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국회 기획재정위의 행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국감이 끝나면 국회 기재위는 올해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몇가지 이슈가 있지만 세정가의 최대 관심은 세무조사 현장에서의 ‘녹음권 신설’일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세무공무원과 납세자가 세무조사과정에서 녹음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넣었다. 이 조항이 국회를 통과하면 세무공무원은 세무조사 현장에서 납세자에게 녹음권을 사전통지하고, 또 납세자의 요청시에는 녹음파일 등을 교부하도록 했다. 물론 납세자도 녹음할 수 있고, 납세자가 녹음을 할 경우에는 사전고지 없이 언제든지 할 수 있고 사전교부 의무도 없다.

기획재정부는 신설 조항과 관련 “세무조사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준수 등을 통한 납세자 권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무공무원의 위압적 언행이나 부당한 요구를 막는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세무조사 요원들의 ‘갑질방지법’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자 이 개정안을 놓고 국세청의 얼굴색이 샛노래졌다. 한마디로 성실납세를 담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堡壘라고 여기는 세무조사권이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들이 줄을 잇는다.

먼저 가장 궁금한 것은 기재부가 제도 신설안을 내면서 밝힌 것처럼 조사공무원들이 세무조사 현장에서 얼마나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또 얼마나 많은 조사요원들이 갑질을 해 되길래 국세청을 단번에 긴장시키는 이런 ‘딱따구리 총질 같은’ 제도가 튀어나왔을까 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아마도 조사현장에서 세무조사요원들의 갑질이 엄청 많다는 제보를 받았기에 이런 개정안을 내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포장된 것이고,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이 들리기는 하지만 확인되지 않아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 제도가 생긴다면 납세자에게 선의로 받아들여지고, 세무조사 행정의 발전을, 그리고 세무조사라는 본연의 역할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먼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세무조사 현장에서 직접조사를 벌이고 있는 세무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갑질? 솔직히 기업에 들어갈 땐 ‘갑’이지만 조사가 시작되면 금새 ‘을’이 됩니다.” 무슨 이야기 입니까?라고 물었더니 “현실적으로 조사에 들어가면 사전분석데이터를 기초삼아 조사기업의 탈루사실을 찾아내어야 한다는 점에서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고, 과거 70~80년대처럼 윽박질러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는 모두 상상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법 조항에 의해, 과세논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하나라도 더 보기위해서는 을의 입장이 되기 일쑤다”라고 했다. 조사요원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 전한다고 했다.

그는 또 “대기업에 조사를 나가면 전직 국세청 간부들이나 세무전문가들이 로펌이나 유명한 세무법인의 임원 명함을 들고 달라붙는다. 거기에 대고 갑질을 하다가는 ‘한방에 훅 간다’는 사실을 조사요원들이라면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갑질요! 솔직히 과거 선배들에게 무용담으로는 들었지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언감생심 생각지도 못하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대의 일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 중소기업과 소기업들은 어떨까. 한 세무사의 말이다. “기업으로 들이닥친 조사공무원이 질문권을 행사할 때 엉겁결에 말한 것이 녹음이 된다면 방어권은커녕 불리해 질 수 있는 측면이 더 많다”는 말을 했다. 조사공무원의 갑질을 막겠다고 생긴 녹음권이 납세자들의 서투른 대응으로 갑질 예방이라는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납세자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역기능이 많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뿔싸! 기자는 예상외의 답변에 놀랐다.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녹음권이 실제 세무조사 업무의 실상에서는 어떻게 작용될까. 최근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등장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떠올리면서 이 제도도 도입될 경우 제도 입안자들의 ‘착한 의도’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취재를 해봤다.

무엇보다 제도가 시행되면 세무조사과정에서 조사공무원과 피조사자(기업관계자)의 모든 언행이 영구히 기록되어 보관된다. 녹음이 무서운 조사요원들은 납세자에게 자신 있게 질문을 할 수 없는 사실상 ‘벙어리’상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따라서 모든 조사현장의 행위는 철저히 서면위주로 운영되면서 피조사자의 서면자료 작성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 발견되었다. 당연히 조사기간의 연장이 불가피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무엇보다 조사공무원과 납세자간의 소통부재는 조사과정에서 쟁점사항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통한 합리적 과세가 아닌 무리한 과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적 문제점도 튀어나왔다.

