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6살 나이에 나폴리에서 로마에 입성했다. 나는 빠르게 로마 상류 사회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 갔다. 상류 사회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직성이 풀리지를 않았다. 나는 상류 사회의 왕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성공을 이루었다.”

“파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나의 아우라에 의해서 파티가 초라하게 만들고 싶었다.”

I entered Rome at the age of 26 from Napoli

I was quickly sucked into the whirlpool of the upper class of Rome, and I was not alone in staying in the upper class. I wanted to be The King of the upper class. And I succeeded.

I was not satisfied just to attend the party.
I wanted to make the party shabby by my aura.

▲ 석호영 세무사

주인공 잽 감바르델라의 말이다. 얼마나 멋지고 기개가 서려 있는 기세등등한 말인가.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내면 깊숙한 곳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약함과 허세가 뱀처럼 교활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저런 부질없는 허세와 온갖 삽질을 하면서 어느 순간에는 자신감이 넘치는 삶으로 치장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권태와 허무에 찬 삶을 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우선 해본다.

버킷리스트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카터는 사업에 크게 성공하여 부를 쌓았으나 죽음에 임박해서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나는 내 삶중 95%가 거짓말 였다”라고 비서에게 솔직한 고백을 하지 않았던가?

그레이트 뷰티(Great, beauty)라는 영화는 제목만으로도 일정 부분 아우라를 느끼게 하고 과연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그렇게 위대 하고 진정한 아름다움일까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며 솔깃하게 하는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처해있고 살아가는 업역과 위치에서 나름대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희구 하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사람은 권력을 쫓아서, 어느 사람은 재력을 갖기 위해, 어느 사람은 위대한 스포츠나 예술가나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또 어느 사람은 종교가나 사상가로서 성취를 위해 매진하면서 인생의 참된 의미와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점에 성공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위의 조건들을 달성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인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았을까 하는 물음에는 누구나 쉽게 ‘No’라고 대답할 것 같다. 나도 물론 그렇게 대답할 듯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잽 감브르델라는 40년전 ‘인체의 기관’이라는 책을 내어 대 성공을 이뤼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저널리스트다. 즉 로마에서는 1% 상류층에 속하는 소위 요즘 말로 하면 최고의 셀럽인 것이다.

위에서 잽 감바르델라 본인이 호기 있게 말했듯이 로마에서는 많은 저명인사와 친교를 맺고 사교계의 왕으로서 또 밤의 황제로서 온갖 호사를 누린다.

그리고 그의 65살 생일 파티는 그야말로 찬란하고 환락적이며 수많은 축하객과 미인들에게 둘러 싸여 멋진 음악과 함께 광란의 춤까지 곁들인 환상적인 파티를 한다.

그러나 파티 중간에 쓸쓸한 표정으로 갑자기 과거를 회상하며 독백을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뭘까? 늘 그러한 질문에 친구들은 한결같은 대답을 하였다. ‘여자’ 그러나 나는 답이 달랐다. ‘노인집에서 나는 냄새’였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는 남자로서 성장하면서 누구나 여자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잽은 노인집에서 나는 냄새였다니 우선 특이하다는 느낌부터 들었다.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한 듯 한데 그에 대해서는 영화속에서 언급이 없다.

잽은 온갖 환상적이고 현란한 파티와 상류 사회의 문화를 접하며 귀족들과 잡담도 하면서 소일하고 즐기지만 척하는 상류층들의 위선과 거짓말에 그들과 함께 하면서도 늘 가슴 한켠은 쓸쓸하고 허무하고 권태스러움이 숨겨져 있음을 그의 표정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화이부동일뿐 그들과 케미가 되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런 온갖 화려한 생활과 수많은 만남속에서 어떤 울림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또 무엇인가 변화를 주려해도 생각만 있을뿐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으로 행동에 옮기지를 못한다. 온갖 최상의 화려함 속에 흠뻑 빠져봤으니 그 이상의 행동과 목표를 정하지 못 하는 듯 했다.

어느 날 낯선 사람이 찾아와 잽의 첫 사랑의 여인에 대한 부고 소식을 전한다. 그는 35년간 그녀와 함께 살았지만 그녀는 남편을 좋은 동반자로만 생각했을 뿐 한 순간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고 오직 그녀는 잽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살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잽은 부고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본인이 18세때 20세인 그녀를 나폴리 바닷가에서 처음 만나 그후 한번도 만난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말하며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동의하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첫사랑의 그녀를 사무치도록 흠모하고 그리워했던 모양이다. 잽은 사랑을 했으면서도 왜 헤어 졌는지 이유도 모른채 40년이라는 세월을 흘러 왔고 지금도 그 이유는 모르는 듯하다.

