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금대출 연장위해 특수관계회사 이용 가공거래 의혹

56억원대 과세에 불복 ‘심판청구 이어 행정심판’까지 제기
 

합판을 수입해 유통하는 과정에 실제 물품은 창고에 그대로 둔 채 약 900억원대의 가공거래(허위세금계산서 발행)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A업체가 이같은 가공거래의 목적이 매출을 부풀려 특별자금 대출을 연장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과세자문위원회 회의 결과 4:3으로 과세하지 않기로 한 결과를 토대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주심 송현경 부장 판사)는 지난 18일 오후 4차 심리를 열었다. 재판에서 당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고발을 담당한 중부지방국세청 K조사관이 출석해 2차 심문이 있었다.

이 과정에 검찰 측은 A사가 매출을 부풀린 이유는 특별대출자금을 연장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재판을 진행되고 있다.<본지 3월13일자 참조>

지난 1993년 합판수입 및 합판임가공 등의 도매 및 제조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된 A사의 특수관계 업체와의 허위거래에 대해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약 5년간 거래내역을 토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A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중 매출현황은 2012년 749억원, 2013년 714억원, 2014년 719억원, 2015년 814억원, 2016년 823억원, 2017년 656억원으로 2016년 823억원의 매출이 2017년 들어 165억원이 감소한 658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또한 검찰은 특별자금대출이 늘어난 2012년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A사는 외환단기차입금 691억원과 장기차입금 258억원(기업은행 177억원, 국민은행 81억원) 등 총 949억원 상당을 대출받았다.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K조사관은 1차 증인심문에서 “세무조사가 실시된 이후 매출이 뚝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바 있어 세무조사 시점인 2017년 큰 매출하락의 요인에 대해 더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A사가 가공거래를 통한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목적이 대출 또는 대출연장을 위해 행해졌다는 검찰 측 주장이고, A사측은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맞서고 있다.

A사의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단기차입금은 기업은행 6억 803만원이고 외환단기차입금은 기업은행 53억 2573만원이었으며, 장기차입금(시설자금)은 기업은행에 2.37% 저리로 293억원이 있다. 여기에 기업이 신용장을 개설하면 은행이 일정기간 대금을 대신 지급하는 유산스는 기업은행 258억 9815만원, 국민은행 14억 2759억원, 하나은행 5억 4978만원 등 총 278억 7552만원에 이르고 있다.

또한 유동자산은 342억원, 토지 531억원이며 부채는 644억원인데 주거래은행인 기업은행에 주요 담보로 잡혀있다. 이번 재판에서 주거래은행인 기업은행 지점장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심문도 진행됐다. 당시 Y지점장은 거래금액으로 보아 자신이 결재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고 밝힌바 있다.

18일 4차 심리에서 증인으로 나선 중부지방국세청 K조사관은 ERP자료가 결정적 증거로 검찰에 고발한 계기가 됐으며, 물건의 반품이나 하자 등으로 인해 유통에 문제가 있으면 수정계산서를 발행해야 하는데, 확인한 바 없고 회사 측에서도 그에 대한 해명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3차 심리 때와 마찬가지로 특수관계 회사의 거래관계에 있어 P대표가 직접 관리했다고 밝혔으며, 첨부된 중기업신용평가표에 대해 매출액이 신용평가에 반영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세자문위원회 결과 과세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도 불구하고 과세를 하고 고발을 했는데, 이와 같은 사례가 있는가라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 현재 이러한 큰 건의 사례가 있어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한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K조사관은 A사의 P씨가 대표로 있는 또 다른 계열회사인 O사→M사(대표 B씨, 구속)→C사(대표 O씨, P씨의 아내)→N사→A사(대표 P씨, 구속) 형태의 거래는 같은 날 출발해 같은 날 A사로 매입되는 전형적인 회전거래로 처음과 끝이 품목과 수량이 같은 거래가 많아 우연히 일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처럼 이상하다고 한 부분에 대해 회사 측의 해명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변호인 측이 회전거래가 모두 가공거래이면 모두 허위세금계산서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K조사관은, “누락될 수는 있어도 조사가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목적인 자료상을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한가지와 이번처럼 외형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조세포탈 목적은 아니어서 이것을 전제로 과세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판매한 회사가 대금을 결재할 능력이 없으면 물건을 다시 회수한다면서 정상적인 거래임을 강조했다.

한편 A사의 회계감사를 담당한 감사반의 회계감사가 적정했느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A사를 감사한 팀은 개인 회계사가 3명이 참여한 감사반으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감사를 맡아오고 있으며, K조사관이 밝혔듯 ERP 자료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는 회계 상 문제점을 전혀 지적하지 않았고, 적정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감사반장을 맡은 C회계사는, 막대한 금액의 허위계산서 발행 등에 알지 못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회사 측에서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하고 현재 재판 중이라 뭐라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반에 참가한 G회계사 역시 “그 회사에 대해 기억이 없으며, 보조로 참여했다”고만 말했다.

한편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경우 조세법처벌법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탈루한 세액의 3배 이하를 벌금으로 내려지는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통상 본인이나 사업장 이름으로 부과되는 세금을 정확히 납부한다면 문제될 수 없으나 허위매출이나 매입내역이 기록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납부해야 할 세금을 포탈하거나 대출이나 보조금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

이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에 의거해 거래액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부과하고 있다.

회사 대표인 A씨는 32억원에 달하는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억 3000만원을 선고받자, 형법 체계상 정당성을 상실한 규정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2017년 헌법재판소(2017헌바226)는 “거래관계가 없었는데도 거래를 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해 주고받는 이른바 ‘무거래 세금계산서 발급’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법조항 중 ‘영리의 목적’이란 ‘널리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할 목적’을 의미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면서 “세금계산서 등을 거래 없이 수수하는 등의 행위는 세정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이를 예방하고자 불법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징표인 공급가액 등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8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죄를 범한 자 중 공급가액 등의 합계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또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행위는 징역 3년 이하에 처하거나 탈루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실제 사례로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제조업체를 운영한 D씨 형제는 회사 운영이 어렵자 전국 6곳에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각 회사별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 수취하는 수법으로 금액이 무려 1400억원대에 이르렀다. 즉 매출을 부풀려 총 242억원대 어음을 발행하거나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조세포탈이나 부정환급 등 목적의 범죄는 아니지만 징역 3년에 벌금 160억원을 선고한바 있다.

또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 8월까지 플라스틱 도소매업체 12개 업체와 총 1400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즉 공급업체와 구매업체 등을 낀 상태에서 물품없이 세금계산서와 물품 대금만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외부거래를 늘리기 위해 목적으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

지난 2017년 남인천세무서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직원이 일탈이 아닌 현대글로비스 간부와 거래처와 짜고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바 있으며, 이에 검찰은 지난해 5월 현대글로비스 본사를 압수수색한바 있다.

해당 전 직원은 1심에서 징역 및 집행유예 처분,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며, 검찰 측에서 2심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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