나아가 납세자들은 녹음절차 진행을 위해 불필요한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추가로 받아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르는 납세협력비용의 증가는 불문가지不問可知 일 것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더욱이 조사과정중 녹음된 파일이 납세자에게 불이익하게 이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면 납세자 입장에서도 녹음권은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유명한 로펌이나 세무법인 등의 조력을 받아 녹음권을 전략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대기업, 대재산가들은 납세협력비용의 증가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중소납세자의 경우는 오히려 조사공무원이 녹음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납세자를 위해 만들었다는 제도가 영세납세자들의 발등을 찍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이다.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거꾸로 최저임금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말이다.

좀더 더 들어가보자. 순전히 기자의 생각인데, 현재 국세청이 행사하는 세무조사권에는 일반조사와 범칙조사 등이 있다. 일반조사는 기업현장으로 나가 한 달에서 두 달가량 머물면서 장부를 살피는 등의 조사를 말한다. 그리고 범칙조사는 대부분 기업현장에서 그 기업의 서류를 통째로 압수(예치)해온 후 국세청 사무실에서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즉 녹음권이 생길 경우 국세청이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녹음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일반조사보다는 조사기업의 장부와 서류를 예치하는 조사방법을 더 확대하지 않을까한다면 기업들의 피조사환경은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국세청의 조사대상 선정과 방식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것까지 내다보인다.

이 뿐이 아니었다. 국세청이 존재하는 이유는 납세자들이 성실하게 자진납부하는 세금을 계산만 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이 성실납세를 담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는 기능(세무조사권)도 주어져 있다. 그런데 녹음권은 성실납세 분위기를 저해하는 자료상, 역외탈세자 등 악의적 탈세자들이 녹음파일을 이용한 말맞추기 등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사방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도 있었다.

이런 생각은 연간 국세청이 역외탈세자, 자료상, 정기세무조사 등 각종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하는 규모가 6~7조원이라는 숫자에서만 보아도 쉽게 가늠된다. 국세청의 눈에는 기업들이 연간 이 정도의 탈세를 한다는 것이고, 이런 탈세를 막으라고 있는 것이 국세청 조사국이라고 한다면 국세청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녹음권인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세법개정안 심의에서 국세청은 조사국의 명운命運을 걸고? 녹음권의 신설을 막기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다행히 ‘국세청의 편’이라고 할 수 없는 야당 측에서도 녹음권의 신설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국세청으로선 내심 다행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든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세청에는 조사공무원들의 ‘갑질’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았다.

한 조사국 직원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조사에 들어가면 금새 ‘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그동안 세무조사와 관련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취해진 수많은 조치로 인해 세무조사권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서만해도 납세자보호조직의 감독권한을 확대해 조사공무원의 행위가 위법‧부당한 경우 납세자보호관이 조사팀 교체를 명령할 수 있는 명령권이 생겼으며, 또 세무조사를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으며,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조사현장에 입회해 영세사업자에게 조력을 제공하는 제도도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조사착수와 조사기간 연장 등 세무조사 진행과정을 납세자가 홈택스로 상세히 확인할 수 있으며, 조사과정의 권한남용행위 차단을 위해 온라인 신고센터도 설치돼 있다고 했다. 즉 조사요원들이 갑질을 하면 피조사자의 누구나가 언제든지 신고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조사공무원들에게는 등골이 오싹하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일단 국세청은 반대하는 입장이고, 나아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도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의 억지제도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런데 로펌이나 세무대리인들에게는 얼핏 호재好材로 보이는 점은 있었다. 에이! 기재부가 이들의 수익확대를 위해 제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리가 있겠어. 그러면서 오래전에 보았던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사냥꾼이 조그만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다. 딱따구리 한 마리가 배의 밑바닥을 쪼아 구멍을 내려하고 있다. 그리고 배는 구멍이 나고 물이 새기 시작한다. 당황한 사냥꾼은 구멍을 막아보려 하지만 구멍 하나를 막으면 딱따구리는 금새 또 하나를 더 뚫는다. 사냥꾼은 안되겠다 싶어 총을 쏴서 딱따구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총알은 자꾸 빚나간다. 이내 배는 딱따구리가 쪼아 낸 구멍보다 더 많은 구멍이 생기고 배는 가라앉는다.

기재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녹음권이 딱따구리 한 마리를 잡기위해 겨냥한 생각 없는 총질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아무리 국세청이 미워도 이건 아니지 싶다.

물론 기재부가 이렇게까지 했을 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국세청도 왜 이런 제도가 튀어나왔을까를 되짚어보고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자의 주문이다. 세무공무원을 숫자로만 확보할 것이 아니라 고급인력으로 만드는 일에 용기를 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국세공무원들의 갑질이 있었다면 그 ‘갑질’은 솔직히 실력 없는 사람들의 천박함에서 나온 것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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