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공인회계사회에서 표준감사시간 제정에 대한 전문가들 열띤 ‘토론공방’ 펼쳐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센터장, “감사자와 피감사자의 마찰 원천은 실질적 비용이다”
정도진 중대 교수, “감사시간 증가는 감사보수 증가, 오히려 감사품질 훼손 우려”

 

▲ 11일 한국공인회계사회 주최로 열린 '표준감사시간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정석우 고려대 교수(위)가 좌장을 맡았다.
▲ (좌로부터)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품질관리본부장, 정운섭 삼덕회계법인 상무,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 (좌로부터) 손창봉 LG전자 연결회계팀장, 윤장혁 파일전자 대표, 고병욱 (주)제이티 상무가 토론에 참여했다.

11일 한국공인회계사회 5층에서 표준감사시간 제정을 두고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토론공방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청회에서 논의된 수준으로 표준감사시간을 시행해야한다는 의견과, 감사 증가로 인한 비용 및 시간 증가로 기업의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1월 1차 공청회 이후 회계감사에 표준감사시간에 대한 정의를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을 충실하게 준수하고 적정한 감사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감사시간’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외부감사 대상 회사는 기존 6개에서 9개 그룹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장사 그룹은 자산을 기준으로 ▲2조 원 이상 및 5조 원 이상(그룹1) ▲그룹Ⅰ 제외 2조 원 이상(그룹2) ▲개별 1000억 원 이상 2조 원 미만(그룹3) ▲1000억 원 미만(그룹4)으로 구분했다. 코넥스 상장사 및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비상장사(그룹5)는 별도 그룹으로 분리했다.

비상장사는 자산 기준으로 ▲1000억 원 이상(그룹6) ▲500억 원 이상 1000억 원 미만(그룹7) ▲200억 원 이상 500억 원 미만(그룹8) ▲200억 원 미만(그룹9)으로 분류했다.

◆ 기업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합리적 수준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품질위험관리본부 실장은 현 표준감사시간 제정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급격한 감사시간 증가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현 수준의 감사 투입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의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제도 시행이 필요하며 각종 예외규정 및 비상장주식에 대한 3년 유예와 감사 적용률 하향조정은 적절한 감사품질 유지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고영진 NICE신용평가 정보운영본부 상무 역시 현 표준감사시간 제정은 반드시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고 상무는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난해 11월 신 외부감사법 개정 취지에 따라 표준감사시간 제정안이 정상적으로 시행돼야한다”며 “이는 감사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운섭 삼덕회계법인 상무 역시 조속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데 힘을 보탰다.

그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최종안을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에 걸쳐 적용한 후 운용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재계산 과정을 거쳐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적용하기로 한 방안에 대해 3년이 아닌, 더 단축해서 현실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업의 과도한 비용 부담 불가피

표준감사시간 증가로 인해 기업의 과도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감사를 하는 집단과 받는 집단의 마찰이나 거부감의 원천은 감사에 의한 실질적인 비용이다”며 “회계감사로 인한 비용이 늘어나면 회계감사에 대한 기업의 거부감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에 대한 부담이 대기업에 비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보완책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덧붙였다.

손창봉 LG전자 연결회계팀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인한 감사 시간 및 비용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며 “제1그룹에 속한 LG전자의 경우 현재 할애하는 2만4000시간에서 약 70%이상 감사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많은 시간을 감사에 할애하고 있는 만큼 절대적인 감사시간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회계 인프라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또 감사시간을 늘리라는 지적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회계상 문제가 된 기업들에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장혁 파일전자 대표 역시 비용을 지불하는 회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찬·반 의견이 나뉠 수 있지만, 추가 회계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회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충분한 검토와 통계자료가 모아지지 않은 제도를 당장 시행하는 것은 졸속 행정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비상장 그룹의 경우 표준감사시간 3년 유예가 아닌 전면 제외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병욱 주식회사 제이티 상무는 자사의 비용 및 감사시간 증가를 예로 표준감사시간 상한선 제시와 부작용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업종인 자사 주식회사제이티의 경우 기존 492시간을 회계감사에 할애하고 있지만,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2.2배의 감사시간이 늘어난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설정한 평균 60~70%를 뛰어넘는 범위의 감사의 경우 상한선 제시를 통해 부작용을 없애는 등 구체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감사보수 증가, 오히려 감사품질 훼손으로 이어져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감사시간 증가로 인한 감사보수 증가가 오히려 감사품질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감사시간은 감사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감사보수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며 “감사보수의 증가로 인해 감사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오히려 감사품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 교수는 “적합도 심사 위원회의 고민은 물론, 감사보수를 올렸을 때 한국공인회계사회 및 회계사분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제도 도입을 얼마 남가지 않은 현 시점에서 기업과 감사인 양쪽이 손해를 보는 치킨게임이 아닌 윈·윈 게임을 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반영한 최종안은 2월 14일 확정‧발표된다. 최종안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3개년 도에 적용되며, 한국공인회계사회는 3개년의 운용현황을 분석한 후 재계산 과정을 거쳐 다음 3개년 도에 적용할 표준감사시간을 책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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