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용어·복잡한 절차에 정산 포기 대다수

2017년 55만명 연말정산…신고소득세 7천700억원
 

지난해부터 종로의 한 어학원에서 근무 중인 중국인 A씨는 올해 초 회사에서 연말정산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눈앞이 캄캄했다.

연말정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정산을 해야 하는지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말정산을 하라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며 "결국 한국인 팀장에게 내 공인인증서는 물론 거래 은행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 개인정보를 다 맡겼고 팀장이 대신 처리를 해줬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서 연말정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A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관련 안내를 거의 받지 못하고 스스로 연말정산 작업을 하려고 해도 낯선 용어와 복잡한 절차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외국인 지원기관에서 외국인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필리핀인 B씨는 "연초가 되면 연말정산에 관해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며 "일단 본인이 연말정산 대상자인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재단 안대환 이사장은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연말정산을 회사에 다 맡기는 편이고 이마저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워낙 임금이 적어 돌려받는 세금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연말정산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에서 55만8천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연말정산을 받았으며 이들이 신고한 소득세는 7천707억원이다.

지난 2013년과 비교하면 신고 인원은 16.2%, 세금신고액은 27.9% 늘어난 수치다.

연말정산은 국내에 발생한 근로소득이 있으면 국적, 국내 체류 기간, 근로소득의 규모와 관계없이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외국인 종교인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연말정산이 가능하다.

공제항목은 내국인과 대부분 동일하지만 주택자금 공제, 월세액 공제 등 일부 공제항목은 외국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19% 단일세율 과세 등 과세특례도 있어 자신이 이 기준에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외국인 근로자의 원활한 연말정산을 위해 외국인 전용 상담 전화 서비스, 환급 자동계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언어가 영어뿐이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B씨는 "외국인 연말정산 시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일일이 증빙 서류를 발급받으러 다녀야 한다"며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적어 '이럴 땐 어디로 가라', '어느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고 안내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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