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훈 교수

최근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이 새로이 임명되었다. 2009년 9월 이지수 변호사가 처음 만들어진 납세자보호관 직위에 임명된 후 필자, 신호영 교수, 이재락 변호사, 김석환 교수가 납세자보호관을 했고 이번에 김영순 교수가 여성으로서는 이지수 변호사 다음으로 두 번째로 임명되었다. 언론에서는 국세청 내 고위직으로 여성이 임명된 것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듯 보이나, 6번째의 납세자보호관으로 10년에 접어드는 납세자보호관제도를 담당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 인사라 할 수 있다.

종전 납세자보호관들에 대해 필자를 포함하여 공과가 있을 것이고, 그 경험은 여러 방법으로 현재나 앞으로 납세자보호관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정일보를 통해 드러내 놓고 기대감을 새 납세자보호관에게 보이는 것은 납세자보호관이라는 자리의 중요성과 덕담을 전달해 보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 납세자보호관제도가 미국의 납세자보호관(National Taxpayer Advocate)제도를 참조로 하고 있는데, 미국 납세자보호관인 Nina Olson이 2001년 3월 1일 임명된 후 18년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올해 7월 31일에 그만 두면서 미국 납세자보호관실(Taxpayer Advocate Service) 홈페이지(https://taxpayeradvocate.irs.gov/news/nta-personal-message)에 그 동안의 소회를 최근 밝힌 것을 보고 우리나라 납세자보호관이 앞으로 생각해 볼 부분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세부적인 납세자보호관제도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있다. 미국의 납세자보호관실은 전화번호나 사무실도 연방국세청과 따로 쓰고 있고 그 구성원도 연방국세청 현직 직원과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납세자보호관이 국회에 직접 연차보고서를 제출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한 견제기구로서 납세자보호관실의 독립성을 이야기 할 때 미국의 예가 거론되는 것은 이러한 차이를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개별세무조사에 대한 세무조사 중지, 연장 등에 대한 관여도는 우리나라 납세자보호관실이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납세자보호관실은 제도적인 개선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납세자보호관실이 국세청 본청에 소속해 있다는 것이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전문성과 실질적인 관여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국세청을 권력기관으로 생각하는 경우 그 권력의 핵심이 세무조사권에 대해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국세청 내부에서 그 견제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기세무조사 뿐만 아니라 비정기세무조사가 법에 따라 제대로 되게 하는 것은 세무조사를 실제 하는 세무공무원이 인식과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국 납세자보호관실에서 납세자권리헌장(Taxpayer Bill of Rights)의 의무교육을 연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조사국 내에 변호사를 계약직으로 뽑고 있는데 세무조사시 법적인 부분을 미리 점검토록 한다는 점에서 납세자를 위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세법이 자주 바뀌고 납세자가 어렵다고 느낀다는 상황에서 납세자 자신이 몇 년 치 세금을 내어야 하는 경우 그것이 법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국세청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때로는 이를 표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세무조사를 하는 세무공무원이 말 한마디, 표정에서 상처받기도 할 수 있는데 법에서 정한 절차를 세무공무원이 위반하는 경우라면 상처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화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실제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 최근 대법원이 세무조사의 법적 절차 준수를 강조하고 이 위반만으로도 위법한 행정처분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세법에 대한 전문성을 세무공무원이 정말 키워야 할 때라 할 수 있다.

조사국 자체, 국세공무원교육원의 역할도 있겠지만 납세자보호관실에서 국세기본법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납세자권리헌장의 내용과 그 정신을 세무공무원에게 보다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네 죄는 네가 알렸다’는 식으로 세무조사 나가면 얼마는 내어야 한다고 무조건 윽박지르는 일이 없도록 조사국 이외에서 견제하는 역할을 납세자보호관실에서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제대로 안되면 국세청 외부의 세무조사 견제에 대한 요구를 통해 국세청 감독을 위한 외부통제기능이 강조될 수 있다.

한편 납세자와 국세청과 접촉이 꼭 세무조사의 경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원을 위해 세무서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국세청에 대한 인상이 좌우될 수 있다. 세무서의 민원담당창구가 여러 유형의 납세자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피로감도 있을 수 있지만, 체감세정의 변화는 그곳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변화된 국세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당 세무서의 세무서장, 지방국세청, 관련 업무의 본청 담당국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납세자의 입장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납세자보호관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인터넷의 발달, 스마트폰의 이용, 정부간 개인정보 공유 확대 등 여러 변화가 있는데, 납세자는 국세청 이외의 다른 행정서비스와 비교를 하면서 국세청의 납세서비스를 평가할 것이다. 담당공무원의 경우 국세청 내부의 감사, 외부의 감사 등을 고려해서 되도록 많은 자료와 근거를 받으려 하지만, 이 모두가 납세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부분일 수 있다. 통장의 사본 제출 여부를 포함해서 납세자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납세협력비용 절감이라는 거창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개선하면 납세자의 환영을 받을 조치들이 가능할 수 있다. 철저히 들여 다 보아야 하는 탈세자를 전제로 한 세무행정 보다는 성실한 납세자를 전제로 한 세무행정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무행정에서 변화는 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기는 하다. 교수 출신으로 법해석과 제도 설계에 주로 관심 갖고 접근했다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을 접했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이야기이기도 하다.

납세자를 위해 사업자등록을 관할 세무서가 아닌 전국 어느 세무서든 가능하도록 바뀌었을 때 주차 시설이 잘 완비되어 있고 세무대리인들이 많이 밀집된 서울의 특정 세무서에 일이 집중되면서 창구가 붐벼 이에 따른 납세자와 담당세무서 직원들의 불편이 문제된 경우가 있었다. 국세청 본청의 결정이 일선 세무서에서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그 변화는 납세자가 직접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것이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보람된 일일 수 있다.

국세청 본청과 일선 세무서의 관계에서 서로 의견교환이 중요하지만,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관계에서 의견 교환도 매우 중요하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담당하기 때문에 세법개정을 통해 세정의 변화를 꾀하는 경우가 있다. 국세청 내부에서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세제실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현실성 있는 세정변화와 그 속도를 납세자 권익을 보다 높이고 보호하는 측면에서 들여다 보아야 할 곳이 납세자보호관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 납세자보호관실과 달리 우리나라 납세자보호관실에서는 과세전적부심이나 국세심사 등 개별 과세불복에 대한 것을 담당하고 있다. 조세불복제도를 어떻게 하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는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개별 사건에 대해 국세청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송이전에 적법하지 않은 과세는 유지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조세불복제도에서 전문성, 공정성, 신속성 등을 달성해야 하겠지만, 납세자보호관실 혼자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납세자보호관이 개별 사건 하나하나 미리 검토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새 납세자보호관께서 더 잘 하겠지만 개방직이라는 특수한 직위의 특성상 국세청 다른 공무원과 같아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달라서도 안 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국세청은 권력기관이어서는 안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기 쉽지는 않지만 본연의 징수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납세자보호관이 할 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 납세자보호관의 경력을 볼 때 임명되면서 생각하신 납세자를 위한 여러 생각을 잘 실현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직위의 탄생은 국세청을 위해서가 아닌 납세자를 위한 것이기에 판단하기 어려울 때에는 납세자의 말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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