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임원 간에 매매 이뤄져…관악구, 세무서에 조사 의뢰
 

서울 시내 30평대 아파트가 1억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번 논란은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자치구별 84∼85㎡(전용면적) 아파트 최고·최저가' 자료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당 면적의 최고가 아파트는 지난 8월 31일 28억8천만원에 거래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84.99㎡)이며, 최저가는 작년 11월 30일 1억원에 팔린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신림서초아파트(84.8㎡)다.

이에 따라 신림서초아파트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저렴한 1억짜리 아파트'로 일부 언론에 소개됐으나 시세와 격차가 너무 커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1월과 8월 이 아파트의 같은 평형 매물은 각각 3억7천900만원과 3억8천9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 올해 신림서초아파트 30평대 거래 내역[출처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국토부와 서울시, 관악구청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이 아파트가 1억원에 매매됐다고 신고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실제로 1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는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아닌지 등 허위 신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관할 지자체인 관악구청은 지난 3월 국토부로부터 해당 거래에 대해 이상거래 통보를 받고 매수·매도인으로부터 소명 자료를 제출받아 5월 말 1차 검토를 마쳤다.

관악구청은 특수관계라 할 수 있는 모 회사(매수인)와 이 회사의 임원(매도인) 사이에 거래가 이뤄졌고, 실제 1억원이 오갔다는 증빙 자료가 제출된 만큼 이상거래로 봐야 하는지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지난 8월 말 서울시와 국토부·감정원·지자체가 부동산 불법거래 합동조사를 시작했고, 과거 신고 내역을 들여다보던 중 해당 거래건에 대해 재조사를 결정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12일 "증여가 의심되는 사례는 가족 간 거래가 많고, 특수관계인 경우 꼭 시장 가격으로만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고 무조건 이상거래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면밀한 조사를 위해 지난 11일 세무서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이상거래에 대한 판단을 7개월째 유보하고 있다가 자료를 요구하니 세무서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상거래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부동산 이상거래 포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토부와 각 지자체의 담당 일손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 9월부터 서울시내 3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는 방안이 시행된데다 최근 서울 부동산 거래 폭증으로 관련 업무가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업무 때문에 자칫 이상거래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가격 검증체계를 운영해야 하고, 각 거래 신고를 접수한 관청은 검증체계를 활용해 거래 가격의 적정성을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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