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시세반영률 따라 보유세 급증
'똘똘한 한 채' 1주택자도 50% 올라…공시가격 낮은 단독주택 세부담 더 커질 듯

▲ 주택시장 안정방안, 효과는?
14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등 서울 시내 모습. 정부는 전날 '9·13 주택시장 안정방안' 발표에서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최고 3.2%로 중과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올린다고 밝혔다.

정부가 9·13부동산 대책을 통해 3주택자와 청약조정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한 가운데 내년부터 집값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이 높아지면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보유세가 세부담 상한(전년도 세액의 300%)까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 등 수도권 청약조정지역 내 아파트값이 올해 4월 발표한 공시가격보다 큰 폭으로 뛰면서 내년 공시가격도 오름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세 20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도 내년 보유세에 공시가격 인상분을 반영하면 보유세 부담이 최대 50%(전년도 세액이 1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은퇴자들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 공시가격 급등 시 2주택자 보유세 최대 3배로 늘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전용면적 120.8㎡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 2가구를 보유한 A씨의 사례를 보자.

16일 김종필 세무사의 도움으로 A씨의 보유세를 추정한 결과 내년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올해보다 3배 가까이 불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9·13대책에서 "최근 시세가 급등한 주택에 대해 올해 시세상승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공시가격의 형평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히며 내년 큰 폭의 공시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조사 시점(매년 11∼12월) 실거래가의 65∼70%선에 맞춰왔다.

그러나 내년부터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이보다 높은 75∼80%까지 올린다고 가정하면 올해 집값 상승분까지 더해져 내년 공시가격이 인상폭이 상당할 전망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11억6천만원인 은마아파트 전용 84.43㎡의 경우 실거래가를 감안한 적정 시세를 18억7천만원으로 보고 내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5%로 상향 조정하면 공시가격이 14억250만원으로 오른다.

같은 기준으로 도곡렉슬 전용 120.8㎡는 공시가격이 올해 11억6천만원에 내년에는 16억6천500만원으로 뛴다.

이렇게 공시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9·13대책의 정부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2주택 이상 보유자에도 종부세율이 중과되고 세율도 당초 정부안보다 0.1∼1.2%포인트 높아짐에 따라 총 보유세가 올해 1천344만5천원에서 내년에는 3천719만3천원으로 2.77배 뛴다.

이는 농어촌특별세 등 부가세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이들 부가세를 제외한 순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300%인 세부담 상한까지 높아진다.

김종필 세무사는 "만약 내년 공시가격이 시세의 80%로 조정된다면 세금 부담은 이보다 더 높아진다"며 "다만 집값 급등 지역에 보유한 주택은 상당수 세부담 상한에 걸려 내년 보유세가 올해의 300% 이하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내년에 집값이 안정돼 2020년의 공시가격 변동이 없다고 가정해도 A씨의 보유세는 2020년에 4천91만원으로 전년 대비 10% 다시 오른다.

정부가 현재 80%인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2022년까지 100%로 매년 5%포인트씩 상향 조정하기로 한 까닭이다.

설령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와 동일하다고 가정해도 A씨는 9·13대책의 세율 인상 등으로 보유세가 2천150만천원으로 올해보다 늘어난다.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세금도 커진다.

A가 보유한 두 아파트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32.4㎡ 아파트까지 합해 3주택이 됐다고 가정할 경우 보유세가 올해 3천135만1천원에서 내년에는 올해의 2.6배 수준인 8천132만6천원으로 급등할 전망이다.

◇ '똘똘한 한 채' 보유자도 최대 50%↑…고가 단독주택 보유세도 급증

내년 공시가격 인상은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에게도 부담이 된다.

현 시세가 50억원에 달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54.9㎡의 경우 공시가격이 올해 26억7천200만원에서 내년도 37억5천만원으로 뛴다고 가정하면 보유세는 올해 1천671만2천원에서 내년 2천461만9천원으로 세부담 상한(150%) 근접 수준까지 오른다.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와 동일하다면 세율 조정만으로 내년 보유세가 2천151만원으로 올해보다 28.7% 증가하는데 그치지만, 공시가격을 시세의 75%까지 조정하면 세부담이 올해보다 47.3%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12억5천600만원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내년 공시가격이 15억원으로 오를 경우 보유세 부담이 올해 460만원에서 내년 699만6천원으로 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도 올해 346만원에서 내년에는 502만원 선으로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시세의 50%에도 못미치는 일부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을 아파트처럼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상향하면 많은 고가 단독주택이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매년 단계적으로 공시가격을 조정한다해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까지 겹쳐 앞으로 4년 간 강남 등 요지의 고가 단독주택의 보유세 인상폭이 상당할 전망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은 고가 단독주택은 공시가격 조정폭에 따라 보유세 인상률이 아파트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며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기 위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이 반영된 듯, 신한은행 도곡지점이 지난 14일 지점 고객을 상대로 접수한 '9·13대책과 주택시장 전망' 세미나에는 10분 만에 평소 신청 건수의 5배가 넘는 70여명이 접수해 장소를 넓은 곳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도곡PMW 이남수 PB팀장은 "대책 발표 이후 자산가들의 세금 관련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임대사업 등록을 하거나 증여로 돌리는 등 변화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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