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안 조정작업 착수…내년엔 국채 발행
정부 기능 이양 구체적 내용 빠져…국세-지방세 비율 조정도 '기대 미흡'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지방분권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재정분권 계획이 30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밝힌 재정분권 추진 방안은 1단계로 지방에 재정자율권을 주고 동시에 지역별 재정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방소비세율을 21%까지 늘려 지방세수 확충방안을 마련한 데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 기능의 지방 이양은 3조5천억원 규모로만 제시됐을 뿐 이양 대상 사업은 추후 협의하기로 해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도 지방정부가 요구해 온 6대 4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물건 100원어치 사면 21원이 지방으로…늘어나는 소방공무원 1만2천명 인건비 국가가 부담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떼어 지방에 주는 돈이다. 통상 물건을 사면 내는 부가가치세 중 지금까지는 11%가 지방소비세였다. 그러나 2020년까지 지방소비세율이 21%로 10%포인트 올라 100원 중 21원이 지방으로 가게 된다.

기존 부가가치세 내에서 국가와 지방 세금 배분만 달라지는 것인 만큼 국민의 추가 세 부담은 없다.

추가로 확충된 지방소비세는 수도권 1, 그 밖의 광역지자체 2, 도 지역 3을 가중치로 두고 배분된다. 가중치는 지방 간 재정 격차를 고려한 것이다.

이렇게 1차 배분이 끝난 뒤 다시 2차 배분이 이뤄진다.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수도권 3개 지자체가 2020년부터 인상분(10%포인트) 중 일부를 출연해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을 전체 지자체가 고루 활용할 수 있도록 다시 배분한다. 구체적인 기금 출연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중앙정부는 2020년 3조5천억원 규모 사업을 지방에 이양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가 국고보조사업에서 자유로워지는 만큼 재정 운영이 좀 더 자율적·탄력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어느 부처에서 어떤 사업을 이양할지는 향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결정할 예정이다.

또 하나 변화는 소방안전교부세율 인상이다.

소방안전교부세는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라 신설된 교부세다. 지자체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과 안전 분야에서 필요한 사업에 투입한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 1갑당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국세) 594원이 재원이다. 지금은 소방안전교부세가 이 중 20%인 119원이지만 2020년에는 45%로 인상돼 267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확충되는 8천억원은 소방관 1만2천명 추가 채용에 드는 인건비 확충에 쓰일 계획이다.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재 인력의 인건비는 지자체가 부담하고 증원되는 인원의 인건비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올려 충당하는 방식이다.

◇ 정부 예산안 수정 필요…향후 추진 과정 쉽지 않을 듯

1단계 재정분권 추진을 위해서는 국회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법과 지방세법, 지방세법 시행령,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소방안전교부세율 인상을 위해서는 지방교부세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소방안전교부세율 인상은 소방직 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전제로 한 것인 만큼 그 전에 소방공무원법도 개정해야 하지만 재원 문제 등으로 현재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당장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수정해야 한다. 당장 지방소비세율이 내년 4%포인트 인상됨에 따라 3조3천억원 세입을 조정(국세 감소)해야 하고 세출 예산도 수정해야 한다. 정부는 지방소비세율 인상에 따라 줄어드는 국세는 일단 내년에는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지방에 이양할 3조5천억원 규모 중앙정부 사무도 결정해야 한다.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여러 부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후 국세-지방세 비율을 대통령 임기 내에 7대 3으로 맞추는 등 2단계 재정분권 추진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구조 개편, 지방소득세, 교육세 등 추가 지방세수 확충방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 개편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고 중앙과 지방의 의견차가 큰 만큼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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