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TF 뿐만 아니라 감사원도 자료확인에 ‘한계’ 인정
 

현 정부 들어 임명된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세청의 적폐청산을 위해 지난 2017년 ‘국세행정개혁TF’를 발족하고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라고 지적받은 건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개혁TF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표적으로 한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며 중대한 위법사실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1월이었다.

당시 개혁TF는 자문기구였던 만큼 자료열람에 한계가 있어 감사원에 추가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국세청은 TF 점검을 토대로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했으며, 그 결과가 1년이 훌쩍 지난 2019년 4월 드디어 발표됐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교차세무조사 운영 및 개선방안 추진실태’ 보고서에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단초를 제공했다는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어떻게 진행된 것이었는지, TF 결과보고 보다도 못한 자료를 내놓았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2008년 7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비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의 조사가 아닌, 재계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의 조사였다. 당시 문제가 된 이유는 노 전 대통령 후원자에 대한 표적조사라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렇듯 관할 국세청이 조사하지 않고, 다른 지방청에서 조사하는 것을 교차세무조사라 한다.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사업을 하는 사업자에 대해 공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당시 태광실업에 대한 조사는 외견상 문제점은 없었지만 교차조사 신청부터 조사착수까지의 절차가 짧은 시간에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일부 조사는 법에서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는 중복조사까지 진행되기도 했으며, 세무조사가 종료되기도 전에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등 국세청의 조사는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개혁TF는 태광실업 조사결과에 대해 “교차조사 선정사유가 명확하지 않고, 교차조사 과정에서 과도한 관련인 추가 선정 및 조사범위 확대, 이례적으로 단기간의 교차조사 신청·승인 기간, 중복조사 실시, 특정인의 과도한 개별 조사관여 정황 등 조사권을 남용해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위배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는 “국세행정개혁TF의 점검 결과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나타난 OO주식회사(태광실업) 교차세무조사 사례의 경우 조사대상자를 선정한 부산지방국세청이 선정검토표 및 분석보고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아 선정 과정이 적정했는지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세청 감사담당관실은 2008년 태광 교차조사에 대한 점검 시, 선정검토표 및 분석보고서 등 선정 관련 서류가 보관·관리되지 않아 확보 가능한 서류(관할조정 신청 문서, 조사종결보고서 등)만을 기초로 점검했고, 선정업무를 했다는 부산청과 세무조사를 수행한 서울청 모두 감사원 감사 종료일까지 조사대상 선정검토표 및 분석보고서 등 선정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선정검토표와 분석보고서는 공공기록물 관련 규정에 따라 10년간 보존·관리해야하고, 이를 전자기록생산시스템에 등록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감사원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조사대상자 선정에 활용한 근거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하는 등 선정과정의 공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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