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상표권 등록 법적문제 없어”

한국테크놀로지, “피 흘리더라도 싸울 것”
 

▲ 최근 한국타이어그룹이 사명을 교체하면서 이미 중견기업으로 존재(위아래 사진은 두 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CI)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MB 사돈기업으로 잘 알려진 한국타이어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로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한국테크놀로지’ 사명으로 활동해온 중견기업이 날벼락을 맞았다.

한국타이어 측은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테크놀로지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사업분야도 다르고 상표권 등록이 안돼 있던 상태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욕심이 중견회사 사명까지 빼앗는 횡포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 '타이어‘ 빼고 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달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 조양래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을 대표이사로 하며 ‘형제경영’을 통한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 회장이 23.59%, 두 아들이 19.32%, 19.31%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한국타이어는 형제가 0.65%, 2.07%를 각각 갖고 있다.

이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사명을 ‘타이어’ 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누군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 해서였을까.

자회사인 한국타이어도 이름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Hankook Tire & T echnology)로 바꿔 5월 8일부터 사용된다.

한국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의 회사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 한국테크놀로지, 어엿한 중견회사

한국타이어에 사명을 빼앗기게 생긴 한국테크놀로지는 1997년 7월 설립해 자동차 전장 및 기술엔지니어링 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작지만은 않은 중견기업이다. 2001년 8월에 코스닥 주권 상장에 진입했다.

한국코퍼레이션, 한국홀딩스, 대우조선해양건설 등의 계열사를 둔 5000억원의 매출 규모의 회사다.

한국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284억원 매출 규모와 30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중견기업이다.

또 올해 초 매출액 4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하고, 50억원의 잔금기일만 남아있다.

한국타이어그룹 측은 사명을 바꾸는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국테크놀로지와 업종 자체가 다르고, 상표등록도 우리가 먼저 마쳤다”며 법률적 검토를 끝내고 특허권 등록까지 마친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주총을 통해 사업 목적에 고무제품 렌털 임대업, 방문판매·통신판매, 부대 서비스업 등을 추가했다. 비타이어 사업 비율을 높이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행보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생산과 판매라는 본업은 더 이상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실적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분기당 매출은 수년째 1조7000억원 안팎에 머무는 상황이고, 영업이익률도 2016년 1분기 이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분기당 이익률은 전년도 약 16%선에서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또 그동안 벤처· IT 기반 신생회사 투자와 해외 타이어 유통점을 인수하며 유통 네트워크 확대를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성과는 미미하다.

돌파구로 올해 ‘카라이프사업본부’를 만들어 승용차와 트럭·버스용 타이어 판매뿐 아니라 자동차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한국타이어그룹이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향후 상표권 사용과 관련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 두 회사, 운명도 갈릴까

7년 넘게 이 사명을 사용해왔던 한국테크놀로지는 비용문제 등으로 그동안 상표권 등록을 미뤄오다가 한국타이어에 이름을 빼앗기고 말았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8월 특허청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상표권 등록을 마쳤고, 한국테크놀로지는 뒤늦게 올해 3월 ‘한국테크놀로지’ 특허권을 출원했다.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벌써 혼란이 있고, 이미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증권사별로 연동되는 HTS 기사에 두 회사가 혼동되어 쓰여지고 있다”며 “우리는 자동차 전장사업을, 한국타이어는 자율주행차 자동차 기술 사업을 하면서 사업성격도 유사해 제3자 입장에서는 사명을 혼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그냥 뺏기고 있을 수는 없다. 피를 흘리더라도 싸워야 한다. 모든 법적대응과 절차를 동원해서 사수하는데 총력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세웠다.

특히 “우리가 만약 지게 되면, 대기업이 아무렇지 않게 중견기업의 이름을 짓밟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한국 경제 질서도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8일 신용구 한국테크놀로지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21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순방에 동행한다.

한국테크놀로지는 이번 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에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비전포럼 참석 및 철도청 차관을 만나 보유 중인 국영 냉장 철도 운송회사 `욜레프트랜스`의 지분 매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10여년 전부터 우즈베키스탄 철도사업에 200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있고, 이번 경제사절단 동행 방문을 통해 철도청 역사 건립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최근 우즈베키스탄 개방이 확대돼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건설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을 통해 철도역사 건설은 물론 아파트, 전력구 등 건설 사업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 대해 꾸준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오너 일가가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한국타이어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하면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고 지난 1월 검찰에 고발한 조치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최호영)에 맡겨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증여를 통한 법인세·증여세 포탈 혐의에 대해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타이어의 해외 부동산 매입·증여 과정에서의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횡령과 배임 혐의로 확대 수사할 방침이다.

상표권 사용을 놓고 한국테크놀로지가 이미 예전부터 해당 상표를 사용하고 있었고 수요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점이 현저하다는 ‘현저성’과 ‘주지성’을 들어 무효심판 소송에 맞선다면 승소도 가능해 보인다.

한국테크놀로지가 비록 중견기업일지라도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이 두고 있는 만큼, 대기업이라 해서 한국타이어그룹이 타이어 밑에 깔아뭉개듯 지나가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양사 간의 원만한 합의 도출이나 법적 다툼의 문제라기보다 힘의 논리로 기업의 운영되는 풍토가 조성되는냐에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