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굴러가는 관용차…국세청 본청 10대 중 2대만이 ‘친환경차’

세무서 내 관용차는 배차제 운영 중…서장 뿐 아니라 직원들도 사용
출장·행사·조사·우편이동 불가능한 문서작업까지 다방면으로 활용 중

 

“세무서장은 왜 관용차를 타야만 하나요?”

“과거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열악했던 대한민국 사회는 개인이 자동차를 구매하기도 어려웠던 시대에 업무상으로 꼭 필요한 경우 사용하도록 고위공직자들에게 관용차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대는 변했다. 공무원 급여는 높아지고 자동차를 사지 않은 고위공직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높은 월급, 관용차, 운전기사까지 제공하니 뭐라도 된 줄 알고 일반 국민은 만나주지도 않는다. 정말 화나는 것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중소형 관용차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관용차를 없애도록 청원하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이야기다.

최근 하남시는 카셰어링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일부 관용차를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실제로 일본 미오노시에서는 관용차로 카셰어링을 운영해 여유차량이나 야간 등 업무에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일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관용차량 운행을 제한하던가, 2부제 적용 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공직자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청와대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를 도입하는 등 청와대 내에만 전기차 5대, 수소차 2대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관용차에 대한 새로운 지적이 일기 시작하는 때, 국민의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최일선에 서있는 국세청에서는 과연 국민 혈세로 굴러가는 관용차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세정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세청 공용차량 보유 목록을 입수했다. 2018년 말 기준 국세청은 총 302대의 차량을 운행 중이었다. 국세청 본청에만 31대, 서울청에 44대, 중부청에 76대, 대전청 32대, 광주청 31대, 대구청 34대, 부산청 45대, 국세공무원교육원 5대, 주류면허센터 2대 등이다.

302대의 관용차 중 대형차가 16대, 중형 152대, 소형 72대, 경형 26대 등 총 266대가 업무용 승용차고, 승합용이 15대, 화물용이 20대 등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공용차량 교체 기준은 9년간 운행(화물차의 경우 8년)하거나 12만km를 운행할 경우다. 노후기준은 12년 이상 보유차량 중 주행거리가 긴 순이다.

이중 국세청 본청에서 운행 중인 31대의 차량 목록을 자세히 살펴보자. 배기량이 높은 순대로 살펴보면 대우로얄스타(7640cc), 체어맨(3199cc), 스타렉스(2497cc) 2대, 그랜저(2359cc), 카니발(2199cc) 7대, 그랜드카니발(2199cc) 2대, 쏘나타(1999cc), SM5(1998cc) 6대, 토스카(1993cc), SM518(1838cc), SM3(1497cc) 등이다.

눈에 띄는 점은 아반떼 하이브리드(1591cc) 2대, 베르나 하이브리드(1399cc), 프라이드 하이브리드(1399cc) 3대 등 ‘하이브리드’차량도 6대가 운행 중이었으며, 완전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78cc)도 2년 전부터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청에서 운용하는 31대의 관용차 중 7대(22.6%)가 친환경차량으로 나타났으나,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제외하고 교체요건에 해당하는 노후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용차량 관리규정에 따르면 에너지 절감을 위해 환경친화적 차량의 비율이 70%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하고, 구입 또는 임차하는 친환경 차량 중 전기차 또는 연료전지자동차의 비율이 80% 이상이 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에 비하면 모범을 보여야 할 본청의 친환경차 비율은 한참 모자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용차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공용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관용차로 출·퇴근을 하지 못하게 돼 있으나, 국세청장, 차장, 고위공무원 가급까지는 현장 퇴근이거나 통상적인 근무시간 이전·이후에 업무현장 방문 및 회의 참석 등 업무와 긴밀하게 연계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출퇴근에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며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무서의 경우 관용차가 꼭 필요할까. 세무서에는 1대에서 많게는 2대까지도 관용차가 배정돼 있는데, 업무용 외에는 절대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세무서장 전용차량으로 배정된 것이 아닌, 직원들도 함께 사용하는 ‘세무서 전용 차량’이라고 보면 된다.

일선 세무서의 서장과 직원 등은 세무서에 관용차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세무서장의 경우 각종 현장 방문과 간담회 같은 행사에도 사용하지만, 멀리 출장을 가게 될 경우 등에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퇴근 사용이 금지돼 있는 만큼 출장을 다녀온 때에는 시간이 늦더라도 꼭 세무서에 주차한 후 집으로 퇴근하도록 돼 있다.

서장뿐만 아니라 100~2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도 업무에 크게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의 경우 업무 특성상 납세자의 과세자료가 담긴 문서들을 옮길 때가 잦은데, 분실이라도 할 경우에는 큰일(?)이 나는 만큼, 꼭 관용차로 옮겨야 하는 실정이다. 또 세금신고철과 같이 대량의 안내책자 등을 옮길 때에도 관용차가 이용되는 등 문서 작업에도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사 직원들의 현장 방문이 필요한 체납, 세무조사 등 각종 외근에도 활용되고 있는 만큼 관용차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국민들은 이제 관용차가 필요 없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국세청에서는 2만여 국세공무원들의 업무시간뿐만 아니라 출장비 등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업무용으로 크게 활용되고 있는 관용차를 없앤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 혈세로 굴러가는 관용차, 없앨 수 없다면 10대 중 2대만을 친환경 차량으로 운행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일선에 있는 국세청 공직자들만이라도 10대 모두 친환경차로 교체하고, 주유내역까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밖에도 세정일보는 지난 2017년 당시 서대문세무서장이 관용차로 음주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 불구속 입건된 사건 등이 있었던 만큼, 최근 10년간 국세청 관용차 교통사고 발생건수 및 음주운전 등 사적사용 적발건수와 세무서장급 이상 관용차량 관련 주유 내역 등도 함께 공개할 것을 청구했으나, 국세청에는 관용차 관련 사건사고가 없었으며, 주유내역은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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