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만 자영업자 세무조사 면제 혜택?…실제는 ‘1996명’ 정도로 추산
50만 소상공인에 세무조사 면제 조치…국세청 이미 2011년부터 시행

청원게시판 “자영업자 조사 면제 정책 취소하라…근로자는 안 어렵냐”
국세청 관계자, “500만 소상공인들 심리적 부담 덜어주는 효과 있다”

 

▲ 사진은 지난 8월16일 한승희 국세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 1층 소회의실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에 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국세청]

국민들은 수년째 ‘경제가 어렵다’ ‘경기가 안 좋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세무조사 때문에 국민들이 힘들어 한다’ ‘세무조사, 마른수건 쥐어짜기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세무조사’를 통해 조세정의를 바로잡고 국가재정확보를 위해 힘써야하는 국세청이 이렇듯 불경기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란 무엇일까. 바로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가 아닌,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 카드였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자영업의 특수성과 어려움을 감안해 600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생업에 전념하게 당분간 세무조사 유예 및 면제 등 세부담을 줄여야한다”고 주문했고, 이에 한승희 국세청장이 16일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 대책의 주요 골자는 ‘569만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와 사후검증을 2019년 말까지 유예 및 면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소상공인중 569만명이 이번 대책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의 수는 587만 명이고, 소상공인은 전체 70만 법인사업자의 71%인 50만개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성실하게 세금 내는 사업자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탈세자들로 보냐’며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국세청 공식 블로그에 조차 해당 게시글에 달린 댓글 내용에는 이번 대책을 환영하는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이번 국세청이 내놓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대책이 정말로 실효성이 없는 대책인지 세정일보가 짚어봤다.

먼저 자영업자(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법인사업자)에 대한 지원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

◆ 세무조사 면제받는 자영업자, 몇이나 될까? 자영업자 519만명 중 ‘1996명’ 추산

이번 대책으로 지원을 받는 자영업자는 수입금액이 도·소매업 등은 6억원, 제조업·음식·숙박업 등 3억원, 서비스업 등 1억5000만원 미만인 개인사업자다. 우리나라 587만 자영업자 중 89%인 519만명이 이 범위에 포함된다.

국세청은 이들 자영업자에게 ▲`19년 말까지 세무조사 착수를 전면 유예 ▲`19년 세무조사대상 선정에서 제외 ▲`19년 말까지 소득세·부가가치세 신고내용 확인 전면 면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탈세제보 등 명백한 탈루혐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지원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임대업, 유흥주점 등 소비성서비스업,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등은 제외된다.

첫째, `19년 말까지 세무조사 착수를 전면 유예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유예는 이미 선정된 대상자에 대한 조사를 2020년 이후로 미룬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영업자가 지난해 신고한 ‘2016년 귀속분’에 대해 국세청이 정기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한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2020년 이후로 미뤄진다. 만약 세무조사 조사 착수가 통지된 자영업자는 유예해달라고 국세청에 신청할 수 있다.

둘째, `19년 세무조사대상 선정에서 제외라는 것은, ‘2016년 귀속분’은 유예하고 아직 선정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2017년 귀속분’에 대한 세무조사는 정기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을 제외하겠다는 것.

또한 `19년 말까지 소득세·부가가치세 신고내용 확인 전면 면제라는 것은 2019년 5월에 하는 종합소득세 등 앞으로 신고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신고내용에 대한 사후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2019년 7월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 및 2019년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에 대한 사후검증을 면제받는다.

사후검증은 그동안 ‘제2의 세무조사’라는 인식이 강해 지난달부터 ‘신고내용 확인’으로 용어가 변경됐다.

즉 종합해보면 자영업자 519만명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자로 선정된 자들의 경우 2020년 이후로 유예하고, 2017년 귀속분에 대해서는 탈세혐의가 있지 않는 한 정기조사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하며, 앞으로 2019년 말까지 신고할 예정인 소득·부가세 사후검증을 면제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519만명이 모두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매년 약 전체 개인사업자 중 약 0.1%만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396만 개인사업자 중 4563명(8571억원 추징)이, 2013년 432만 사업자 중 4392명(1조67억원 추징), 2014년 456만 사업자 중 4264명(9536억원 추징), 2015년 505만 사업자 중 4108명(9091억원 추징), 2016년 548만 사업자 중 4985명(1조189억원 추징)이 세무조사를 받아 전체 개인사업자 중 약 0.1%가 세무조사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세무조사를 실제로 받는 자영업자 0.1% 중에서도 이번 대책을 통해 효과를 보는 이들은 더욱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지원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과연 몇 명의 자영업자가 세무조사를 면제 받을까.

지난 5년간(2012~2016년) 통계상으로 살펴보면, 전체 개인사업자 중 약 0.1%가 세무조사를 받으며, 세무조사를 받은 0.1%의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이번 대책(수입금액이 도·소매업 등은 6억원, 제조업·음식·숙박업 등 3억원, 서비스업 등 1억5000만원 미만인 개인사업자)에 포함된 개인사업자는 약 34%로써 이 숫자가 실질적으로 세무조사 면제 지원 대책에 포함되는 자영업자의 비율인 것으로 집계됐다.

