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를 대리한 소외 1(원고의 처)은 소외 2의 중개로 이 사건 농지를 매도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소외 2는 2013. 4. 30. 원고 부부에게 양도소득세 신고 대리를 위해 피고 운영의 세무사 사무소를 제안하여 승낙을 받았다.

나. 소외 2는 2013. 5. 24. 원고로부터 받은 농지원부(농지현황란에 2002. 12. 10.부터 이 사건 농지를 자경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음), 주민등록표 초본 및 자신이 보관 중이던 이 사건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서를 피고에게 팩스로 송부하면서, 피고에게 전화로 “8년 이상 자경농지이고, 그 옆에 살고 있어서 감면대상이니까 그렇게 처리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다. 소외 1은 피고의 사무실로부터 연락을 받고서 2013. 5. 27. 송금인을 원고로 하여 피고의 사무장 계좌로 세무대리에 대한 보수 150,000원을 송금하였다.

라. 피고는 2013. 6. 14. 포천세무서에 원고의 이 사건 농지 매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대리하면서, ‘원고가 8년 이상 이 사건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면서 이를 직접 경작하였으므로, 조세특례제한법 제69조 제1항에 따라 양도소득세액 75,507,632원 전액의 면제를 구한다'는 신청을 하였고, 그 양도소득세 예정신고서 및 면제신청서에 원고의 주민등록표 초본, 이 사건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서, 농지원부의 각 사본을 첨부하였다.

마. 포천세무서장은 2013. 9. 16.부터 2013. 10. 4.까지 실사를 한 결과, 원고가 8년 이상 이 사건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면서 이를 직접 경작하였다는 주장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2013. 10. 21. 원고에게 양도소득세 75,507,632원에 신고불성실 가산세 30,203,052원, 납부불성실 가산세 4,190,673원을 추가한 109,901,350원을 이 사건 농지 매도에 따른 양도소득세액으로, 그 세액의 10%인 10,990,130원을 지방소득세로 각 과세예고 통지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2013. 11. 13. 포천세무서장에게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3. 12. 13.기각되었고, 2014. 1. 2. 2013년 귀속 양도소득세로 109,901,350원을, 지방소득세로 10,990,130원을 각 2014. 1. 31.까지 납부하라는 납세고지를 받았다.

바. 이에 원고는 세무사인 피고가 양도소득세 신고를 적법하게 하지 않아 가산세 상당액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납세자로부터 조세 신고의 대리업무를 수임한 세무사가 부담하는 선관주의 의무의 내용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48412 판결)

