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매년 1월 초와 7월 초에는 복수직 서기관과 사무관을 전보하고 이어서 고위공무원 전보와 부이사관·과장급 전보를 시행합니다. 그러면 익숙하던 세무서장이나 국장 그리고 지방청장의 이름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이 들어섭니다.

올해 58세 되는 1960년생과 수도권 세무서에 근무하는 1961∼1963년생 세무서장의 경우는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하였지만 혹시나! 유임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가 역시나! 하고 예외 없는 퇴직을 하게 됩니다.

필자가 국세청에 30여 년간 근무하면서 경험한 국세청의 특이한 인사 관행은 하위직이 승진하면 지방을 가거나 비인기부서로 배치되고, 서기관 이상으로 승진하면 2년 정도 조기 퇴직하는 관행이었습니다.

90년대에는 오히려 서울보다는 수도권이 인기가 있어서 지방 전출 관행이 사라졌고 본·지방청에서 장기간 근무 후 승진하였기에 일선 서에 배치되는 것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도 서기관 이상 간부 2년 조기퇴직 관행은 남아 있습니다.

이 조기퇴직에 대하여 수십 년간 조세전문지에서도 일관되게 승진적체 해소로 활기찬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하위직에서 출발하여 간신히 목표에 도달하면 서둘러 퇴직을 준비해야 하는 모습과 아직도 자타가 공인하는 유능한 인재가 연령 제한 때문에 조기 퇴직하는 것이 올바른 국세행정인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공무원의 임명과 근무 그리고 퇴직에 대하여 법 규정을 보면 헌법 제7조 제1항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면서 직업공무원임을 명시하고, 제2항에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여 정년퇴직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제2항 신분보장 조문에 의하여 조화롭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법률 조문은 국가공무원법 제74조(정년) 제1항에 공무원의 정년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60세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제2항에 공무원은 그 정년에 이른 날이 1월부터 6월 사이에 있으면 6월 30일에, 7월부터 12월 사이에 있으면 12월 31일에 각각 당연히 퇴직시킨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법 제74조의2(명예퇴직 등) 제1항에 공무원으로 20년 이상 근속한 자가 정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면 예산의 범위에서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세청의 명예퇴직은 형식적으로는 자발적 선택적 임의퇴직이지만 실제는 그 대상과 연령이 정해진 묵시적인 ‘강제퇴직’이므로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일반 직장인은 90% 이상이 조기퇴직 당한다고 합니다. 남성의 경우 50세 초에 퇴직을 당하고 여성은 47세 초에 대부분 회사에 의하여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일반 직장인과 비교하면 국세청 서기관 이상 간부 조기퇴직은 그래도 만족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론에서도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신분보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을 보면 한 번쯤 타 기관 조기퇴직 관행과 비교하고 오히려 정년퇴직 보장으로 인한 국세청 인사 안정성이 제고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올해도 20여 명의 서기관급 간부가 조기퇴직 한다고 합니다. 항상 똑같은 소회를 밝힙니다. “그동안 몸담아왔던 국세청에 감사드리고 국세 공무원으로 보람차게 일했고 생활도 어렵지 않았고 무엇보다 무사히 공직을 마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세무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국세청 발전을 기원하겠다”고 말합니다. 말과 마음이 같을지 궁금합니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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