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찰청이 엄청난 사건 하나를 들추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개입하여 현직 세무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세무조사 무마를 시도했다는 사건이다. 전‧현직 국세공무원 10명 가량이 검거되었다고 한다.

검찰의 기소여부와 법원의 판단이 남았지만 대한민국 경찰이 오랫동안 증거를 수집하여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것이니 일단 사실일 것이라는데 무게를 둔다. 또한 많은 국세공무원들의 금품수수사건이 터지면 처음엔 받지 않았다고 강하게 버티다가 나중에 ‘유죄’로 판결되는 대부분의 사례에서도 그렇다.

국세공무원들의 이러한 일탈(금품수수)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국세청은 국세공무원 행동강령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내용 중 일부다.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이해와 관련되거나 4촌 이내의 친족이거나 자신이 2년 이내 재직하였던 단체 또는 그 단체의 대리인이 직무관련자인 경우 또는 지연·학연 및 과거 업무상 접촉 등으로 인한 특수한 친분 관계인이 직무관련자에 해당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당해 직무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직무관련자 또는 직무관련 이었던 자로부터 금전·선물 또는 향응 등의 수수도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 규정을 까마득히 잊고 따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을 정말 현직 국세공무원들만 탓해야 할까. 선배 국세공무원들의 후배국세공무원(현직)들에 대한 집착은 정말로 집요하다고 소문나있다. 학연‧지연‧혈연을 동원하는 것은 약과다. 과거에 나의 승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서장님, 국장님, 청장님으로 지내셨던 분들이 ‘만나자, 밥먹자’고 하면 사실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또 미의微意 라면서 건네는 약간의 금품을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어렵다. 물론 혹자는 단호하게 거절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그 일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국세청의 대책과 노력은 셀수 없이 많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월 한승희 국세청장과 이창규 세무사회장이 나란히 사진까지 찍으며, ‘깨끗한 세정·세무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두 기관은 ‘청탁금지법’ 등 청렴 관련 법 규정의 철저한 준수와 부조리 발생 차단을 위한 정보 공유 등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 발굴에도 협력하는 한편, 주요 정책 추진사항에 대한 홍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간 어떤 홍보를 했는지는 별로 기억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 사건이 드러난 하루 뒤 기획재정부는 세무사들 7명이 세무사로서의 성실의무 불이행 등의 이유로 직무정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경찰 발표를 보태지 않더라도 세정현장에서는 국민들이 모르는 이런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세무사업계에 퍼졌던 ‘현직을 만나지도, 만날 수도 없다’는 말들이 모두 허언虛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곰팡이처럼 여전히 음지에 들러붙어 있었던 것이다.

경찰의 발표에서 현직세무공무원을 구워삶은 세무사는 국세청 출신(선배)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한분은 현재 국세청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세무사업계 한 임의단체의 주요 임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직위를 이용해 후배에게 접근했다면 가히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후배에게 접근한 선배세무사만의 잘못일까.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한 단호한 공직자상을 보여주지 못한 현직의 문제가 분명 더 클 것이다. 그렇다면 현직들이 선배세무사들의 ‘접근공세’를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국세공무원들이 태산 같은 자부심으로 조세정의를 위해서만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가지 제안한다. 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는 방법을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그 돈을 국고에 넣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 황당하다'고도 할 수 있을테지만 찾으면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다.

이 방법만 찾는다면 후배는 선배의 선의를 거절하는 ‘매몰찬 현직’이라는 딱지도 붙지 않을 것이고, 세무조사에서 추징되는 세금은 물론 선배가 준 금전도 국고에 편입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수익이 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소문은 세정가에 곰비임비 퍼질 것이고, 더 이상 물량공세를 통해 후배를 괴롭히는 선배들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선배세무사도 살고, 후배 국세공무원도 당당해지는 상생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실로 그렇게만 된다면 국세공무원들은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는 마뜩잖은 ‘세리稅吏’ 라는 딱지보다는 국민들에게는 신뢰받는 조세정의의 파수꾼이라는 칭송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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