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다국적 IT기업에 이른바 '디지털세(稅)'를 물리자는 움직임이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국적 IT기업들에는 이익이 아닌 매출을 근거로 세금을 따로 부과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의 제안에 공감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WSJ은 한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소 9개국과 멕시코와 칠레 등 라틴 아메리카 국가 등 세계 수십 개국이 다국적 IT기업들에 추가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세는 소득에 부과되고 있는 법인세와는 별개로 디지털 서비스 매출을 근거로 물리는 세금이다.

EU는 다국적 IT기업이 특정 국가 밖에 있는 기업을 통해 해당 국가에 디지털 서비스를 팔아 세금을 줄이는 관행을 불공정 행위로 비판하며 가장 먼저 디지털세를 제안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공정성의 문제"라며 "이제는 세계 전역이 디지털세는 반드시 물려야 할 것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EU 차원에서 디지털세가 도입되려면 28개 회원국 만장일치 의결이 필요하지만, 낮은 법인세를 앞세워 다국적 IT기업을 자국에 대거 유치한 아일랜드 등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에서는 EU 차원에서 성사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도입하겠다는 국가들도 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부 장관은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강행할 준비가 됐다"고 이달 초 밝혔다.

찬반이 엇갈리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더 적극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아미루딘 함자 말레이시아 재무부 차관은 "디지털세를 미뤄두면 나라가 수입 손실을 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다음 달 2일 발표되는 내년도 예산안에 디지털세 추가를 고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디지털세 부과를 두고 국회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의원들은 다국적 IT기업들이 작년에 한국에서 매출을 5조원이나 올렸지만 세금을 1억원도 내지 않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을 비롯한 반대론자들은 디지털세가 기업이익에 대한 이중과세로 이어져 국제통상과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세 논쟁의 핵심은 다국적 IT기업들이 어디에서 세금을 내야 하는가다.

수입이 창출되는 국가가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게 국제적 원칙이지만 다국적 IT기업의 경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다국적 IT기업들은 지구를 반쯤 돌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국가에 현지 기업을 세우고 거기에서 광고나 택시 예약과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디지털 서비스를 실제로 파는 국가에는 이익을 거의 신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공정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자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대기업들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국가에서 과거보다 소득을 더 높게 신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비용도 더 크게 신고하는 수법으로 세액이 증가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EU는 다국적 IT기업들이 역내 고객들로부터 올린 디지털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디지털세를 제안했고 세계 다른 국가들이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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