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은 정권의 이익이나 정략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시대적 과제”라며 “올해 우리는 일제시대를 거치며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정부들어 국정원, 검찰, 경찰에서 과거처럼 크게 비난받는 권력형 비리나 정권 유착 비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국민이 만족할 만큼의 개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총독에 의해 임명된 검사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규정돼 있었고, 경찰은 ‘칼 찬 순사’라는 말처럼 국민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던 공포의 대상이었다”며 검찰과 경찰의 개혁을 주문했다.

권력기관! 국세청은 권력기관일까.

국세청은 아니라고 잡아떼지만 누가 뭐래도 권력기관이다. 검찰과 경찰이 국민들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곳이라면 국세청은 경제권 즉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힘(권력)을 행사한다. 이른바 조세정의를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그 권력은 국민이 준 것이며, 또 국민이 그 힘을 행사하게끔 하기도 한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권력이 필요도 없고, 무섭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국세청의 권력은 어디서 나올까. 당연히 납세자들의 세금신고 내역의 적정성을 살피는 세무조사권이다. 그렇다면 이 세무조사권에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을까. 아마도 남아 있다는 쪽이 더 가까울 것 같다. 그리고 국세청에도 ‘칼 찬 순사(조사요원)’가 없지 않다고 본다. 여기서 일제의 잔재란 우리의 국세행정이 일제시대 때부터 전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위에 군림하는 그런 문화가 남아있다는 말이다.

어떤 것일까. 세무조사요원들이 조사현장에서의 갑질, 납세자와 결탁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일 등이 무시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한가지 예다. 최근에도 어떤 직원이 이런 일로 구속되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국세청은 기자들이 취재를 해도 쉬쉬한다. 특히 국세청의 한결같은 대응은 국세공무원의 일탈이 언론에 보도되면 2만여 국세공무원들과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논리를 앞세우면서 적극 방어에 나선다. 그리고 ‘조직이 크다보니 이런 직원, 저런 직원 다 있다. 대다수 직원들의 사기와도 직결된 문제이니 모른 척 해 달라’고 한다. 물론 금품을 수수한 직원이 구속이 되었다곤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적 결론이 나지도 않은 문제를 굳이 언론이 취재를 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는 국세청에 없다. 맞는 말이다.

또한 아마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이 직원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다른 조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우리가 모르는 것 아닌가’라는 국민들의 말초적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그리고 모방범죄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의 심판 이전에 알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수긍이 간다.

그런데 국세공무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세무조사 권한을 남용하여 납세자와 결탁하여 국고에 들어와야 할 세금을 마음대로 줄여주고 구속까지 된다는 것은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일제의 잔재인 ‘칼 찬 순사’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나아가 이는 많은 국세공무원들 중 겨우 한 명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정의와 신뢰’를 떠나 공직자이자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세청으로서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런 일을 적잖이 겪을 것이라는 점에서 종종 있는 일인데 ‘겨우 한 건’이라면서 아마도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국민도 국세공무원들에게 세금을 줄이는 댓가로 비굴하게 뒷돈을 주어야 할 이유는 육법전서 어디에도 없다. 자칫 납세자가 그렇게 거래를 제안해 온다고 하더라도 당차게 손사래를 쳐야하는 것이 국세공무원이라고 생각해온 기자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언론이 세무공무원의 금품수수 사건을 보도하려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가 혹시나 견물생심見物生心 이라는 미물에 미혹된 국세공무원들에게 ‘경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덧붙여 언론이 세무조사 사실을 보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여기에 있다. 감춰진 밀실에서는 담합이 싹트고, 그 담합은 부패로 자라나고, 부패는 망국의 길로 커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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