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서 먹구름이 몰려온다

부서졌던 파도는 떠나는 듯 다시 돌아온다

파도도 이별을 위해서 무수한 연습을 하나보다

네 이름과 약속을 바다에 던지고

돌아오지 못할 바람을 손에 쥐었다

빛바랜 고백들이 포말이 되어 바다가 들끓는다

하늘을 놓친 갈매기가

비틀거리며 백사장에 내려앉는다

바다 위에 떠있는 부표가 하염없이 떠내려가고

객석에 앉아있는 수평선이 울컥인다

모든 것은 네 눈빛과 함께 사라져갔다

연습할 새도 없이 떠나는 이별은

파도소리에 묻혀진 공허한 독백을

연기하는 일이라서,

관객이 빠져나간 무대 위 배우가

리허설 없는 첫 공연을 마치 듯

이별은 그렇게 서툴게 온다

좌표를 잃은 내 눈에 해일이 인다

이별의 변주곡이 무대에 울려 퍼지며

막이 내린다

주어를 빠뜨리고 기록한 구름의 문장이

소나기로 내린다

 

[이희섭 시인 소개]

△ 2006년 <심상> 등단

△ 시집 『스타카토』, 『초록방정식』

△ 詩우주 회장

△ (현) 김포세무서 근무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