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문위원, “변리사 특허소송과 마찬가지…세무사 조세소송 타당한 측면”

2007년 안택수, 2012년 백재현 의원 발의…논의조차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

작년 ‘변호사 자동자격 폐지’의 기적…기재위만 통과하면 또 한번의 기적 기대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처음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과연 이번에는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7일 세정일보가 입수한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인 자격부여 법안의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세무사에게 조세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 자격을 부여해 권리 구제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법률대리인 제도의 도입취지에 반하고 로스쿨 도입 취지에도 반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조세소송에서 세무사가 납세자를 대리하는 경우, 조세소송의 당사자인 납세자의 권익보호에 보다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세에 관한 신고와 이의신청, 심판청구 등의 대리를 거치면서 사건의 내용은 물론 증거자료와 해당 법리 및 쟁점 등을 파악하고 있는 세무사가 조세소송 단계에서 납세자를 대리하게 되면, 그간의 증명자료와 주장 등을 활용해 소송 절차의 순조로운 이행과 신속한 사건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또한 납세자가 조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현재와 같이 별도의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조세에 관한 신고와 이의신청, 심판청구 등의 대리를 한 세무사가 계속적으로 조세소송을 대리하도록 하는 것이 비용 및 시간 측면에서 납세자에게 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전문위원은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현행 변리사법에서도 변리사에게 특허 및 실용신안 등과 관련해 행정소송의 대리인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리사법에서 변리사에게 특허 및 실용신안 등에 관한 행정소송의 대리인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이유가 특허 및 실용신안 등의 분야의 경우 특허와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크게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면, 법률적 분쟁 중에서도 그 범위가 상당히 방대하고 복잡한 조세분야의 경우에도 조세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진 세무사에게 조세소송의 대리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어 해외의 주요국에서도 세무사에게 조세소송에 관한 소송대리인 자격을 허용하거나, 의견진술권 등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무사 제도를 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 세무사에게 조세소송에 관한 소송대리인 자격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세리사(세무사)의 소송대리인 자격은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보좌인으로서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출석해 진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변호사업계에서 주장하는 법률대리인 제도 도입취지에 반하는 점, 또한 세무·지식재산권·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변호사를 양성하고자 하는 현행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도 반하는 측면 등의 의견을 함께 고려해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2012년 국회 검토보고서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나?

이처럼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골자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이번이 처음 발의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07년 11월 당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이 국회의원 10인의 동의를 얻어 “세무사가 조세소송대리 실무교육 및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조세소송대리의 업무신고를 마친 경우에 조세소송에 한해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되도록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어 2012년 11월, 제19대 국회에서 세무사 출신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조세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진 세무사에게도 국세와 지방세에 관한 행정소송의 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한다”며 국회의원 11인의 동의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다만 백 의원이 발의했을 때에는 국회에서 검토보고서를 내놓았다.

당시 검토보고서에는 두 가지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먼저 조세법 분야는 조세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어야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특수한 법률분야이므로 조세소송에 있어서 대리인을 변호사로 제한함으로써 납세자 권리구제가 불충분하거나 지연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영세한 납세자에게 부과된 소액의 세금을 다투는 소송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승소하더라도 이로 인한 이익과 비용의 균형이 맞지 않아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세무전문가인 세무사가 조세소송 대리를 하게 되는 경우 소송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조세 전문지식을 활용해 사법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무사 선발 시험 과목 등 자격 검증 절차를 고려하면 세무사가 소송업무를 수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무사시험은 재정학, 회계학개론, 세법학개론과 선택과목(상법 회사편, 민법총칙, 행정소송법 택1)을 객관식으로 치르는 1차 시험과 세법학과 회계학을 주관식으로 치르는 2차 시험으로 구성돼 있어, 행정소송법이 선택과목에 불과해 소송대리를 적절히 수행할 능력을 검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특히 국세청에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세무공무원의 경우 시험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받고 세무사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 세무사가 소송대리를 수임한다고 해서 비용이 낮아진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변리사의 특허소송과 관련해서는, 변리사는 그 직무에 이미 소송을 대리할 수 있음이 법률에 명시돼 있는 자격사이기 때문에 세무대리에 국한해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 세무사와 같이 보기는 어려우며, 변리사 자격시험에서는 소송구조와 절차에 대한 이해를 검증하기 위해 민사소송법을 필수과목으로 두고 있어 세무사와는 차이가 있다고도 밝혔다.

◆ 세무사 소송대리, 기재위 통과하더라도 ‘법사위가 기다린다’

세무사 업계에서는 로스쿨 제도 도입취지에 반한다고는 하지만, 조세와 관련된 전문적인 변호사 양성이 어려운 만큼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서 세무사 시험과목 조정 혹은 소송관련 연수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호사 업계에서는 법률 전문지식이 없이 소송대리를 하는 것은 법률대리인 제도에 반한다는 것.

특히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과한다하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법사위는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해당 법안의 통과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법사위 위원장인 여상규(사시20회)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간사 송기헌(사시28회), 한국당 간사 김도읍(사시35회) 의원이 판·검사, 변호사를 지냈고 위원 중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사시34회), 박주민(사시45회), 백혜련(사시39회), 조응천(사시28회) 의원과 자유한국당 주광덕(사시32회) 의원 등 총 18명의 법사위원 중 8명(45%)이 법조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세무사업계와 변호사업계의 업역문제 다툼이 있었던 법안은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빈번히 저지당해 법안 개정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통과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 법안(세무사법 개정안)의 경우 난공불락의 법사위를 뚫고(?) 국회를 통과한 역사가 있다. 당시 해당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의 반대에 따라 1년 이상 장기간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계류된 상태였으나, 세무사회는 3당 원내대표 합의를 이끌어내 본회의로 직권상정하는 방안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개정안은 국회의원 215명의 찬성(9명 반대)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어 세무사 자동자격 조항을 모두 삭제시킨 역사적인 날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 역시 법사위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아, 첫 국회 발의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특히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 부여권에 대한 향방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한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국세청 조세행정소송 패소율(건수)은 평균 12.28%이며, 금액을 기준으로 패소율을 보면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패소금액이 전년도의 2배 수준인 1조960만원으로 역대 최고금액을 갱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에서는 증가하는 조세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충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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