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개입, 고액보험 가입 유도 수수료 챙겨…보험업무 종사 세무사 2천여 명 추산

세무사회 차원 감독 등 피해예방책 마련 절실…자체 계도 등 윤리적 상거래 정착 필요
 

▲ 경기도의 T사는 법인설립과 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면 많은 세제혜택이 있다는 보험설계사의 권유에 땅도 사고 연구소(사진)를 설립한 후 한 달에 200만원 들어가는 보험에 가입했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법인 요건이 되지 못했고, 보험을 해지하는 바람에 그동안 납입한 보험금 3000여만 원을 날렸다. 소송도 해 봤으나 패소했다. 사진은 폐허가 된 T사의 연구소 모습.

최근 일부 보험모집인들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세무컨설팅을 해준다며 세무사를 대동하고 기업에 접근하면서 중소영세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세무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보험모집인들의 상거래에 세무사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자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최근들어 세무업계에서 보험업에 종사하는 세무사 숫자만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보험 가입문제와 관련 세무사와 보험 소비자간 마찰도 예상되면서 세무사들의 신뢰도 추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례1]

경기도에서 사업을 A씨는 자신이 소속된 협회의 교육에 참여했다가 교육 후 자연스럽게 강사와 명함을 교환했는데 이후 전화를 주고받게 되었고, 회사를 찾아와 ‘법인을 만들면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며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회사에 세무사와 법무사 등 전문가들이 있다면서 법인설립을 해주겠다며 절차를 밟도록 했다. 연구소 설립과 땅을 사야한다고 해서 5000만원을 주고 땅도 구입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보험가입을 권유해 한 달에 200만원씩 들어가는 변액보험을 들었다. 이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마치 기업 컨설팅 회사처럼 소개돼 있고, 보험 판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고 내부 카테고리에 조그맣게 보험에 대해 안내돼 있었다. 본질을 호도한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세무대리를 맡은 세무사에게 알아보니 농지는 자기가 경작을 해야 하고, 농업법인 설립도 조건이 되지 않았다. 결국 필요 없는 보험료가 한 달에 200만원씩 들어가 다시 문의한 결과, 5년 안에 해지하면 원금을 전액 받지 못하는 상품이었다. 이를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자신이 사인을 했기 때문에 패소했다. 현장에 가보니 연구소는 간판만 있고 사무실은 의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 사실상 폐허가 되어 있었다.

결국 A씨는 1년 6개월여 넣은 3000여만원의 피 같은 돈을 포기하고 해지해야만 했으며, 해당 독립 보험대리점 역시 문을 닫아버렸다.

A씨는 “돈이 아깝고 속았다는 느낌에 억울하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잊어버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례2]

B씨의 세무대리를 맡은 세무사의 증언이다.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는 B씨 역시 컨설팅을 해준다며 접근한 보험판매원에게 고액의 보험에 가입했다가 역시 5년 내 해지하면 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1년 정도 납부한 보험금을 해지하는 바람에 2000여만 원의 원금을 보전 받지 못했다.

서울 강남에서 개업 중인 B씨 세무대리인 사무소의 관계자에 따르면 B씨는 법인이 되면 세액감면으로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절세 효과가 있다는 말에 월 200만원을 넣는 보험에 들었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세액감면 효과가 없자 보험을 해지했다.

[사례3]

금융감독원에서 나온 사례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C기업인은 노후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연금보험 가입을 알아보던 중 보험모집인으로부터 금리가 높은 종신보험에 가입 후 연금전환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 보다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C기업인은 종신보험은 본인이 사망한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장성보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계약을 해지하려고 하니 납입한 보험료의 50% 수준만 돌려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후회했다.

기업들의 후회를 부르는 이 같은 일부 보험모집행위에 대해 경기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세무사는 “심지어 저의 사무실에서 일한 세무사가 나가서 보험설계사에게 거래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등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물론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이겠지만, 결국에는 기업인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고, 이는 전체 세무사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업들 피해 확산 우려…한국세무사회 차원 지도감독 필요

그는 그러면서 “한국세무사회 차원에서 세무사에 대한 지도감독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거래 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강남에서 세무사업을 하고 있는 한 세무사도 “보험사에서 찾아와 업무제휴를 요구한 일이 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부 보험모집 형태와 관련 10년 동안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S씨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S씨는 “기업체 사장들은 주로 밖에서 회사 일을 보기 때문에 세무 관계에 대해 잘 모르며 회계 담당 직원들도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을 은어로 ‘봉’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이용해 보험설계사는 세무사를 대동해 세무 관련 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신뢰감을 쌓은 후 세무 상담을 통해 수수료가 높은 20년납 종신보험 같은 보험을 권유한다”고 했다.

