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수년 전 서울 시내 모 대학원에서 주로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데 “우리나라 조세 부담 불균형에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은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하고 물으니 전원이 동감을 하더군요.

그러면 “여러분 연봉이 5천만 원 미만인 분은 손들어 보세요” 하니까? 아무도 손들지 않고 대부분 7천만 원∼1억 원 사이에 손을 들더군요. 그래서 바로 “여러분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바로 타깃 고소득자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세율 적용구간은 그대로 있어서 소득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대부분 최고세율이 될 겁니다”라고 하자 조용해지더군요.

여기에서 국민들은 ‘나의 세금은 전혀 오르지 않고 일부 부유층의 세금만 올리는 것이 좋은 조세정책’이라고 착각을 하지만 실제는 차이만 있을 뿐 그 명목으로 모든 납세자의 세금이 올라가서 올해처럼 25조 원의 세수 초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고가 스포츠형 다목적차량(SUV:sport utility vehicle)에 대한 자동차세 부과 여론으로 전 SUV 차종에 대한 자동차세 인상, 경유에 대한 석유류세 인상 요구로 전 경유 차량 유지 비용의 증가 그리고 최근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서도 그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표준지 공시지가가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라서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고가 토지를 중심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세 부담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런 논란은 지난 2018년 7월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에 따라 이미 예고된 사항으로 당시에는 부동산 대책 등에 가려 있다가 이제 공시지가가 현실화하면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개편안을 보면 비효율적인 조세체계를 개선한다면서 저가 부동산은 세 부담이 적고 고가 부동산에 많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조세체계를 개선한다고 하였지만 실제는 낮은 것은 높게, 높은 것은 더 높게 세금을 부담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료를 보면 공시가격의 평균 실가 반영률이 60∼70% 수준이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80%로 종부세 실제 과세표준이 약 45∼60%여서 세 부담이 실가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지역에 따라 공시가격 실가 반영률만 높이면 세 부담이 적정하게 되는데 여기에 공정시장 가액비율을 80%에서 85%로 상향시키면 결국 세액 차이가 다를 뿐 전 국민의 보유세를 할증 가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유세를 올리는 이유가 소득세·거래세 등과 비교할 때 보유세는 경제활동 왜곡이 적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가장 효율적 조세라고 주장하고 OECD 국가보다 보유세 비중은 작지만, 거래세 비중은 높아서 2022년까지 선진국 수준 보유세 비중에 도달하기 위해 보유세는 계속 올린다고 하였는데 그러면 경제 활성화에 직접 영향이 있는 거래세는 내리지 않기 때문에 결국 모든 세금이 그대로 올라가는 기형적인 조세체계가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조세저항을 피하고자 정부는 묘한 착시 사례를 내놓으면서 에둘러 세금폭탄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그 예로 서울 종로구 A동에 있는 한 상업용 용지(99.2㎡ 규모)의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11.0% 올라서 7억9161만 원이던 공시지가는 8억7891만 원이 되어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는 197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22만 원(12.5%) 오르고 건강보험료는 54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8000원(1.5%)으로 조금 올랐다고 주장하고, 또 서울 중구 명동의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공시지가(㎡당)가 지난해 9130만 원에서 올해 1억8300만 원으로 배나 올라 보유세가 크게 오르지만 직전 연도보다 50% 이상 더 걷을 수 없어서 세금폭탄은 아니라고 합니다.

결국 모든 납세자의 12.5%∼50%의 세금을 올리면서 특정계층에 대한 세금부담액을 강조하여 조세저항 이라는 지적을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의 “고가 주택·토지의 경우 급격히 오를 수 있지만, 대다수 서민과 관련된 주택·토지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말대로 결국 조세저항을 줄이면서 모든 국민의 세 부담을 늘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세금을 올리더라도 3% 이내의 경제성장률과 2% 이내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적정한 세 부담 증가율을 정해야지 특정 계층에 대한 감정 해소로 비춰지는 기형적 세 구조의 개편은 전 국민의 세 부담을 늘려 계속적인 세수 초과라는 기형적 숫자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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