가. 세무사와 조세 신고의 대리업무를 맡긴 납세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세무사는 위임계약의 내용에 의하여 정해지는 구체적 위임사무의 범위에서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고, 위임인인 의뢰인의 지시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그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이바지함을 사명으로 하므로, 의뢰받은 사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범위 안에서, 의뢰인이 의뢰한 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비록 의뢰인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도 그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경우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별도의 위임이 없다 하여도 의뢰인으로 하여금 이익을 도모하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를 진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3다63968 판결,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38294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제1심의 판단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피고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1) 원고가 어느 누구에게도 양도소득세 면제를 신청해 달라는 내용의 고지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그러한 신청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만연히 소외 2의 말과 소외 2가 팩스로 송부한 서류에만 근거해 원고의 의사를 임의로 추단하여 양도소득세 면제를 신청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나아가 설령, 원고가 피고에게 양도소득세를 면제받도록 해달라고 의뢰하였다고 하더라도, 세무사인 피고는 원고가 조세특례제한법 제69조 제1항에 따른 양도소득세 면제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원고에게 직접 구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세무전문가의 입장에서 적절한 설명과 조언을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그에 위반하여, 소외 2의 말과 소외 2로부터 전달받은 서류에만 근거한 채 양도소득세 면제 신청을 하고 말았으니, 역시 피고는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앞서 본 사실관계에 따르면, 소외 2는 원고의 대리인으로서 피고에게 세무대리를 위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외 2가 피고에게 원고의 양도소득세 면제신청 관련 필요서류 전부를 보내면서 위와 같이 말하였고, 원고 명의로 보수가 입금된 이상, 세무대리 위임의 의사와 구체적 위임사무의 내용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어, 피고가 본인인 원고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또한 앞서 본 사실관계에 따르면, 소외 2로부터 건네받은 서류들의 내용은 양도소득세 면제 요건을 충족하는 것들이었고, 면제신청에 필요한 서류들도 모두 제공된 상태였기에, 피고로서는 양도소득세 면제신청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원고에게 불이익한 경우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의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에게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세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수입물품의 통관업무를 위임받은 관세사가 부담하는 선관주의 의무의 내용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38294 판결은 관세사의 선관주의 의무와 관련하여, ‘관세사 또는 관세사 법인(이하 ‘관세사'라고만 한다)과 그에게 통관 업무를 맡긴 수입업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관세사는 위임계약의 내용에 의하여 정해지는 구체적 위임사무 범위에서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의뢰받은 통관 업무를 처리하여야 하고, 위임인인 의뢰인의 지시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이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다른 한편 구 관세사법(2002. 12. 18. 법률 제67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관세사에게 관세사법 및 관세법 기타 법령에 의한 명령을 준수하고 통관업을 성실ㆍ공정하게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점(제13조)이나, 관세사의 직무를 관세사나 관세사 법인 등이 아니면 취급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는 점(제3조) 등에 비추어 보면, 관세사는 의뢰받은 사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범위 안에서는 비록 별도의 위임이 없다 하여도 의뢰인이 이익을 도모하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조언하여야 하며, 의뢰인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도 그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는 관세사는 그러한 내용을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그 지시를 변경하도록 조언할 의무를 진다’라고 전제한 뒤, ‘피고(관세사)는 이 사건 수입물품의 통관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관세청장에 대한 사전회시 등 수입물품의 관세율표 품목분류번호(세번)를 확정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세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설명조언의무 등에 위반하여 원고 회사의 요구에 따라 잘못된 세번과 세율로 수입신고를 함으로써 원고 회사로 하여금 가산세를 무는 손해를 입게 한 것이므로, 원고 회사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나. 납세자로부터 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기장의 대행과 조세에 관한 신고의 대리를 위임받은 세무사의 선관주의 의무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3다63968 판결은 납세자 사업장의 카드매출자료의 상당부분이 누락된 사실을 알고 납세자에게 그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납세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납세자로부터 교부받은 매출자료만을 가지고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였는데, 그 이후 카드매출 누락 부분에 대해 추징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납세자로부터 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기장의 대행과 조세에 관한 신고의 대리를 위임받은 세무사는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바, 특히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이바지함을 사명으로 하므로 그 위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위임인인 납세자가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세무전문가의 입장에서 적절한 설명과 조언을 함으로써 위임인인 납세자가 손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원고가 당초 세금탈루의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카드매출자료를 교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들로서는 카드매출자료가 누락된 사실을 알리고, 그 누락된 경위를 물어 만약 원고가 고의로 교부하지 않은 것이라면 카드매출자료를 누락하고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 경우 추후 종합소득세경정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 경우 세금탈루로 인한 이익보다 훨씬 큰 경제적 불이익을 입게 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야 하고, 원고가 과실로 교부하지 않은 경우에도 위와 같은 불이익을 주지시켜 원고가 보다 적극적으로 카드매출자료 등을 찾아 피고들에게 교부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들은 원고에게 카드매출자료의 누락경위에 대한 질문이나 위와 같은 불이익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카드매출자료의 교부를 요구하고, 이에 원고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자 더 이상 카드매출자료를 교부 받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원고가 제출한 매출자료만을 토대로 세금탈루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함으로써 원고에게 종합소득세경정처분을 받게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은 카드매출자료를 일부 누락하고 종합소득세 신고를 함으로써 원고에게 추가로 종합소득세 등을 납입하게 하는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위 2003다63968 판결에서 피고들(세무사와 사무장, 담당 직원)의 손해배상액은 납세자의 과실비율을 40%로 보아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다.

즉, 종합소득세 경정처분에 따라 원고가 납부하여야 할 세금은 종합소득세 36,986,056원, 주민세 4,438,320원이며, 카드매출자료를 누락하지 않고 신고하였을 경우에 납부하여야 할 종합소득세는 9,369,714원, 주민세는 1,514,040원이었고, 피고들의 재무제표기장 착오로 인하여 원고가 1997년도 부가가치세에 대하여 816,070원의 가산금을 부담하게 됨으로써 원고가 피고들의 과실로 인하여 추가로 부담하게 된 세액은 모두 31,356,692원{종합소득세 27,616,342원(=36,986,056원-9,369,714원)+주민세2,924,280원(=4,438,320원-1,514,040원)+부가가치세 가산금 816,070원}이 된다.

다만, 원고도 당초 카드매출자료 전부를 피고들에게 교부하지 않았으며, 피고들의 카드매출자료 교부 요구에 바로 응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이러한 원고의 과실이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되, 그 비율은 제반사정에 비추어 40%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18,814,015원(31,356,692원×60%,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 된다고 보았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세무사가 납세자로부터 기장 대리나 조세 신고업무를 위임받은 경우 선관주의 의무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어느 정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 판결은 위 2003다63968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무사의 공공성을 인정하면서 세무사는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는 경우에도 그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반하거나 납세자에게 불이익한 경우에는 납세자에게 손해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를 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수임인의 위임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선관주의 의무의 위반 여부만 판단하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계속하여 세무사의 공공성을 언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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