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A법인의 주식 52,000주를 피고와 피고의 처 명의로 취득하였다. 그 후 A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위와 같은 주식의 명의신탁 사실이 확인되었다.

나. 이에 관할 세무서장은 피고 등에게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를 기한 후 신고납부하라고 고지하였고, 피고는 본인과 처에 대한 증여세 약 2억원을 기한 후 신고납부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납부한 증여세 전액을 구상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28097 판결)

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한 명의수탁자의 구상권과 그 범위

자신의 출재로 조세채무를 공동면책시킨 연대납세의무자는 다른 연대납세의무자에게 그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국세기본법 제25조의2, 민법 제425조). 증여세는 원래 수증자에 대한 조세채권의 확보가 곤란한 경우에 비로소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가 인정되나,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는 일반적인 증여세와 달리 수증자에 대한 조세채권의 확보가 곤란하지 않더라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연대하여 이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조 제4항, 제41조의2]. 따라서 주식에 관한 명의수탁자가 증여세를 납부한 경우 위 국세기본법 규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그 구상권의 범위는 당사자들 사이에 증여세 분담에 관하여 별도로 약정하였거나 명의수탁자가 배당금 등 경제적 이득을 취득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이 부담한 증여세액 전부에 대하여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국세기본법상 연대납세의무자의 구상권에 관하여 민법의 여러 규정이 준용되나 부담 부분의 균등추정에 관한 민법 제424조는 준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에 따라 연대납세의무자들 사이의 내부적인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지 않고, 별도 약정이 없는 한 해당 납세의무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와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인 이익의 귀속 등을 고려하여 정해진다.

(2)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명의신탁제도를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취지에서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3두1364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세법 규정은 주식 등 명의신탁재산의 사법상 법률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조세회피 등을 비롯하여 명의신탁으로 인한 이익은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되고, 명의신탁재산에서 발생한 배당금 등 경제적 이익 등도 명의신탁자가 누린다.

나. 2003년 이전의 명의신탁관계에서 증여세의 상환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재산에 관하여 부담하는 각종 세금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사무를 처리하는 데 지출한 비용으로서 명의신탁자는 이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688조,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8다6176 판결 참조).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부담한 증여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비용에 포함된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4항의 신설로 명의수탁자가 민법상 청구권 외에 국세기본법상 연대납세의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 신설이전의 명의신탁재산 관련 증여세를 명의수탁자가 최종 부담해야 한다거나 그에 대한 명의신탁자의 비용상환의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명의수탁자의 구상권 행사 근거

명의수탁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세기본법과 민법에 근거하여 명의신탁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1) 국세기본법상 연대납세의무자의 구상권

국세기본법 제25조의2는 “이 법 또는 세법에 따라 국세·가산금과 체납처분비를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에 관하여는 「민법」 제413조부터 제416조까지, 제419조, 제421조, 제423조 및 제425조부터 제427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여 세법상 연대납세의무에 민법을 준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준용되는 민법 제425조 제1항은 “어느 연대채무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공동면책이 된 때에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4항은 “제2항 및 제41조의2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증자가 제3항 각호의 1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증여자가 수증자와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2는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관한 규정이다. 즉,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라 부과되는 증여세에 대해서는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자가 연대납세의무를 지는 것이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4항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규정이고, 2018. 3. 20.자로 개정된 현행법 제4조의2 제5항 제4호에 규정되어 있다.

위 각 규정에 의하면, 명의수탁자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4항(현행법 제4조의2 제5항 제4호), 국세기본법 제25조의2, 민법 제425조 제1항에 근거하여 명의신탁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민법상 수임인의 비용상환청구권

한편, 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명의신탁자가 여전히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공부상의 소유 명의를 명의수탁자 앞으로 하여 두는 것으로서,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로부터 신탁재산에 관한 소유 명의를 수취하여 이를 보존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고, 이 점에서 명의신탁 약정은 민법상의 위임에 유사한 성질을 가지게 되며, 그 사무처리에 관하여는 그 성질이 반하지 않는 한 위임에 관한 민법 제680조 이하의 규정이 준용된다.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사무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예를 들면, 신탁재산에 부과된 세금과 공과금 등)과 그에 대한 이자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민법 제687조, 제688조,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8다6176 판결).

나. 구상권의 범위

민법상 연대채무는 수인의 채무자가 채무 전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가 있고, 채무자 1인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그 의무를 면하게 되는 채무를 의미한다(민법 제413조). 그리고 어느 연대채무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공동면책이 된 때에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구상권은 면책된 날 이후의 법정이자 및 피할 수 없는 비용 기타 손해배상을 포함한다(민법 제425조). 여기에서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은 별도의 약정이 없으면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민법 제424조). 예를 들어 연대채무자가 2인이고, 채무액이 1억원인 경우 부담부분에 대한 약정이 없으면, 연대채무자 각자의 부담부분은 5,000만원이므로 1인이 1억원을 모두 변제하는 경우 그는 다른 연대채무자에 대해 자기의 부담부분(5,000만원)을 초과하는 5,000만원을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세기본법 제25조의2는 부담부분의 균등추정에 관한 민법 제424조를 준용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국세기본법상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지 않는다. 이에 대상 판결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인 이익의 귀속 등을 고려하여 부담부분을 정해야 한다고 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수탁자는 자신이 부담한 증여세액 전부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타당한 결론이다.

또한 위임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수임인인 명의수탁자는 민법 제688조에 따라 비용 전액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세기본법상 연대채무자의 구상권에 기하든 민법상 수임인의 비용상환청구권에 기하든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얻은 이익이 없는 한 자신이 부담한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액 전액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 2018년도 세법개정안 관련

2018. 8. 31. 국회에 제출된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2018년도 세법개정안에 의하면,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증여세 납세의무자를 명의수탁자에서 명의신탁자로 변경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연대납세의무 규정을 삭제하며, 개정법의 적용시기를 2019. 1. 1. 이후 증여로 의제되는 분부터 적용하고, 2018. 12. 31. 이전에 소유권을 취득한 분은 종전 규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2019. 1. 1. 이후 이루어지는 주식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대상 판결에서 문제되었던 명의수탁자의 구상권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위와 같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2018. 12. 31.까지 이루어진 명의신탁 주식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이 적용되므로 명의수탁자의 구상권이 여전히 문제되고, 그 경우 대상 판결의 법리에 따라 해결하게 될 것이다.

라.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과세된 증여세를 자신의 재산으로 납부한 경우 명의신탁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국세기본법상 연대납세의무자의 구상권과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밝혀주었다. 또한 구상권의 행사범위에 대해서도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으로 얻은 이익이 있으면 그 이익을 고려하여 부담부분을 정할 것이지만, 명의수탁자가 아무런 이익을 얻지 아니한 경우에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과세된 증여세액 전액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구상권의 범위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대상 판결에 따르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해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액 전액을 구상할 수 있으므로,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된 경우 명의신탁자로부터 증여세액 상당액을 지급받아 납부하더라도 이를 별도의 증여로 볼 수 없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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