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년 영국 왕권의 조세부과권에 도전한 국민들의 첫 조세저항

조세법률주의 태동, 소급과세 금지 및 확대해석 금지로 변천

▲ 노형철 세무사

우리나라 세법은 복잡하고 난해해 이해하기 어렵다. 보다 쉽게 접근할 수는 없을까? 최근 노형철 세무사(법무법인 세종)가 펴낸 ‘세법요해’라는 책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세제를 요약하여 집필했다.

‘세법요해’는 전체세법을 이해할 수 있게 총론서 및 개론서의 역할을 하면서 조세부과의 역사와 배경도 함께 설명하여 이해 폭을 넓혔다. 이 책은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해결할 때 세법전을 찾아보지 않고도 세법을 이해하도록 표와 그림을 곁들여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세법요해의 핵심은 조세에 대한 법률적, 역사적, 재정이론적인 고찰과 함께 국세에 관한 주요세법을 설명하면서, 세법의 개정배경, 문제점, 조세부과시 쟁점, 예규-판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노형철 세무사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25년간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조세심판원 등에서 일했다. 세정일보는 복잡하고 난해한 세법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를 초빙,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세법으로 재탄생시킨 ‘노형철 세무사 의 세법강의’를 장기 연재한다. / 편집자

1, 들어가며

세법을 적용하여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서 과세관청이 지켜야할 기본원칙으로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 실질과세의 원칙, 근거과세의 원칙이 있다.

이러한 원칙은 헌법 또는 국세기본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단지 훈시적인 규정이 아니라 강행적인 규정으로서 조세의 부과가 이러한 원칙에 위배되면 세법규정 자체가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을 상실하고 부과된 조세는 국세기본법에 위배되어 취소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엇을 의미하고, 실제 조세부과와 관련하여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어 세법규정이 효력을 잃거나 부과된 조세가 취소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조세법률주의의 발단

조세법률주의는 절대군주국가에서 근대시민사회로 전환되면서 시민은 국가로 부터 그들의 재산권을 보장받게 되는 대신 스스로 국가에 대한 납세의무를 지되, 그 납세의무는 무제한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시민의 뜻이 반영된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납세의무를 지지 아니 한다’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조건부 납세의무를 진다는 조세원칙을 말한다.

조세법률주의의 사상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실정을 거듭한 국왕 존(John)과의 항쟁에서 승리를 거둔 귀족이 왕의 권한을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1215년 대헌장(Magna Carta)을 제정하였는데, 동 헌장 제12조에서는 ‘일반평의회(Common Council)의 결정 없이는 조세 등을 부과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여 국왕의 일방적인 조세부과권을 처음으로 제한하였다.

그 후 1629년 국왕 찰스(Charls) 1세의 폭정에 항거하여 의회(평민원)에서 국민의 권리를 확인하는 청원서를 작성하여 찰스 1세의 승인을 얻었는데, 이를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s)이라고 하며, 동 권리청원에서도 ‘법률에 의하여 의회의 승인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면 어떠한 조세(tax), 공세(tallage), 상납금(aid) 기타 부과금(other like charges)의 납입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선언하였다.

그 후 1689년 제임스(James) 2세의 전제정치에 항거하여 명예혁명이 일어났고 의회는 전제적인 왕권을 제한하는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채택하였으며, 동 권리장전에서도 ‘의회의 승인을 받은 기간과 방법과 다르게 국왕을 위해 금전을 징수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선언하였다.

미국의 경우도 1776년 독립선언(Virginia Bill of Rights)에서 ‘국민의 동의 또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의 동의 없이는 과세하지 못 한다’고 선포하였고, 1789년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서도 ‘모든 시민은 스스로 또는 그 대표자를 통하여 공공조세의 필요성을 검토하며, 그것에 자유로이 동의할 수 있으며, 그 용도를 추급(追及)하며 그 액수·기준·징수 및 존속기간을 설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였다.

우리나라 헌법 제38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59조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3. 조세법률주의의 세부원칙

이러한 조세법률주의를 실현하는 원칙으로서 과세요건 법정주의, 과세요건 명확주의로 나누어지고, 내용적으로는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이 있다. 기타 세부 실천원칙으로서 소급과세금지의 원칙, 확대해석금지의 원칙이 있다.

