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 공식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누가 인수할지 관심이 크다.

금융시장에서는 카드와 보험업을 잘 아는 금융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물망에 오른다. 최근 카드와 보험 경영여건이 좋지 않아서 비(非)금융 기업은 인수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배경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7일 카드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가장 큰 매력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그룹 유통계열사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크게 은행계(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와 기업계(삼성·현대·롯데카드)로 구분되는데, 롯데카드는 기업계 카드 중에서도 유통그룹 계열사여서 다른 카드사와 고객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새로운 고객군이 늘어나 시장점유율이 확대할 여지가 크다.

다만, 롯데지주가 롯데카드를 매각하면서 롯데그룹과의 제휴 관계를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약속하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과거 LG카드의 경우 신한금융그룹에 매각된 후에도 LG그룹 계열사로 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현재 신한카드가 LG그룹과 사업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엘포인트(L.POINT)와 호환성도 관건이다. 롯데카드가 제삼자에 매각된 후 지금처럼 엘포인트를 쓸 수 없다면 롯데그룹과 제휴 관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카드를 인수할 후보군으로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를 꼽고 있다.

우리은행이 내년 초 지주사로 전환하면 비(非)은행 계열사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지금 상태로는 지주사 전환 후 우리은행 비중이 99%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다.

우리카드 위상이 다른 금융그룹에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점도 한 요인이다.

KB금융은 자금 동원 능력이 풍부해 언제나 M&A 주체로 거론된다.

'덩치'를 불려야 할 이유도 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자산 규모에서 KB금융을 앞지르고 순이익 측면에서도 추월할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KB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국민카드가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인수자로도 꼽힌다. 생명보험사만 있고 손해보험사가 없는 하나금융지주 등도 후보다.

다만 업계에선 이들이 실제 인수에 나설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롯데손보 규모가 작고, 영업 측면에서도 롯데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롯데손보는 직원 1천690명, 101개 지점에 1천342명의 모집인을 두고 지난해 원수보험료(매출액) 5천793억원을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올해 3.1%로, 2008년 롯데그룹에 인수되고 나서 10년 넘게 3%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아비바와 HSBC 등 다국적 금융그룹과 합작해 생보사를 설립했지만, 영업력 한계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금융지주가 아니라면 외국계 자본이나 사모펀드 등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글에서 "현재 외부 매각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매우 초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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