부서나 별도부서에서 심리하는 것으로 결국 최종 결재권자는 같으므로 독립성도 낮고 단순한 사실판단으로 인한 구제 이외는 새로운 법리적인 해석기준이나 예규, 통칙 변경이 어려우므로 재산제세 부과처분이나 세무조사에 관련하여서는 대부분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심판청구로 진행하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그 권리구제 절차를 통폐합하고 나눈다면 사전적인 권리구제 제도로 과세전적부심 제도와 사후적인 권리구제 제도로 이의신청과 심사청구를 통합하여 단순하게 이원화하여도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은 물론 실무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현재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한 납세자는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를 할 수 없어 아무래도 행정적이나 사법적으로 독립된 판단을 받을 기회를 한번 일실하므로 불복제도 통합 후에는 심판청구가 가능하게 되어야 합니다.

이의신청과 심사청구만 통합하여도 청구 기간 90일과 결정 기간 90일을 합하여 약 180일간의 불복기간이 줄어든다면, 납세자의 심리적·경제적 부담도 많이 감소하고 신속한 조세부과 결정에 따른 납세자 승복도 쉽게 끌어낼 수 있어 조세저항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청구금액이 1천만 원이나 1억 원 이하 소액사건과 1억 원 이상 고액사건으로 분리하여 소액사건은 될 수 있는 대로 30일에서 90일 사이에 신속히 결정하고 고액사건은 90일에서 120일 이내 충분히 심리할 시간을 주는 대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결정 기간을 준수하여 납세자가 안심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여야 합니다.

국세청과 기획경제부, 국무총리실은 서로 조직 보호 논리에서 ‘심판으로 통합하느냐 심사로 통합하느냐’를 따지지 말고 납세자의 입장에서 단순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사실판단은 정확하게 사전적인 권리구제제도에서 들어주고, 법리해석은 명확하게 사후적인 권리구제 제도에서 판단토록 통합하고, 소액사건의 경우에는 신속하게 결정하여 불필요한 납세자의 원성을 듣지 않도록 개편되어야 합니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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