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변천…고려 성종15년 때 稅錢이라는 용어 첫 사용

조선말까지 계속 사용되다 일제강점기에 稅金으로 통용

▲ 노형철 고문
(법무법인 세종)

우리나라 세법은 복잡하고 난해해 이해하기 어렵다. 보다 쉽게 접근할 수는 없을까? 최근 노형철 세무사(법무법인 세종)가 펴낸 ‘세법요해’라는 책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세제를 요약하여 집필했다.

‘세법요해’는 전체세법을 이해할 수 있게 총론서 및 개론서의 역할을 하면서 조세부과의 역사와 배경도 함께 설명하여 이해 폭을 넓혔다. 이 책은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해결할 때 세법전을 찾아보지 않고도 세법을 이해하도록 표와 그림을 곁들여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세법요해의 핵심은 조세에 대한 법률적, 역사적, 재정이론적인 고찰과 함께 국세에 관한 주요세법을 설명하면서, 세법의 개정배경, 문제점, 조세부과시 쟁점, 예규-판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노형철 세무사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25년간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조세심판원 등에서 일했다. 세정일보는 복잡하고 난해한 세법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를 초빙,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세법으로 재탄생시킨 ‘노형철 세무사 의 세법강의’를 장기 연재한다. / 편집자

1. 조세의 개념은?

조세(租稅)의 어원을 살펴보면, 조세(租稅)는 조(租)와 세(稅)의 합성어이다. 租에서의 禾(화)는 곡식을, 且(차)는 '取(취할 취)'의 뜻으로서 곡식을 거둬들이는(且) 모양을 뜻하는 글자이다. 그리고 稅자에서의 兌는 脫(떼어낼 탈)의 약자이므로 稅는 가을 수확 시에 나라에서 일정량을 떼어내는 곡식의 모양을 뜻한다. 따라서 조세는 ‘나라에서 취하거나 떼어가는 곡식’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조세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세금(稅金)’이라는 용어는 고려 성종 15년(996년) 최초로 화폐가 통용되면서 ‘조세로 바치는 돈’이라는 의미로 ‘세전(稅錢)’이라는 용어가 조선말까지 계속 사용되어 왔으며, 일제강점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의 영향을 받아 세전이라는 용어가 없어지고 세금(稅金)이라는 용어로 본격적으로 통용되었다.

현재는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법률적이고 학문적인 용어로는 ‘조세’라고 표현하고 있고, 일반인에게 친숙한 용어로서 ‘세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59조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조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조세의 정의(定意)에 관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 국세에 관한 기본적인 법률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 제2조(정의)에서도 ‘국세’란 국가가 부과하는 조세 중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을 말한다고 하고 있으며, 지방세기본법 제2조에서도 지방세라 함은 ‘특별시세, 광역시세, 도세 또는 시ㆍ군세를 말한다’고 하여 과세주체별로 부과할 수 있는 지방세의 종류만을 열거하고 있다.

법령상 조세의 정의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조세의 정의는 학문적인 개념을 따를 수밖에 없다. 국어사전에서는 ‘정부가 재정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거두어들이기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稅金)’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재정학에서는 학자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수입을 조달할 목적으로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정한 반대급부(反對給付)없이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부과․징수하는 금전적 급부’라고 정의하고 있다.

납세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부터 국방, 치안, 도로, 항만 등의 공공재를 제공받기 때문에 조세도 반대급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반대급부가 납세자가 부담하는 조세의 금액과 비례하지 않고 특정한 반대급부를 받기 위하여 지출되는 것도 아니므로 조세는 직접적인 반대급부가 없이 지출하는 금전적 급부이다.

