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중앙지검 3차 공판 속행
“실제 해외정보원 측근에게 5000만원 건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 해외비자금을 추적하는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에 협조하고 국가정보원 자금을 미국 국세청 요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3차 공판이 12일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김선일)의 심리로 열린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현직 국정원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초 증인으로 3명이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1명은 연기, 1명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먼저 최종흡 당시 국정원 3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추적한 실무자인 현직 국정원 직원인 이모 씨가 나와 최종흡 전 3차장으로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직계가족의 국내금융거래내역을 추적하고 지시를 받았던 것은 대북관련성이 없었던 일이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대북공작국은 2009년 5월부터 DJ비자금 추적사업을 시작했고, 민간인인 김대중 대통령의 관련 인물들을 내사했으며, 보수언론 관계자를 통해 비자금 첩보내용을 폭로하는 것을 추진했다.
DJ비자금 첩보내용이란 미국 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약 13억달러가 존재하고 그중 일부가 북한으로 유입되려 한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에 협조를 구해, 미국국세청에 근무 중인 해외정보원을 통해 미국수사기관의 수사상황정보를 얻으려 했다.
당시 국정원 지휘부는 야당 및 진보진영의 비리를 부각하고자 DJ비자금 문제에 대해 언론 보도를 추진했으며, 국정원 개입사실을 철저히 감추고자 홍콩으로 직원을 출장보내 언론에 e메일을 보내는 등 은밀하게 추진했다. 또한 대북공작국은 김대중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씨 및 관련 인물과 비자금 관리책으로 의심되는 자들에 대한 사이버 점거시도 등을 일부 성공하는 등 민간인사찰을 시도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DJ비자금 의혹을 언론에 폭로하려는 시도 자체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한다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대북관련성이 있었다면 더욱 은밀하게 진행했어야지 언론을 통해 폭로하려 했다면 오히려 실체파악이 어려워져 국정원 활동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즉 언론폭로를 추진했던 것 자체가 국정원의 DJ비자금 추적사업이 대북관련성이 없음을 반증한다는 것.
또한 증인으로 나온 이모 씨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김승연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국세청 박윤준 국장에게 미국해외정보원으로 하여금 기자들에게 사건내용을 적극 제공하고 국내언론의 확대·인용보도를 위해 재미라디오에서 비중있게 보도하도록 요청하는 등 데이비슨 공론화 촉매역할을 기대한다고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2012년 말 대선을 코앞에 둔 2012년 9월경 대선이 임박해 공론화시도는 오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모든 협조망에 대해 잠복조치하고 관련서류를 폐기하는 등 사업을 사실상 종료했다.
검찰은 이 씨가 작성한 이같은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당초 사업이 정치적목적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라 국정원 고유의 업무인 대북관련이라면 대선에서 오해를 받을 것이라는 이유로 사업을 종료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증인 이모 씨는 2011년 5월말경 국세청 해외정보원의 최측근에게 접근해 5000만원을 실제로 건넸다고 증언했다. 다만 건네진 자금과 관련해 박윤준 피고인과 국정원 가장체사업에서 인출된 것이라는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사이는 아니며 보안사항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 공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등 관련 사건의 선고 이후인 내년 3월 15일 속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