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책 및 공무원 인사정책과 연관해서-

▲ 이상환 세무사

우리의 출산율이 너무 저조하여 심각하단다. 가임여성(15~49세)의 1인당 합계출산율이 2017년 기준으로 1.05명이라는 통계청 발표다. 이 통계에 의하면 10년 전인 2008년 1.19명이 2012년까지(1.30명) 조금씩 향상되는 것 같아 보이다가 다시 매년 하락하고 있다. 굳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미국 1.88명, 프랑스 1.98명, 아르헨티나 2.35명, 인도네시아 2.45명으로 나타난다.

사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까지만 해도 4.71명에 달했다. 그 이후 정부가 앞장서서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방송매체를 이용하여 산아 제한정책을 펼 정도였다. 그 이후 출산율은 정부의 가족정책과 초혼연령 상승, 미혼율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져 합계출산율이 2005년에는 1.22명으로까지 급감했다. 2016년엔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는 한두 가지로 지적할 수는 없지만,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향상이 되면 결혼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되고, 특히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재정적으로 자립의 틀이 잡히게 되면 출산이 아니라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기껏 결혼을 한 신혼 세대에서도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현실과 부동산 등 고물가 시대에서 맞벌이가 당연함에도 국가에서 출산을 적극 도와주지 못하는 실정이고, 출산 후의 보육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에 너도나도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이다.

역사적으로 출산율 저조현상은 고대 유럽의 로마제국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당시 로마의 통치자는 강력한 출산장려책을 시행하면서 정책 달성을 위한 조세정책을 동시에 폈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원전 1세기 말에 들어 로마에서는 자식을 적게 낳는 풍조가 뚜렷하여 불과 기원전 2세기까지만 해도 지도층 집안에서도 많게는 자녀를 10명씩이나 낳았고, 기원전 1세기 초반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100~B.C.44, 로마 공화정 말기의 군인 정치가, 영문으로 ‘시저‘로 표현) 시대에도 최소한 2~3명의 자녀를 두는 것은 기본이었으나 기원전 1세기 후반 아우구스투스(Augustus, 본명 Gaius julius Caesar Octavianus, B.C.63~A.D.14, 재위 B.C.27~A.D.14, 로마 초대 황제) 시대에 와서는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으려는 풍습이었다.

문제는 기원전 1세기 말의 로마는 재정적으로 가난하고 장래에 희망을 가질 수 없었던 시절이 아니었다. 다만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일 외에도 쾌적한 인생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났을 뿐이었다. 즉 독신으로 지낸다 해도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독신 풍조와 자식을 적게 낳는 경향은 좀 더 혜택 받은 계층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당시 원로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사회의 상류층과 중류층에 해당하는 원로원 계급과 기사 계급, 즉 정치·경제·행정을 담당하는 계층만을 대상으로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률의 성립으로 국가 로마의 ‘두뇌’, ‘심장’, ‘신경’이 되어야 할 25세부터 60세까지의 남성과 20세부터 50세까지의 여성은 결혼하지 않으면 독신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전사 또는 이혼의 사유로 과부인 경우에도 자녀가 없으면 1년 안에 재혼을 해야 하고, 재혼하지 않으면 독신과 같이 취급하였다. 여성의 경우, ‘독신세(獨身稅)’라고 할 수 있는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는데, 자식이 없는 독신 여성은 50세가 넘으면 어떤 상속권도 인정받지 못하였고, 로마 시민권을 가진 남자는 군역을 담당하므로 직접세 면제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일정한 재산을 가진 여성은 50세 이전이라도 결혼할 때까지 수입의 1%를 국가에 납부토록 하였고, 결혼을 하여 셋째 아이를 낳아야만 그 의무를 면제해 주었다. (시대의 흐름을 감안하여 더 구체적인 ‘독신세’ 내용은 다음 기회에 게재토록 하겠다.)

‘정식 혼인법’의 성립으로 공직생활에서도 자식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도록 아래와 같이 명시하였다. 우선, 민회에서 선거를 통해 뽑은 공직자는 획득한 표의 수가 같은 경우에는 독신자보다 기혼자에게, 자녀를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자녀를 가진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었다. 둘째는 원로원 의석을 취득하는 것과 원로원 속주의 총독에 선임되는 기준도 결혼 여부와 자녀수가 기준이 되었다. 여기에는 자식이 많은 아버지에게 특전을 베푼 것만큼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운 어머니에게도 여러 가지의 특전을 주었다.

사례로, 위의 출산장려정책이 실시된 이후 경로잔치에 노인 하나가 황제의 초대를 받고 수도 로마를 방문하였다. 노인은 본인뿐만 아니라 8명의 자식, 35명의 손자, 18명의 증손자까지도 초대 받았고, 황제는 이 평범한 시민을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렬히 환영하면서 이 분이야말로 로마 시민의 귀감으로 삼아야 할 분이라고 칭찬하였다.

우리는 지금 고령사회(Aged Society,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를 맞이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65세 이상 인구 7% 이상)에 진입하였는데도 곧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로 접어들게 되고, 불과 10년도 안 남은 2026년에는 전체인구의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걱정이 안 된다 할 수가 없겠다.

시대가 바뀌고 생활환경이 변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2천 년 전 로마 황제가 ‘장차 로마를 짊어지고 나아갈 후손들의 어머니가 시리아 출신의 무희나 아프리카 출신의 하녀라면 곤란하다’고 생각하였듯이 우리의 강산을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 고이고이 물려주기 위해서는 2천 년 전의 로마의 정책을 살펴, 강력한 출산장려책을 펼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옮겨 보았다.

※ 출산장려정책 내용은 Nanami Shiono(1937. ~ , 소설가)의 「PAKUSU · ROMANA」 (로마인 이야기)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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