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딱 요즘 세무사회에 어울리는 것 같다. 지난 `17년 말 천신만고 끝에 세무사들의 숙원인 변호사 합격자들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던 제도를 폐지할 때만해도 세무사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이제 우리도 ‘1등자격사’가 되었다면서 ‘득의양양得意揚揚’했다.

얼마나 가슴의 엉어리가 풀렸든지 이 제도를 폐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전직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한 회원이 제도 폐지의 자축연에서 무릎까지 꿇고 술병을 기울였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동자격을 폐지하라는 ‘피켓 시위를 많이 해서, 현 세무사회장이 복이 많아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게 되었다는 웃지못할 말들이 돌았다. 솔직히 세무사들 정도되면서 국회와 정치가 돌아가는 세상물정을 이렇게도 모르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어찌하리!

어쨌든 세무사업계는 무술년 초부터 이른 봄날을 맞으면서 한순간 행복했다. 그런데 그 ‘봄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봄의 한 중턱인 4월, 2008년에는 이겼던 헌법재판소(헌재)와의 전쟁(세무사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에 대한 세무대리행위 전면금지는 위헌이라는)에서 패하면서 세무사회의 분위기는 ‘동토’로 급반전되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는 헌재의 결정문에 따라 세무사법 개정안을 만들었으나 변호사들은 크게 반발했고, 자칫 세무대리시장 전체를 변호사들에게 개방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순식간에 찾아왔다.

그러자 세무사회는 이를 방어할 반전의 카드로 보이는 세무사들도 변호사들의 영역인 ‘조세소송대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변호사들도 우리의 시장으로 진출하게 되었는데 우리도 변호사들의 ‘안방’을 정면으로 공격하자는 계산이 엿보였다. 소위 ‘맞불작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치밀하고 대담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줬다. 세무사회의 ‘복’의 효험이 다 되었는지 세무사들에게 소송대리권을 달라는 법안이 만들어졌으나 그 법안은 기재위 소위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다. 물론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올해 또다시, 그리고 내년에도, 후 내년에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물 파기를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 시도한 것 자체에 만족을 가진다면 후회할 일도 아니지만 이 또한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최근 국세청이 금년도 세무사자격시험 최소합격인원을 크게 늘리면서 세무사업계는 ‘설상가상’의 위기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사무실 경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기존 세무사들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미 포화상태인 세무시장에 예비 경쟁자인 시험합격자 숫자마저 크게 늘어나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사무실 경영은 필경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만난 후배 지인 세무사는 세무사사무실을 접고 ‘어디 취직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지가 오래라고 했다.

그리고 전호후랑前虎後狼이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동반자라고 하는 국세청 발 ‘위기’가 세무사들의 미래를 불안케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다름 아닌 지난달 말 국세청이 발표한 `19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이다. 영세납세자들이 세금신고를 간편하게 완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소규모 간이과세자를 위한 실시간 안내 서비스, 방문신고가 많은 업종에 대한 현장 신고지원 등을 국세청이 알아서 척척 해주겠다고 밝혔다.

또 납세자의 세금신고와 납부 안내 및 교육, 전화상담 등을 위한 세금신고 지원사업, 모바일 민원실 설치 등 구석구석 세무사들의 손길이 필요한 업무를 국세청이 다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미래의 국세행정은 세무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납세자와 국세청간의 1:1 소통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큰 그림으로 읽혔다.

그러자 행간을 읽을 줄 아는 세무사들은 당장 이제 국세청과 세무사들은 ‘동반자가 아니라 경쟁자’가 되었다. 우리도 새로운 살길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의 세무사회는 겨우 세무사합격자수 증원 문제도 풀지 못하고 있다면서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전문자격사들 중에서도 고소득자 반열에서 명성을 날리며 ‘정년이 없는 최고의 직업’으로 불리던 세무사들의 미래가 ‘부동산 컨설턴트들이 세법강의를 하고 있는데도 세무사회는 먼산 불구경학 있다’고 하소연하는 회원들의 목소리와 버무려지면서 어두운 터널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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