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장은 군림하는 자리인가? 봉사하는 자리인가? 이렇게 물으면 당연히 봉사하는 자리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군림했는가?

다른 질문 하나 더. 세무서장은 접대 받는 자리인가? 대접하는 위치인가? 이 물음에는 아마도 약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한다. 질문이 잘못 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질문을 달리해보자. 접대를 받아도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인해 업무관련성있는 관내 사업자로부터 음식 한끼도 얻어먹으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으로 직위해제를 당하고,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혐의로 중도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관내 사업자들과 치지 말라는 골프행위를 버젓이 하고, 정말 기강이 말이 아니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세청에 소속된 세무서장들 이야기다. 물론 최근에 일어난 일도 있고 작년에 일어난 일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거 지난이야기 아닙니까. 요즘 그런 서장들이 어디있어요'라고 둘러대는 것이 국세청 특유의 대응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기자는 3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작년에도 들었다. 이런 일들이 또 발생하면 아마도 국세청은 내년에도 10년 후에도, 30년 뒤에도 똑같은 목소리로 기자들을 ‘입막음’하지 않을까한다.

지금 전국에 세무서장들은 모두 125명이다. 대부분 국세공무원으로서 수십년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서기관(4급)으로 승진하여 관리자교육을 통과한후 국세청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지역세정 사령관으로 나선 사람들이다. 그런 세무서장들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일탈하는 것은 아마도 속마음에 뭔가를 '대접'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콕 짚어 이야기해보자. 왜 관내 사업자들과 골프를 치시나요. 그렇게 골프를 치고 싶으면 오늘이라도 사표내고 세무사로 개업하신 후 마음껏 치면 될 일을 모양 빠지게 몇푼 안되는 그린피 보전하려 하시나요. 물론 내 돈 내고 쳤다고 둘러대시겠지만 누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습니까.

그만두어도 골프칠 멤버가 잘 구해지지 않는다구요. 세무사로 개업하면 수백명이 한꺼번에 소위 ‘샷건’방식의 골프대회가 한둘이 아니랍니다. 그렇게 골프가 치고 싶으시면 그냥 명퇴신청하시라고 권합니다. 지금 ‘나 멋지게 세무서장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라면서 세무서장 자리를 학수고대하는 후배(복수직 서기관)들이 넘쳐나고 있답니다.

세무사로 개업하면 맘 놓고 내 이름으로 골프칠 수 있고, 또 후배들은 평생 고대해온 세무서장 빨리 나가서 좋고 이런 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일 아닐까요. 지금 국세청은 연말에 그만둘 사람들의 명예퇴직신청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적기(適期)인것 같습니다.

한가지 덧붙이면 인사혁신처에서 실시하는 ‘관리자역량평가’를 좀 더 빡세게 하시라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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