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중앙지검 4차 공판 속행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추적하는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에 협조하고 국가정보원 자금을 미국 국세청 요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4차 공판이 15일 열렸다.

박 전 차장에 대한 공판은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앞으로의 재판은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었음을 가정하고, 원 전 원장이 DJ 비자금 추적에 박 전 차장을 이용해 실제로는 공동정범인지 간접정범인지를 가려내는 것에 집중될 예정이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송인권)의 심리로 열린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국고 등 손실)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는 김석규 전 국정원 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DJ 비자금 추적업무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증인인 김석규 전 국정원 국장은 국정원 내 방첩국장으로 근무하다 대전지부장으로 문책성 발령을 받고 퇴임한 인물로, 2009년 5월부터 원세훈 전 원장과 최종흡 전 3차장 등의 지시 하에 DJ 비자금 추적을 분담해 실행했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당시 특명팀은 재미교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된 인물로 알려진 H씨를 미행·감시하기 위해 방첩국 내 위장사업을 통해 감시를 하고 미행과 감시에 필요한 예산도 위장으로 신청해 그 자체 사업인 것처럼 꾸며 내사를 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국정원은 DJ 비자금을 표면화하기 위해 DJ 비자금과 관련된 첩보를 제공한 T씨를 포섭해 미국 내 언론에 폭로하고 국내 보수언론 등을 이용, 인용 보도하려고 했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김 전 국장은 국정원장과 차장의 지시를 받아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북한으로 송금되려한다는 첩보는 대북관련성이 명확히 있는 국정원의 직무라 이해하고 실행했으나, 국세청 측의 정보원인 미국 국세청 근무의 해외정보원 첩보는 대북관련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외정보원의 첩보는 미국 내 한인보수단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알려진 D씨 등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한 미국 내 수사상황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국정원은 당시 H씨가 뉴욕프라자를 매수하는데 사용된 자금이 DJ비자금인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김 전 국장은 당시 국세청과 협조가 됐다는 지시를 받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의심은 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비자금 추적 사업이 비자금 표면화 및 폭로에 초점이 맞춰진 것 등을 미루어볼 때 정치적인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장과 차장이 존재하고 일부의 업무만 담당하는 국장의 지위에서 특정인물의 내사·감시 업무를 담당해 전체적인 그림을 조망하지 못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윤준 전 차장 측에서는 DJ 비자금 추적 업무가 국정원 외의 인물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조사한 것인지 알 수 있냐는 질문을 건네며 박 전 차장이 정치적인 의도나 고의를 가지고 국정원과 협조했던 것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그동안의 재판이 원세훈 전 원장의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박윤준 전 차장이 공동정범인지 간접정범인지를 초점에 맞추어 고의여부를 다툴 수 있는 쪽으로 집중해 재판을 속개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16일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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