불현듯 잊고 지내다가 부고 소식과 잽만을 사랑했다는 소식에 강하게 나폴리의 아름다웠던 그 시절이 추억 되었던 모양이다.1997년에 여행중 가보았던 세계 3대 미항중 한곳인 나폴리항과 지중해의 전경이 나의 뇌리에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잽은 첫 사랑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과거로 기억의 방아쇠를 격발하여 내면적 로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대부분의 영화는 기‧승‧전‧결의 스토리와 줄거리가 영화를 보면서 명확하게 그려지게 된다. 그러나 그레이트 뷰티라는 영화는 그런 선입관을 좀 접어 두고 봐야 하는 영화 같다.

이미지와 심상화를 통해서 대화 없이 과거를 복귀하는 영상 혹은 시적 영화 내지는 가슴에 켜켜이 쌓인 상념들을 연결해 가는 수필과도 같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의미소만 잡고 가도 감상 해볼만한 영화인 듯하다.

에피소드가 화려하고 환상적인 반면 쓸쓸하고 고즈넉하며 낮과 밤, 성가풍의 음악과 역동적이며 활기찬 댄스 뮤직 등 장면과 장면이 대조와 조화를 이루면서 전개된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게 되면서도 금방 근엄해지고 화려하나 애상적이어서 감상하는 동안 묘한 중독성을 유발케 한다.

멋진 영화라면 멋진 영화이고 난해 하다면 난해할 수 있는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메시지로 던지고자 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과 탐험 욕구를 자아 내게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마의 거대한 콜로세움이나 수도교 혹은 조각이나 유물들, 화려한 춤과 파티, 위선과 거짓에 버무려진 귀족들과의 거드럼스러운 대화와 잡담, 또 거침없는 반박, 조명과 의상 등의 멋진 미장센, 그리고 간간히 삽입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는 본전은 건질 만한 영화임에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테파니아라는 여인, 자기는 작가이며 어머니로서 헌신 하였으며 소설도 11편을 내었고 정당에 대한 책도 편찬해 냈으며 53살의 나이로 그동안 애를 키우는 등 역경도 겪을만큼 격어서 충분한 내공과 소신이 있고 소명의식을 갖고 살았다며 자랑질을 해댄다.

그러면서 은근히 잽에 대해 소명의식과는 거리가 멀고 에너지도 그런데에는 사용하지도 않았고 대의 앞에서도 비겁하고 저질 소설이나 쓰고 애 하나도 못 가졌다고 비아냥거리며 잽을 겨냥한다.

이에 대해 잽은 “학창시절에 스테파니아가 소명의식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으나 대학교 시절에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였고 정당 당수의 내연녀로서 정당사를 집필한 것이며 정당에서 보조금을 주는 출판사의 서평에 의해 유명해졌지 않냐”고 정색하며 반문한다.

또한 아이를 낳고 돌보느라고 충분히 희생했다는 그녀의 말에 대해서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빈번히 TV 출연을 하고 밤마다 외출을 하고 마약상도 쉬는 월요일에도 애들하고 안놀아 줬다고 비판한다. 또 연휴에도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음은 물론, 가정을 돌보는 집사, 웨이터 요리사, 그리고 애들 바래다주는 운전기사를 두고 육아 도우미도 셋이나 두고 살았으면서 대체 언제 어떻게 희생을 한다는 것이냐”고 잽은 여러 사람 면전에서 그녀를 신랄하게 반박한다.

아마 이런 것이 대표적인 하나의 예라고 생각하지만 귀족들이라 하는 사람들의 약함과 컴플렉스를 감추기 위한 위선과 거짓말에 그들과의 관계에서 잽은 늘 진정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한 영혼의 허기와 목마름을 느끼며 허무와 권태스런 나날을 보내는 듯하였다.

잽은 끊임없는 기억의 편린과 파편들을 움켜쥐고 로마 시내를 배회하고 과거를 복귀하면서 때로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심각하게 응시도 한다. 아름답고 화려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로마를 그리워라도 하는 듯하다.

이제는 로마 시내도 고대의 유물로 남아 하나 둘 상각되어 가고 무너져 내리 듯 마치 인간으로서 서서히 육신부터 무너져 내릴 65세인 자신과 매치라도 되는 듯 하염없이 돌아다닌다. 아마 그래서 잽의 거주지도 많은 부분이 무너져 내린 콜로세움 옆에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과연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정하고 위대한 아름다움은 무엇이라고 하고 싶은 것일까?

우선 영화속에서 잽이 누워 있는 가운데서도 바다가 천정에 등장한다. 바다에서 수영하고 보트 탈때 바닷가에서 그를 바라보고 잠시나마 잽에게 자신의 젖가슴을 보여주고 입맞춤을 했던 첫사랑의 그 여인이 계속적으로 등장한다.