덧붙이면 전체 개인사업자 587만명 중 0.1%의 개인사업자가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5870명이 세무조사를 받고, 이들 5870명 중에서도 34%만이 이번 세무조사 면제 지원 대책에 포함되는 대상자가 된다는 것이다. 즉 이번 세무조사 면제 지원을 받는 자영업자는 587만 자영업자 중 약 1996명(34%)만이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세무조사를 받은 전체 개인사업자의 수와 수입금액 5억원 이하의 개인사업자의 수를 살펴보면 2012년 총 4563명의 개인사업자가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이중 1951명(42.8%)이 수입금액 5억원 이하 개인사업자였다. 2013년은 세무조사를 받은 총 4392명의 개인사업자 중 1479명(33.7%)이 수입금액 5억원 이하의 자영업자였으며, 2014년 4264명 중 1451명(34%)이, 2015년 4108명 중 1126명(27.4%), 2016년 4985명 중 1577명(31.6%)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번 자영업자 세무조사 면제 지원 대책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자는 ‘1996명’ 정도다. 덧붙여 이들 중에서도 이번 대책에서 제외되는 업종인 부동산임대업 등을 배제한다면 실제로 세무조사 면제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자의 비율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소상공인, 2011년부터 연매출 100억 이하는 이미 세무조사 면제받고 있어

또한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책에서 법인의 경우에는 수입금액 규모가 작은 50만개 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지원을 받는다. 소기업은 중소기업 중 업종별 매출기준 10억~120억 이하에 해당하는 법인이며, 소상공인은 소기업 중에서도 고용인원이 업종별 5명 또는 10명 미만인 법인이다. 우리나라 70만개 법인 중 71%인 50만개의 법인이 여기에 속한다.

국세청은 이들 소상공인이 2019년 말까지 법인세 등 신고내용 확인을 전면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임대업, 유흥주점과 같은 소비성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은 제외된다. 따라서 50만 소기업, 소상공인은 `19년 말까지 신고하는 법인세 신고에 대한 사후검증이 면제된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연 매출액 100억원 이하 중소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선정 제외를 실시해왔다. 이번 대책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탈세 혐의가 없으면 매출 1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소상공인에겐 ‘사후검증’이 제외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59만개의 법인 중 수입금액 100억 이하 중소법인의 세무조사 실적은 1869개 법인에 대해 6493억 원을 추징한 바 있다.

◆ “어차피 성실신고하는데” vs “500만 사업자 예측가능성 높아져 심리적 부담 덜어줄 것”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부담 감면 대책을 촉구해, 국세청장이 직접 대책을 발표하는 등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사실상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는 1996명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세무대리인은 “어차피 성실하게 세금을 신고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는 관계없는 지원대책이고, 정말 영세한 곳은 세무조사와 관련된 걱정도 없기 때문에 심적 부담도 그닥 못 느낀다”며 “사실상 국세청에서도 자영업자 세무조사는 나오지 않는다. 조사가 나와도 건질 것이 없으니 실적이 나오지 않아 국세공무원들도 관심 밖”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대리인은 “사실상 탈세제보 등으로 누구나 언제든지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16년 귀속분 유예 대상자 중 2020년 이후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소명자료 제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조사가 제외되는 만큼 반대로 유흥주점 및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더욱 강력한 세무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사업자는 “성실하게 세금 내지 않으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을 때는 언제고,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탈세의 유혹에 빠지게 만드느냐”며 “어차피 2020년에 세무조사를 나올 것이며, 가산세 폭탄까지 터트릴 것이 분명하다”고 분개했다.

반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 근로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당구장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가 연간 순수익 7000~8000만원을 내지만 적절히 처리해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본인이 직접 자랑하더라”며 “봉급생활자는 유리알 세금이라고 소득에 대해 10원까지 숨기지 못하고 납세하고 있는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해 세무조사를 안한다는 기사를 접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정책을 다시 생각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 세금전문가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정말 필요한 정책을 펼쳐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들의 생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입장은 이 같은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랐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누가 언제 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범위에 포함된 사업자라면 2019년 말까지 세무검증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져 500만 사업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자별로 추징금액이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지만 추징액이 적다고 해서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료제출이나 세무대리인 등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고 각종 납세협력비용을 감축시켜주는 효과도 있다”며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2019년까지만이라도 세무간섭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민들의 성실납세 풍토를 저하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탈세혐의를 포착하는 순간 조사를 나갈 예정이며, 따라서 2017년 귀속분 등 면제되는 시점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 세무조사 유예 및 면제 대책으로 인한 세수감소 효과는 “세무조사는 개별납세자별로 상황이 다르고 편차가 커 추징세액 추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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