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의원회관, 국민을 위한 소송제도 심포지엄 개최

백승재 변호사, “법조유사자격사 소송대리, 궁극적 피해 국민이 부담”

정형근 교수, “현재의 전문자격사제도 미군정·일제식민지 시대 유산”

 

▲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을 위한 소송제도 심포지엄'이 열렸다.
▲ 유기준 국회의원, 이언주 국회의원,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주최한 '국민을 위한 소송제도 심포지엄'에서 김현 대한변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기준 국회의원, 이언주 국회의원, 김현 대한변협 회장과 참석자들이 다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백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다.
▲ '국민을 위한 소송제도 심포지엄' 발제자와 토론자들.

대한변호사협회가 세무사 및 변리사를 포함한 법조유사자격사의 소송대리 추진을 전면으로 비판했다. 패소의 위험과 소송비용의 증가 등 궁극적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전문자격사 제도의 근간을 흔들며, 소송 문턱을 낮추려고 한 로스쿨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김순석)와 바람직한 소송제도를 논의하기 위해 ‘국민을 위한 소송제도 심포지엄’을 공동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백승재(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변호사는 “세무사는 로스쿨 제도 도입, 인공지능을 통한 전산화로 인해 기장 등의 세무 영역이 사라질 위기에 이르자 세무직역을 독점화 하고자 한다”며 “각 법조유사직역 전문자격사들이 그 제한된 분야를 자신들의 독점적 업무 영역이라고 주장하거나 실무적 전문성을 근거로 변호사 고유 업무인 소송대리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익하게 타 전문자격사에게 소송대리까지 맡겨서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권리를 구제받지 못한 채 상급심에 이르러 비로소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다면 오히려 사법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억울한 처분을 당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동일금지 규정을 통해 전문자격자간의 고유직무를 엄격히 구분하는 전문자격사 제도와 소송대리를 기본적 고유직무로 하는 변호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몰락시킨다”며 “어느 특정 전문자격사에게 실무적 전문성을 근거로 소송대리권이 인정된다면, 전문자격사 직역 간 확대 시도로 인해 상호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소송대리 업무의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백 변호사는 “법조유사자격사의 소송대리 시도로 인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변호사를 대량으로 배출해 소송 문턱을 낮추려고 도입된 로스쿨 제도의 도입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합리적 비용으로 국가경제와 서민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로스쿨제도보다 그들의 이익만을 먼저 챙겨주는 불합리한 상황이 초래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무공무원의 경우 자격사 시험 면제 등 손쉽게 해당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 공무원의 세무사 자격취득이 쉽다”며 “기재부 산하 국세청 공무원들이 손쉽게 세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에 공무원 퇴직 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무사에게 편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전관예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백승재 변호사는 “중기적 개선방안을 통해 변호사의 직무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변호사법을 개정하고, 변호사의 법조유사직역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동업금지규정에 대한 재검토 및 법조유사직역의 폐지 및 자격일원화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군정·일제식민지 시대 전문자격사제도, 이제는 수정할 때

이어 발제자로 나선 정형근(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전문자격사제도는 미군정·일제식민지 시대의 유산으로 이제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전문자격사제도는 과거 시대의 유산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급하게 창설한 측면이 많다”며 “전문자격사의 직무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고 상호 중복되도록 동종 또는 비슷한 직역의 종사자인 자격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에 많은 종류의 자격사제도가 존재해 동종 또는 이종 자격사 사이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과거와 달리 진입제한의 완화로 해마다 많은 자격사가 배출됨에 따라 자격증 자체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필연적으로 직역다툼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 교수는 법률 관련 직역에서 변호사와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 상호간의 동업을 허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법률 관련 직역에서 소송대리권을 부여받고자 무리한 입법운동을 하는 것은 결국 생존권 문제가 가장 중대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며 “변호사와 세무사 등의 전문자격사의 동업을 통해 평화로운 법질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전문자격사 간 치열한 경쟁과 사회의 첨단화로 전문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에서 어느 한 자격사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렇기에 비전문자격사와의 제휴나 동업, 이익 분배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을 개정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윤남근(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정형근 교수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는 변호사 수가 너무 적어 변호사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법조인접지역 자격사 제도를 도입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인접지역 자격사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변호사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세무사가 법정에서 변론을 하려면 세무사이기 이전에 변호사여야 하며 이제는 학부에서 다양한 과목을 전공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로스쿨 제도에서 기대하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세무사 등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전문 변호사의 성장을 제도적으로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소송 당사자인 국민의 입장, 가장 중요하다

토론자로 나선 윤성훈(법무부) 서기관은 결국 소송대리권 허용 여부는 소송 당사자인 국민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서기관은 “법조 인접직역에 대한 소송대리권 허용 여부의 문제는 전문자격사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며 “어디까지나 소송의 당사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법조 인접지역 역시 특정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충분한 실체법 소송법적 지식이나 소양이 없이 소송대리를 하는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소송대리 권한 분배 문제는 소송 전문성을 기초로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 손보인(대한특허변호사회) 변호사 역시 국민들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업무 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적인 협업 관계, 업무의 질적 저하, 변호사 자격자의 수 증가,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에 대한 고려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의뢰인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법률사무에 대한 명확한 분업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또 다른 측면에서의 법률유사직역에 대한 분쟁 소지가 여전히 잔존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각 개별 업무들을 충분이 검토하고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심포지엄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위한 소송제도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바람직한 소송제도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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