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춘분이 지났는데도 부동산 시장 ‘꽁꽁’
경매주택 급증 강남집값 잡으려다 ‘깡통주택’ 속출우려

가계부채 증가속도 세계2위…IMF “경제스톰”경고 대비해야
경제난국속 국세는 25조원 초과징수 “착시현상 아닌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가 지난 1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세계경제에 4대 먹구름이 짙게 끼고 있다며 ’경제적 스톰(폭풍)‘급습에 대비해야한다고 경고했다.

▲ 정영철 대기자

그가 거론한 4대 먹구름의 근거로 자국보호주의에서 빚어지고 있는 미-중간 무역전쟁과 금융긴축, 브렉시트 불확실성, 거대 경제대국 중국경기 둔화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경제는 예상했던것 보다 매우 느리게 성장하거나 둔화되고 있다”며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핵심 불확실성의 구름이 많으면 한 번의 번개만으로 스톰(Storm)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귀담아 들어야할 경고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인접국 한국은 타격강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WGS에서 정부와 기업, 가계 등의 과도한 부채와 관련, 차입비용 증가가 가파르다는 지적을 했다. 각국의 양적완화정책 기조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인데 금융긴축과 동시에 상환이자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또 영국과 유럽연합 간 브렉시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는 점도 글로벌경제 폭풍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IMF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한바 있다. 실제 기존 세계경제성장률 3.7%에서 3.5%로 낮췄고, 선진국 성장률은 당초 2.1%에서 2.0%로, 신흥개도국 성장률 역시 4.7%에서 4.5%로 각각 낮췄다.

이처럼 라가르드 IMF총재가 강한 어조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의미는 그만큼 올해 세계경제 하강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우리경제는 어떤가? 폭풍이 빗겨나갈 수 있는 안전지대인가?

정부는 전문가들이 ‘위기’라고 경고하는데도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나라 빚이 2018년 말 기준 700조원에 육박했다. 2008년 309조에 비하면 2배이상 증가했다. 나라 빚 보다 심각한 것은 가계부채다. 지난해 11월 기준 1300조원으로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이 88.4%에 이른다. 가처분소득(실제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64%에 이른다. 부족분 64%는 비싼 이자를 지불하는 카드대출 등 돌려막기로 충당한다는 결론이다.

실제소득 대비 부채비율 164%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30%이상 높은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유럽국가 가운데 심각한 재정적자 국가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보다 높은 수치다.

우리경제가 ‘위기다, 아니다’라는 분석 논쟁을 떠나 외국 학자들이 우리경제를 보는 시각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성이 요구된다.

최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애덤 슬레이드 선임연구원은 “지난 5년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을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중국에 이어 세계2위이며, 기업부채 역시 급등세를 보여, 지난해 3분기 기준 GDP대비 157.1%로 1년 만에 1.5%p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85%를 넘고 이 비율이 5년간 7%p이상 상승한 것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가장 큰 위험을 안고 있는 나라로 한국, 호주, 캐나다를 꼽았다.

이 같은 경고음이 마침내 들리기 시작했다.

1997년 IMF파동 때 있었던 ‘깡통주택’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깡통주택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보다 집값이 떨어져 이사를 하려해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법원경매정보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8년 주택경매 신청건수가 221건으로 2017년 141건에 비하면 58%가 증가했다. 경매된 낙찰가격이 채권보다 낮은 경우 2018년 1434건이나 됐다. 전년대비(2017년 952건) 깡통주택이 50%이상 늘었다.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지역에서 깡통주택 대란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으로 우려된다. 본격 이사철인 3,4,5월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봄철 이사철을 대비한 입주예정아파트 물량은 전국적으로 39만구에 이른다. 금융긴축에다 기준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춘분의 기운이 감돌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경제위기의 경고음이 가계와 기업 여러 곳에서 울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체 하는 것일까.

강남의 집값 잡으려다 경제난국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국세청은 지난해 12월31일 ‘2019년 오피스텔 및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를 7.52%, 7.56%로 각각 인상한다고 고시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지가를 평균 9.42%를 올렸다. 이중 서울강남구 삼성동 땅값이 32.4%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그 다음이 종로구 서린동 28.9%, 서초구 서초동 24.5%,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23.9%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나머지 전체 표준지의 99.6%에 해당되는 일반토지(전, 답, 임야, 주거, 상업, 공업용)는 점진적으로 지가를 올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의 공시지가 인상은 매년 예고된 일이지만, 땅값 현실화를 빌미로 유독 강남지역을 겨냥해 평균 25%이상 올린 것은 형평성원칙에 어긋난다는 반응이다. 여기에다 아파트 값 현실화가 더해지면 강남지역의 상위 5%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산층은 급격히 무너지게 되며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위기의 경고음은 부동산시장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체에서도 심각하다. 성장동력의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대기업의 도미노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소기업의 세무조정 및 성실신고확인, 경영컨설팅 등을 맡고 있는 세무, 회계업계는 중소기업의 불황으로 인해 수수료수입이 반토막 나는 등 경영의 어려움이 닥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현실은 경기 위기인데도 국세청 세수는 호조를 보여 기업이 큰 호황을 보이고 있는 듯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한 해 동안 국세청이 거둬들인 세금은 총 293조6000억원, 당초세입예산 대비 25조4000억원이 초과 됐다. 기업은 수출이 급격히 감소되어 매출액이 줄고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도 줄었다. 여기에다 최저임금마저 올라 경영상태는 악화일로다.

그런데도 세금은 25조원이 초과 징수됐다. 참 이상한 나라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