국공유지불하대금, 행정수수료, 특허료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특정한 재화나 용역의 제공을 받고 그 대가로 납부하는 금전은 직접적인 반대급부가 있으므로 조세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으며, 또한 자발적으로 국가에 납부하는 기부금도 조세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조세의 부과는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부과되는 것이며 조세와 성질이 같다고 하더라도 세법이 아닌 타 법률에서 조세와 유사한 성질의 부담금을 부과하더라도 조세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조세와 그 성질이 유사한 강제적인 부담금이 많이 있으며 이와 같은 부담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상 조세수입으로 계상하고 있지 않으나 국민부담면에서는 조세와 유사한 부담금이므로 “준조세(準租稅)”라고 부른다. 이러한 준조세는 사실상 조세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를 조세로 분류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조세부담을 왜곡시키는 것으로서 조세법률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외국의 예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에는 국세통칙법 제2조(정의)에서 ‘국세라 함은 국가가 부과하는 조세 중 관세, 톤세 및 특별톤세 이외의 것을 말한다’고 하여 관세 등 일부세목을 제외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모든 조세를 의미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조세’ 그 자체의 정의에 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에도 법령상 조세의 정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미국 국세청(IRS)이 발간한 용어집에서는 조세(Taxes)를 ‘공동체 전체의 편익을 위한 공공재와 공공서비스의 제공에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정부에 지출하는 금전 (Required payments of money to governments that are used to provide public goods and services for the benefit of the community as a whole)” 로 정의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법령에 조세의 정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데 , 1919년에 제정된 독일의 조세기본법(Abugabenordnung)에서는 ‘조세란 특별한 급부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닌 급부의무에 따라 법률이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공법상의 단체가 수입을 획득할 목적으로 부과하는 1회 또는 계속적인 금전적 급부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에게 사실상 조세와 유사한 강제적인 부담금을 신설하면서 조세의 형식으로 징수하는 경우 국민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여 세목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세체계로 흡수하지 않고 변칙적으로 새로운 부담금제도를 신설하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세에 대한 용어의 정의를 법률에 두고 조세적 성격의 부담금은 조세의 종목으로 흡수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국가전체의 조세부담에 대한 통계에서 준조세가 제외됨에 따라 국민부담이 왜곡되고 재정이 변칙적으로 운용되는 것도 방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부담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료부담금을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es), 의료보장세(Medicare Taxes), 연방 및 주정부 실업세(Federal & State Unemployment Taxes)로 징수하고 있어 정부의 조세수입에 포함되어 예산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GDP의 6.6% (2014년 기준)에 달하는 사회보험료 부담금이 조세수입에서 제외되어 있고, 사회보험료의 징수도 각 공단에서 조세수입과 별도로 징수․관리함에 따라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

2. 정의(正義)로운 조세는?

고대로부터 철학자들은 ‘정의(justice)’에 대해 당시의 시대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저서 ‘국가론(The Republic)’에서 국가와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 들간의 조화를 이루고, 공동생활에서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 것을 가장 정의로운 상태로 보았으며, 이러한 조화와 균형은 이성(지혜, 용기, 절제)를 가진 자가 지배함으로써 달성된다고 생각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론(Nichomachean Ethics)’에서 정의는 평등(equality)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각자가 마땅히 분배받을 몫을 분배받는 것(principal of desert)을 정의라고 주장하였다. 분배의 기준은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분배’하는 것이다. 개인간의 재화의 거래하는 경우 재화의 가치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나, 사법적 영역 또는 형법적 영역에서 사회구성원을 모두 대등한 당사로 보는 것과 같이 각자에 대한 배려없이 동일하게 대우하는 平均的 正意(절대적 정의)와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나 능력에 따라 보수를 달리 받는 것과 같이 각자의 능력과 특성을 고려하여 배분하는 ‘配分的 正義(비례적 정의)’로 나누어 설명한다.

현대 철학은 정의의 관점을 공리주의(Utilitarianism)에 두고 ‘최대 다수의 최대의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을 정의로 보는 것이며(Jeremy Bentham), 이에 대해 John Stuart Mill은 공리주의에 공감하면서도 각인이 느끼는 쾌락을 동일하게 보는 것을 반대하고, 쾌락의 질적인 면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하였다.

이에 반해 현대의 자유주의 철학자들(I.Kant, John Rawls)은 개인의 불가침적인 인권(생명, 자유, 재산권)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라고 보았다. 각인은 자신을 소유하고, 자신의 노동도 소유하며, 각인이 노동권을 투입하여 취득한 물건을 각인이 소유하며, 조세를 통한 재분배는 이러한 자연권을 침해한다고 보며, 상속과 증여는 정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조세의 역할에 대해 정의론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철학자들은 제도주의적 재산권 모델을 지지하는 바, ‘시장과 그와 관련된 자유 및 권리등은 공공시스템과 법제도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권리의 실현에는 제도 비용이 소요되며 조세를 통해 조달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H.Simon은 ‘우리가 자신에게 매우 관대하다하더라도 소득의 5분의1 정도만 온전하게 내 자신의 노력에 의한 보상이며, 나머지 5분의 4는 엄청난 생산적 사회시스템에 대인들이 참여해서 이룩한 사회전체적 세습재산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세상의 정의(Justice in Taxation)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같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소득세 등 각자의 능력과 특성을 중시하는 人的 稅金은 응능부담의 원칙(the principle of tability)에 입각하여 능력이 많은 자가 세금도 더 많이 내게 하는 배분적 정의에 입각하여 과세하고, 간접세와 같이 재화나 용역의 거래에 대해 부과하는 物的 稅金은 각인의 능력과는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평균적 정의에 입각하여 과세하고 있다.