그는 또 “업체 사장이 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보험모집인과 세무사는 수수료를 나누는데, 만약 월 120만원씩 들어가는 종신보험을 가입하게 되면 1600%의 수수료로 1800만원을 받게 되기 때문에 내가 아는 서울 강북의 한 세무사는 직원 5명을 고용하면서 기장수입보다 보험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다. 주로 법인설립이나 연구소 설립 등을 권유한다. 법인 설립과 연구소를 설립하면 세제혜택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무사들은 보험대리점을 직접 열거나 보험대리점에 속해 영업을 한다. 세무사가 보험영업사원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세무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여기에 능력 있는 세무사들은 거래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무 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세무 업무가 보험 사업가로 변신한 것으로써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나라의 세수가 많이 빠져 나간다. 주로 법인 설립을 해주거나 연구소 설립을 권유하는데, 형식적으로 구색만 갖춰 놓은 연구소가 많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한 편법이다. 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점검을 해야 하나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한 사장은 가짜연구소가 적발돼 가중 처벌을 받아 8억원 정도를 토해낸 후 회사가 파산했다”고 전했다.

◆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 명목의 고액보험 유도…기업들 피해 속출

보험업계, 정확히 말하면 보험을 판매하는 독립대리점 형태의 회사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명목의 고액보험을 유도하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세무사는 “문제는 독립보험대리점들이라고 본다. 현재 파악하기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한 보험사의 경우 FC 즉 보험설계사로 등록된 세무사가 1200여명으로 타 보험사까지 합하면 2000여 명은 족히 넘는 세무사가 보험 업무를 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충분한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이 보험사의 경우 초창기 세무사회 등을 통해 세무사를 많이 영입했으나 현재 보험설계사로 활동하는 세무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내가 속한 보험사는 초창기여서 많지 않지만 세무사, 회계사, 법무사 등 전문 직종 중 세무사가 60% 정도인 3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으며,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에 보험독립대리점(GA)만 4482개에 이르고, 보험판매원만 3000명이 넘는 GA가 13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600% 수당을 앞세우며 보험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10만원의 보험을 가입시키면 13개월치 수당을 받게 되는데, 계약해지시 50만원의 차액을 받게 된다. 10건을 한다면 500만원의 차액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의 이러한 수당 마케팅은 불완전판매 유혹에 들게 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2달간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속여 팔아 진단민원이 제기된 사례도 있었다.

◆ 세무사 끌어들여 무료 세무상담 의뢰하고 보험가입 유도

특히, 보험사들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세무사들을 타깃으로 끌어들여 무료 세무 상담을 의뢰하고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세정일보 기자가 만난 일부 세무사들도 직 간접적으로 보험업계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세무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업역을 늘려야 하는 세무사들로서는 보험업계의 이같은 제안들이 거부하기 힘든 것이지만, 반대로 거래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면 세무사업계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 역삼역 인근에서 보험 업무를 10년째 하고 있는 한 보험설계사는 “주로 역할분담을 한다. 기업체와 만남을 주선해주는 사람과 만남이 성사되면 교육을 시키는 팀이 따로 있으며, 나중에 성사되면 수익을 50:50으로 나눈다. 나는 연봉 1억원 정도를 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주들이 컨설팅에 현혹되지 말고, 금윰감독원 등 감독기관으로부터 자문을 구해 자신에게 꼭 필요한 보험인지와 약관을 꼼꼼히 따져 결정해야 하며, 또한 설계사가 말한 보험과 실제 가입한 보험이 다른 일명 ‘불완전판매’ 민원이 넘쳐나고 있어 나중에 법적인 소송 등에 대비한 녹취를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려면 청약서 외에 자필만 수십 군데를 써야 하며 설명서를 제대로 듣기도 어렵지지만 확인 과정을 거쳐 최종 사인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가 집중 권유하는 변액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해 펀드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보험)으로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면 원금도 돌려받기 힘들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액보험은 지난 2004년 도입된 이후 이미 수백만 건 가입자가 해약해 손실을 입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변액보험 가입자의 절반이 6~7년 내 해지해 대다수 가입자가 원금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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