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06. 9. 26. 및 2007. 3. 30. 제1심 판시 기재와 같이 전환가액을 ‘1주당 130,000원’, 전환청구기간을 ‘사채발행일에서 35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사채의 상환일 전날까지’로 각 정하여 2, 3차 외화표시 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라고 한다)를 발행하였고, 원고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일본법인 OO홀딩스(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가 이를 모두 인수하였다.

나. 이후 원고는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및 이 사건 전환사채의 가액 등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을 거친 후 2008. 8. 29. 소외 회사와 사이에,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전환사채를 당시의 기준환율에 따른 18,829,000,000원으로 평가하여 현물출자하고, 원고의 주식 144,838주(1주당 액면 5,000원, 1주당 발행가액 130,000원)를 교부받기로 하는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08. 9. 9.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인가를 받고, 2008. 9. 23. 증자 등기를 마쳤다.

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제1심 판시 기재와 같이 부채로 계상된 전환사채가 소멸하고 자본항목인 자본금 및 주식발행초과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회계처리를 하였다.

라.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 18,829,000,000원과 장부가액 13,526,002,338원(= 액면가액 15,230,400,000원 - 전환권조정 934,277,983원 - 사채할인발행차금 770,119,679원)의 차액인 5,302,997,662원(이하 ‘쟁점 금원’이라고 한다)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관련 손금에 산입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이를 받아들여 쟁점 금원을 손금에 산입하고, 2010. 8. 10.경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 1,325,734,410원 및 환급가산금 48,605,950원의 지급을 통지하였다.

마. 그런데 감사원은 2011. 6.경 피고에게 ‘쟁점 금원을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하여 원고에게 법인세를 환급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환급 결정된 법인세를 징수하도록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1. 7. 1.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 1,325,734,410원 및 환급가산금 48,605,950원을 부과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자기발행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고 신주를 발행함에 따라 발생한 외화차손 및 미상각 사채할인발행차금 등 사채상환손실을 손익거래로 보아 손금에 산입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5두46239 판결)

가.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은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1) 현물출자는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하는 출자로서 이 사건 전환사채도 그 목적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발행한 원고와 이를 인수한 소외 회사로서는 아직 전환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전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 사건 전환사채를 원고에 현물출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2)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원고와 소외 회사 간에 체결된 것으로서, 특히 원고로서는 당시 엔화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향후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전환사채를 조기에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고, 이 사건 전환사채의 가액 등에 관하여 감정인의 감정을 받아 그 감정 결과에 대하여 법원의 심사를 받는 등 상법에서 정한 절차를 모두 갖추었다.

(4) 이 사건 전환사채에 앞서 원고가 소외 회사에 발행한 1차 외화표시 전환사채는 현금으로 조기 상환되는 등 전환권의 행사 없이 변제되었고, 이 사건 전환사채 역시 당시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거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비록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에서 정한 주식의 발행가액이 당초의 전환가액과 동일하다거나 원고가 위 현물출자 당시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 시기만을 앞당긴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다. 위와 같이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본다면, 쟁점 금원은 전부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그 실질이 사채권자의 전환권 행사와 동일하여 세무조정을 통하여 손익을 인식할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쟁점 금원 중 전환권조정 잔액을 제외한 나머지 4,368,719,679원도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준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두46963 판결은 합산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의 적용을 회피하고자 갑 주식회사의 주주들이며 남매 사이인 을과 병 및 병의 배우자가 각자 소유 중인 갑 주식회사 주식을 을은 병 부부의 직계비속들에게, 병 부부는 을의 직계비속들에게 교차증여한 사안에서, 실질에 따라 각자가 자신의 직계비속들에게 갑 주식회사의 주식을 직접 증여한 것으로 거래를 재구성하여 을과 병 부부의 직계비속들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위 2015두46963 판결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3. 1. 1. 법률 제11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고 한다) 제2조는 제1항에서 증여세는 타인의 증여로 인한 증여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3항에서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ㆍ형식ㆍ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ㆍ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면서, 제4항에서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인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제3항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위 제4항의 규정 취지는 현행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에 그대로 승계ㆍ반영되어 있다).

위와 같이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에서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치는 등의 방법으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하여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증여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증여세의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증여세 차원에서 규정하여 조세공평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특정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법적 형식을 취할 것인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며, 또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당해 거래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당사자의 행위 또는 외부적 요인 등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최종적인 경제적 효과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직접 증여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두3270 판결 참조).

그러므로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 제3항에 의하여, 당사자가 거친 여러 단계의 거래 등 법적 형식이나 법률관계를 재구성하여 직접적인 하나의 거래에 의한 증여로 보고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재산이전의 실질이 직접적인 증여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당사자가 그와 같은 거래형식을 취한 목적,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단계별 거래 과정을 거친 경위, 그와 같은 거래방식을 취한 데에 조세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각각의 거래 또는 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러한 거래형식을 취한 데 따른 손실 및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실질에 따라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한편,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두57516 판결은 ‘국세기본법에서 제14조 제3항을 둔 취지는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부당하게 조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실질과세의 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규정하여 조세공평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에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며(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참조), 또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의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 뿐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나 행위 등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쉽게 단정하여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여 위 2015두46963 판결의 대상이 된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을 그대로 승계한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서 위 2015두46963 판결이 밝힌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의 취지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두60741 판결은 수분양권을 보유한 법인의 주식 양도거래와 그 법인의 수분양권 양도거래가 매수인을 동일한 당사자로 하여 동시에 이루어진 사안에서 위 2개의 거래를 법인의 수분양권 거래만 있는 것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실질과세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두3270 판결과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두57516 판결,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두60741 판결 등이 있으나,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는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두46963 판결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원고가 자기발행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당시의 기준환율로 평가하여 현물출자받고 당초 전환사채 발행계약에서 정해진 전환가액을 발행가액으로 하여 발행주식 수를 산정, 신주를 발행함에 따라 발생한 외화차손 및 미상각 사채할인발행차금 등 사채상환손실을 손익거래로 보아 손금에 산입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에 비추어, 원고가 위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위 사채상환손실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위 현물출자를 전환권의 행사와 동일하다고 보아 원고의 손금 산입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파기한 판결이다.

실질과세 원칙과 관련한 대부분의 판결들이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의 귀속에 관한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판결들인데, 대상 판결은 이와 달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의 과세표준에 관한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법무법인(유한)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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