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의원, “변호사법 침해…법사위 의견 들어봐야”

정성호 기재위원장, “긴급한 법안 아냐” 법안계류 수용

이달 중 기재위 전체회의 심의 못하면 내년으로 넘어가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지난 1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조세소위원회로 회부되지 못했다.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이 조세소위로 넘기는 것에 사실상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일단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고, 법사위 의견을 듣는 등 대체토론을 갖고 그 다음 조세소위로 넘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조세소위 등 11월의 남은 보름이라는 빠듯한 국회 일정 속에서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당초 세무사법 개정안은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돼 조세소위원회로 회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획재정위원회의 관행은 존중하나 기재위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라고 해서 다른 의원이 발의한 법안보다 앞서서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접수순서대로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면서 소위회부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법에 따르면 일부개정법률안이 위원회에 회부된 날부터 15일이 지나지 않으면 위원회에 상정할 수 없다. 다만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의 긴급상정은 예외로 한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소송대리권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지난 1일 발의돼 2일 기재위로 회부된 법안이다.

이와 관련 권성동 의원은 “(세무사법 개정안이)당장 국민 경제생활, 사회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긴급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이익단체, 관련 기관의 충분한 의견을 들어야 그것을 토대로 대체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특히 변호사법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사위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대체토론을 요청했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김정우 의원은 “세무사법을 포함해 긴급상정된 법안은 모두 17건”이라며 “3당 간사 간 합의가 이루어져 기재위 관행에 따라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된 것”이라고 기재위의 관행을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정성호 기재위원장은 “긴급상정된 법안 대부분은 세법관련 법안들이며, 경제재정소위 법안은 이거(세무사법 개정안) 하나다. 사실 중간정도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세무사법 개정안이)경제재정에서 그렇게 긴급한 상황은 아니다. 상정은 했지만 권성동 의원 말씀과 여러 야당 의원들의 말씀이 있어서 이 법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전체회의에 계류시키면서 여러 기관의 의견을 들어보는 기회를 갖자”고 마무리 지었다.

즉, 세무사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은 시켰으나 긴급한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계류시키고 다음 전체회의를 열어 대체토론을 가지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전체회의를 열고 대체토론을 갖기 전까지는 조세소위로 넘어갈 수 없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이 같은 위원장의 결정은 변호사회의 입장을 감안했을 것으로 본다. 11월 중에는 국회 일정이 빠듯해 전체회의를 열 시간이 없다. 즉 이번에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날 정성호 위원장은 조세소위 법안을 놓고 경제재정소위 법안으로써 긴급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법안에 대해서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업역간 갈등이 있거나 이견이 있는 법안 심사의 경우 조세소위에서 각 단체의 단체장이나 정부 측 입장 등을 듣는 시간이 따로 마련돼 왔다. 지난해 변호사업계와 세무사업계가 대립했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심사 때에도 조세소위에 변협회장과 세무사회장 등이 출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와 관련해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러 기관의 의견을 듣는 자리는 소위 논의과정에서 해왔던 것이 관례였음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소위 논의 과정에서 해당되는 회장들의 의견을 쭉 듣고 마지막에 계류하던지 했다. 일단 소위에 넘기고 각 단체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관례였다”고 말했다.

이에 정성호 위원장은 “김광림 의원 말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면서도 “예산부수법안도 아니고 긴급한 법안도 아니다. 권성동 의원의 지적대로 긴급상정된 부분 등을 고려해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타협해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라며 조세소위 회부에 앞서 대체토론을 열기로 했다.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 법안은 조세소위에 상정된다하더라도 업역간 갈등이 심한 법안이기 때문에 조세소위에서 법안을 논의해도 만장일치로 통과의견을 얻기는 어려운 법안이다. 조세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된다하더라도 법사위에 회부돼 또다시 법사위원들의 논의를 거쳐야하는 법안이라 법조인 출신이 다수 포진돼 있는 법사위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앞서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도 지난 10년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었다.

권성동 의원은 사시27회로 제19대 국회에서 법사위 간사, 제20대 국회 전반기에는 법사위원장을 했고, 정성호 기재위원장은 사시28회로 제17대·20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을 지낸 바 있다.

◆ 대한변협 “세무사법 개정안, 사법체계 근본 흔드는 것…즉시 철회하라”

한편 변호사업계는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늘(15일) 대한변협은 성명서를 내고 “감히 세무사들이 조세전문변호사보다 조세소송의 전문가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며 “사법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세무사법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회는 민사소송법 제87조는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소송사건 등을 취급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는 것. 또한 헌재가 세무사보다 변호사에게 세법 및 관련 법령 해석 적용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고, 조세전문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변협은 이번 개정안이 “세무공무원 출신을 비롯한 세무사들에게 장기의 교육과정과 난이도가 높은 변호사시험, 그리고 의무연수기간의 제한을 회피하여 용이하게 소송대리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우회통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 세무사회 “양질의 전문화된 조세법률서비스 제공해 납세자 권리구제해야”

반면 한국세무사회는 세무사가 조세불복절차에 대한 전문성과 조세소송대리 수행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납세자의 세무회계 사실관계를 토대로 불복청구를 대리하고 있으므로 세무사가 소송대리하면 납세자는 소송비용과 시간의 낭비로 인한 이중부담을 덜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조세소송대리의 일관성은 납세자 소송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와 다수의 소액분쟁도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전문화된 조세법률서비스를 제공해 납세자 권리를 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창규 세무사회장은 “양질의 전문화된 조세법률서비스를 제공해 납세자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도록 조세소송대리권을 세무사의 직무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현행 조세에 관한 사법절차상 소송 대리는 변호사에게 전속돼 있어 조세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액조세소송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이 주어진다면 비용부담으로 소송을 포기하는 납세자의 권리 구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완일 세무사회 부회장은 “세무사는 납세자의 심판·심사청구 등을 대리하면서 조세사건의 사실관계와 과세요건의 성립여부를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법률사무가 금지돼 있어 준비서면의 작성내용이 되는 법률쟁점과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세소송사건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법률지식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조세법의 전문성을 비롯해 회계·재정·세무회계 등의 전문성을 두루 섭렵해야하므로 현실에서 변호사가 세무사의 조력을 받아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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