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시민단체가 국세청에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현 정부들어 청산해야 할 적폐중의 하나로 꼽히면서 국가적 화두로 등장한 문제다. 그러나 국세청은 차일피일 미루다 ‘비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시민단체는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맞받아 쳤다.

그리고 본지(세정일보)도 최근 국세청의 민간위원인 국세심사위원과 납세자보호위원, 조세범칙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정식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행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역시나 ‘비공개’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들 세위원회 명단은 국세청의 여러 위원회 중 유독 국세청이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공개를 꺼리는 것들이다.

국세청은 왜 이런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까. 국세청의 답변은 “명단이 공개될 경우 진행 중인 세무조사를 심의‧의결에 따라 철회시킬 수 있는 등 개별 납세자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어 명단 공개 시 외부청탁 등 공정하고 투명한 위원회 활동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 세무전문가의 말이다. “외부의 압력과 청탁으로 흔들릴 만한 조직(위원회)이라면 민간위원의 위촉을 금지하거나, 청탁을 받고 악용할 것으로 우려되는 위원은 위촉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세금전문가는 “부당한 압력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인맥 등을 통하면 알 사람들은 모두 다 안다”며 “비공개함으로써 유리한 쪽은 돈과 정보에 강한 대기업이나 유명 세무대리인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오히려 투명하고 공정한 위원회의 운영을 위해 명단을 공개하고 회의록까지 공개해야 함이 마땅하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목록에 이런 것도 포함시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 확대와 열린 정부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취임 후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적폐청산과 투명한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보자. 현실적으로 국세청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교수,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들이 대부분이다. 모양은 외부인이지만 과연 이런 분들이 모두 오로지 납세자들만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낼까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하나의 자료가 공개됐다. 국세청이 운영하는 조세범칙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여 검찰에 고발한 것들 중 해마다 20% 정도는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국세청이 작년 한해 총 276건을 조세포탈(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 중 36건(17.6%)을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국세청이 금지옥엽으로 감싸는 외부위원들이 범칙심의위원회에서 정의와 공평이라는 순수한 측면에서 국세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낸 결과일까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자료를 공개한 국회 엄용수 의원은 ‘국세청이 납세자들을 길들이기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세종시 국세청 정문에 커다랗게 박아놓은 돌덩이에 ‘균공애민均貢愛民’이라고 써놓고 그렇게야 했겠느냐고 되뇌어 보지만 현실적으로 국세청 각종 위원회에 참석하는 분들의 면면이 모두 세금과 관련하여 생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소위 국세청의 생각을 거스르는 ‘쓴소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말초적 의심을 가진다면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외부위원으로 변호사, 교수 등이다)들은 홈페이지에 약력과 함께 상세하게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국세청의 ‘비공개 자료’에는 뭔가 ‘범인凡人’ 들이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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