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습체납자의 누적 체납액 총 107조 8462억원. 2018년 12월말까지의 통계다. 현재 국세청 홈페이지에 신상이 공개돼 있는 이들이 체납한 금액이다. 체납자의 숫자는 총 7만4135명이다.

세금은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인지, ‘국방을 튼튼히 해달라, 교육을 시켜달라, 도로를 놓아 달라, 투표권을 가지게 해 달라’라는 등 국민주권을 요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인지를 논하기 이전에 소득을 가지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볼 때 나에게 주어진 세금을 내는 것은 ‘양심’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숫자의 세금이 늘 체납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 체납액을 국세청이 방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작년 한해동안만 국세청이 이들 고액·상습체납자들로부터 징수한 체납액은 1조4038억원에 달한다. 고액·상습체납자 외 소액‧일시 체납자로부터 거둔 숫자까지 합하면 1조8800억원이라고 한다.

달리생각하면 얼마나 살기가 어려우면 ‘양심’까지 저버린 채 세금을 내지 못하고 있을까. 아마도 세금보다 생계가 더 앞서니 그런 일이 생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재산을 다른 사람이름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업에 실패하여 부득불 세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18년 11월)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고액·상습체납자들을 보면 개인이 35251건, 법인 16475건이다. 이중 서비스업 2804건, 부동산업 1962건, 도소매업 2976건, 건설업 4904건, 제조업 3644건, 기타 185건 등이다. 경기의 좋고 나쁨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가장 많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이들 고액·상습체납자들도 밀린 세금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체납기간 1년이상, 체납국세 2억이상이면 고액·상습체납자로서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들 고액·상습체납자들을 ‘양심에 털난 사람들’이라고 욕하기 이전에 이들도 세금을 기꺼이 낼 수 있는 선순환의 정책이 더 필요한 것 아닐까.

그런데 이들 고액·상습체납자들 중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은 몰라도 부가가치세를 체납한 것은 소위 ‘나랏돈’을 중간에서 떼어 먹은 것이라는 점에서 악의적이다. 하지만 이들을 전적으로 나쁘다고 볼 수 있을까. 부가가치세를 사업자가 보관했다가 납부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사업자들을 범법자로 만든 것은 아닐까하는 반문이 나온다.

부가가치세, 사업자들이 보관했다가 내는 게 아닌 국세청이 곧바로 받는 시스템으로 빨리 바꾸어야 한다. ‘견물생심’이라고 돈을 보면 나쁜 마음이 들게 된다. 지금의 시스템은 ‘니들 떼먹기만 해봐 가만 안둔다’라는 정책이다. 부가가치세를 체납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즉 ‘유혹의 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하여 납세자들을 유혹에 들지 않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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