그 장면을 아련한 눈빛으로 회상하는 것을 보면 순수했던 젊은 시절, 그 여인과의 나폴리 바닷가에서의 첫사랑의 에피소드는 단연 아름다운 삶의 1순위 반열에 둬야 할 듯하다. 아름다움의 뿌리요 원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다음에는 로마 시내 자체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피와 땀 그리고 예술적 재주가 총아로 나타난 로마 시내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의 대상이 충분히 되리라 생각 된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영화를 보는 내내 로마를 다시 한번 관광에 나선 기분도 들고 눈요기도 어느 정도 충족이 되었으며 오늘 날까지도 세계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성녀 반열에 오른 104살의 수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외형상으로는 골륨같이 뼈와 가죽만 앙상한 그녀는 “평생 가난하게 살겠다”는 서약 후에 뿌리만 하루에 40g씩 먹고 살았단다.

그것은 “뿌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 말한다”순간 얼굴에 환하고 웃음이 머금은 미소를 띠면서 입으로 바람을 불자 주위에 쪼그리고 있던 수많은 홍학이 그녀의 입김으로 하늘을 날아 올라갔다. 이런 수녀를 그는 아름답게 반추하는 듯하다. 또한 아름다움은 홍학이 하늘로 날아가 듯 순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나 내가 지목한 것이 이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일지는 모르는 사항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느낌이요 주관적인 분별이이기 때문이다.

잽이 로마 시내를 부단히 배회 하며 아름다운 기억의 파편들을 불쑥 불쑥 찾아내듯 잽 자체가 진정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진정으로 아름답고 진정으로 의미가 있는 삶이라는 것의 손에 잡히듯 형상과 대상이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다. 런 것이 만약 존재 한다면 끊임없이 최고의 아름다움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예술이라는 것은 그 순간 소멸되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위선과 거짓으로 포장된 약함과 과장된 자신감, 열등감에 의한 아집과 독선, 공명심과 어줍잖은 우월감 등을 배제한 진실성과 정확성, 그리고 순수함이 내재될 때 진정한 아름다움의 삶도 희구되고 평상의 삶속에서 그를 추구해 나간다면 그 과정이 아름다움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잽은 소설을 11권이나 쓰고 정당사를 집필했으며 53살 나이에 소신과 내공이 있다는 등 온갖 위선과 거짓에 차 자랑질하던 스테파니아에 대해 아래와 같이 거듭 충고한다.

“스테파니아, 우리도 자네처럼 너덜너덜 지그재그 53살! 우월한 척 사람을 우습게보지 말고 위선적 삽질 그만하고 애정을 갖고 바라봐, 모두 나날이 쓰러져 가고 있지 않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얼굴 마주 보고 농담 따먹기나 하며 말동무나 되주는 거야, 안그래?”라고 말해준다.

정확하게 송곳으로 정곡을 찌른 듯한 잽 감바르델라의 일갈에 아무 말도 응수 못하고 대화 석상을 홀연히 도망가듯 빠져 나간다. 그런 스테파니아의 초라한 뒷모습이

잽 감바르델라와 같이 나의 기억 속에도 그의 기억과 오버랩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어느 날 나의 논리적이고 정당한 의견에 결국 그의 음흉한 속마음이 들킴으로서 회의장을 도망 나가듯 빠져 나가던 김 모씨라는 사람의 얼간이 같고 양아찌 같던 뒷모습이 순간 뇌리에 스쳤다.

영화에서 느끼게 되는 씁쓸한 기억이지만 오묘한 오버랩 이었다.아름다움과는 너무도 극명하게 대비 되고 살아오면서 경험 해보지 못한 추잡한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또한 잽은 “인간과 도시 소설들은 온갖 거짓과 위선, 상상과 허구로 가득 차 있고 변덕스럽고 찰라적인 아름다움, 끔직한 더러움과 처참한 인간성이 골치 덩어리라는 덥개 밑에 묻혀 있으며 어쩌구 저쩌구 온갖 잡담과 숨겨진 소음, 감정, 감성, 공포, 침묵도 그 속에 묻혀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첫사랑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경륜과 삶에 무게를 대변해 주는 주름살이 온 얼굴을 뒤덮고 있던 성녀의 거룩한 아름다움, 그리고 일말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진정한 삶속에 있음을 깨닫는다.

잽은 40년 여간 글 한쪽 못쓰게 했던 허무와 화려함 속에서의 배회와 방황을 멈추고 아름다움의 뿌리를 연상하며 펜대를 다시 움켜쥐고 소설을 쓸 것임을 결심한다.

그레이트 뷰티는 이탈리아 영화로서 역시 유럽의 영화는 허리우드의 상업적 영화와는 다르게 요란하지 않으며 깊은 사색과 사유, 철학이 무장되어 있어야 제대로 감상하는 맛이 난다. 그런 면이 빈곤한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잽이 기억의 조각을 잡고 과거를 향하는 내면적 로드맵을 따라 나 스스로도 주인공이 되어 과거로의 여행과 함께 감상하니 찌릿한 감응을 느낄 수 있었다. 향수와 추억을 회상하는 과거로의 여행에 감응을 느낀다니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찬 듯 하다. 아무튼 멋지고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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