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 개청되는 초대 인천지방국세청장에 최정욱 국세청 국장이 임명됐다. 세정가에서는 그간 개청준비단장으로 영일없이 일해온 이청룡 중부청 조사4국장이 승진 임명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한승희 국세청장은 그를 서울청 조사2국장으로 ‘낙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 청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생활적폐’ 청산을 위해 던진 내밀한 한수라고 보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청 조사2국은 지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술집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 국세청은 당시 세무조사에서 아레나와 관련해 조사2국이 제보된 모든 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왜 아레나에 대한 조사만 실시했는지, 또한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조사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나아가 “2018년 아레나 세무조사 때 클럽 아레나의 세무대리인이 전 강남세무서장이었고, 대부분의 세무서장들이 관할지역에서 세무사로 개업하고 있다”며 “어제의 세무서장이 오늘의 세무대리인이 되는 것은 국세청 퇴직공무원의 관행이며 현행법으로 불가토록 하지 못했으므로 다른 대책이 있어야한다”는 국회의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언론에 보도된 혐의만 보더라도 국세청 공무원과 유착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세청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지난달 26일 국세청의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심상정 의원).

여기에 더해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세무대리인으로 지목된 전 강남세무서장 출신 세무사 A씨를 참고인으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아레나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던 당시 강씨가 A씨를 통해 세무조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강씨가 A씨를 통해 세무공무원들에게 금품을 건네 세무조사 무마를 시도하는 등 유착 사실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 씨가 세무조사에 대비해 A씨에게 현금 2억원을 전달했다는 관련자의 진술이 나왔다는 일부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사건초기 세무대리인과 조사요원들과의 ‘부적절한 접촉 가능성은 없었고, 실사업자를 찾지 못한 것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그랬다’며 이 사건이 혹시나 국세청 조사요원들에게 불똥이 튈 것을 철저히 차단해 오던 국세청이 국세청 내에서 ‘청렴’하고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이 국장을 조사2국장으로 전격 투입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국세청에 쏠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인 것.

이같은 분석은 이청룡 국장의 이력에서 나온다. 이 국장은 국세청 내에서는 ‘일밖에 모르는 깐깐한 공직자’로 소문나 ‘이청렴’이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국세청과 정부의 감찰(청렴)쪽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04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06년 국세청 감사관실 청렴계장, `08년 감사관실 2·3계장, `13년 국세청 세무조사 감찰T/F팀장을 거쳐 `14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탁돼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다. 이후 대전청 조사국장, 강남세무서장, 부산청 징세법무국장, 중부청 조사4국장을 지내고 있다.

그의 이력처럼 이 국장이 이번에 서울청 조사2국장에 발탁된 것은 지난 `17년 강남세무서장을 지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 세무서장들이 대부분 그 자리에서 개업을 준비하던 소위 ‘유순한’ 세무서장들이었으나 이 국장은 앞으로도 승승장구 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시 그가 강남세무서장으로 부임하자 강남세무서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말도 나왔었다.

그래서 이청룡 국장의 서울청 조사2국장의 발탁은 전직 강남세무서장이 대리한 아레나의 의혹을 또다른 강남세무서장 출신의 손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는 대목이라는 것. 원칙주의자 이청룡 국장의 ‘아레나 해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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