조세에 의한 소득재분배도 공동체주의, 공리주의에 따르면 소수의 보호를 통해 미래의 행복들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정의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사회전체의 효용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3. 조세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나?

조세는 인류가 공동체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하게 되었을 것이다.

원시부족국가에서도 부족장은 사냥을 통해 공동으로 획득한 노획물 중 일부를 거두어 들여 사냥을 하는 동안 가족을 맹수나 다른 부족으로부터 보호해준 병사들과 사냥기구를 제작하는 장인 등에게 나누어 주었다. 농경사회에 있어서도 농지와 부족을 지키기 위한 병사들을 유지하고 제천의식과 같은 부족 공동의 행사를 거행하기 위해서 경비가 발생할 것이고 부족장은 그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그 경비를 부담시켰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공동체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바로 세금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공동체와 같이 공동체의 구성원이 적은 경우에는 이러한 공동체 유지비용의 부담이 상호합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 졌을 가능성이 크나, 공동체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공동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자가 많아지면서 자발적인 부담만으로는 운용이 어렵게 되므로 점차 강제성이 강화되었다.

가장 오래된 조세의 기원은 성경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기원전 1500년 전으로 추정되는 모세의 율법에서는 제사 등 성전운용에 필요한 비용으로 토지와 곡식, 과실, 우양(牛羊) 등의 10분의 1을 내도록 강제하고 있다.

모세의 시대보다 앞선 기원전 1,700년경 이집트로 건너가 총리대신을 지낸 히브리인 요셉은 7년의 풍년을 통해 저장한 곡식을 그 다음 7년의 기근 때 이집트와 주변 민족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백성들이 보유한 가축, 토지 등을 대가로 받아 이를 파라오의 소유로 한 후, 파라오 소유 토지를 다시 백성들에게 임대하면서 그 대가로 곡식 소출의 5분의 1을 파라오에게 바치라고 한 기록이 있다. 당시 제사장들은 파라오로부터 곡식을 배분받았으므로 제사장들의 토지이외 이짚트 대부분의 토지가 파라오 소유가 되었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이집트에서는 곡식 외에도 포도, 생선, 꿀, 목축 등 다양한 대상물에 세금을 부과하였으며 세리들은 이집트 사회의 구석구석을 철저히 감시하였다고 한다.

한편, 민주주의의 모태인 그리스에서는 강제적인 세금보다는 부자들의 기부를 통해 재정수입을 조달하였고, 세금은 통행세, 노예수출입세, 매춘세 등이 있었고 세금징수를 업으로 하는 징수업자가 있었다.

고대의 세금은 소득과 재산의 격차가 별로 없었던 초기에는 인두세(人頭稅)와 유통세로 충분하였으나, 산업화가 되면서 점차 소득과 재산의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담세능력이 있는 재산(property) 보유자에 대해 재산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였고, 재산과세의 불공평성이 부각되면서 보다 공평한 세부담을 지우기 위하여 소득(incom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근대적인 소득세를 부과하게 되었다.

절대군주시대의 조세는 강제적, 수탈적인 개념이 강하였으나 절대군주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민의 기본인권보장을 강력히 제창하는 시민국가가 탄생하였으며, 시민국가에서는 국가라는 통치단체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납세를 모든 시민의 의무로 승인하되, 그 부담의 종류와 정도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시민의 대표들이 참가할 수 있게 하여 조세에 있어서도 시민주권의 원리를 관철시켰다.

즉, 조세의 세목․세율․징수․부과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법률로만 규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근대사회에 있어서 중요한 기본인권으로서의 시민의 재산권을 부당히 침해할 수 없도록 조세에 관한 사항을 법률유보사항으로 하는 것을 뜻하는 바, 이것이 조세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이다.

조세법률주의는 1215년 영국의 대헌장(Magna Carta)에서 비롯되었고,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Bill of Rights)은 처음으로 근대적 의미의 조세법률주의를 헌법적 기본권으로 승화시켰으며,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선언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이를 더욱 구체화시키면서 조세법률주의는 계속 발전되어 왔다. 오늘날에 있어서도 행정부의 과세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으로서 조세법률주의는 여전히 중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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