가. 과세요건 법정주의

헌법 제59조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서 종목 · 세율은 납세의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과세요건의 대표적인 예를 든 것 에 불과하며, 조세법률주의의 취지상 납세자의 조세채무를 발생시키거나 변경·소멸시키는 과세요건은 모두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

즉, 납세의무자, 과세물건, 과세표준, 세율, 과세기간, 감면 등 과세요건은 반드시 법률로 정하여야 하며,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고, 납부, 부과, 조사, 불복, 환급 등 중요한 부과징수의 절차도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입법기술상 과세요건을 일일이 법률로 모두 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헌법 제75조에서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경우에도 ‘법률에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고 위임하는 것은 위헌이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선언한 바 있어 아무런 제한도 없이 포괄적으로 하부명령에 위임하는 것은 당연히 위헌이 되고, 기준을 정하여도 그 기준이 추상적이면 위헌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세법의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대통령령이 모법에 위임이 없거나 포괄위임으로서 위헌이라는 결정을 하는 데는 매우 신중하여 대부분의 소송사례에 있어서 입법목적, 배경, 관련 법률의 유기적인 해석 등에 의하면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위임의 범위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합헌으로 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면, 구 소득세법(1994. 12. 22. 법률 제4803호로 전부개정되고, 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8조(양도 또는 취득의 시기)에서 ‘자산의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서 그 취득시기 및 양도시기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동 위임규정은 최소한 원칙이나 기준도 제지하지 않았고,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자산의 사실상 이전시점을 예측할 수 없도록 하여 과세요건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하위법령에 위임한 취득 및 양도 시기의 구체적인 내용은 자산이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고, 그 원칙적인 기준시점은 자산의 사실상 이전에 대한 대가가 지급된 때, 즉 대금청산일이 될 것임을 일반적으로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 법률조항들에 대한 전체적ㆍ체계적 해석, 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임의 구체성 또는 예측가능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이므로 과세요건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2013헌바204, 2015.07.30.)고 결정한 바 있다.

한편 드물지만 위헌으로 결정된 사례를 살펴보면, 특정법인과 일정한 거래를 하는 경우 그 특정법인의 주주 등에 대한 증여로 보아 과세하는 상증세법 제41조와 관련하여, 증여이익의 계산방법을 규정한 상증세법시행령 제31조제6항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과세요건 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본 사례가 있다.

‘특정법인과의 거래로 통한 이익의 증여’에 관한 규정은 1996.4.30. 상증세법 제41조에 신설된 이후 많은 논란이 되어 왔는데, 상증세법 제41조제2항은 특정법인의 주주등이 얻은 이익의 계산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위임하였고, 상증법시행령 제31조에서는 특정법인의 이익에 주식보유비율을 곱하여 산출된 금액을 일률적으로 증여이익으로 보도록 규정하였었는데, 이 시행령 규정은 주식의 가치가 증여전후 모두 부수(-)이 경우에는 주주가 실질적으로 받은 이익이 없으므로 증여이익 산출방법이 모법에 위배된다고 취지의 판결이 수차례 있었다.

이러한 판결에 따라 2010.1.1. 상증법 제41조제1항에서 종전의 단순한 계산방법을 위임한 법률규정을 보완하여 상증세법 제41조제1항에서 적극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 특정법인의 주주등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위 법률개정에도 불구하고 대법원(2017.4.26. 선고 2017두30214)은 증여세는 증여재산의 경제적 또는 재산적 가치를 정당하게 산정한 가액을 기초로 하여 과세하여야 하고, 납세의무자가 증여로 인하여 아무런 경제적, 재산적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면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재산의 무상제공 등의 상대방이 특정법인인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주주 등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가 보유하고 있는 특정법인 주식 등의 가액 증가분외에는 다른 것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동 시행령조항은 재산의 무상제공 등이 있으면 그 자체로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주주 등이 실제로 얻은 이익의 유무나 다과와 무관하게 증여세를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시행령 조항은 모법인 개정 법률조항의 규정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2010.1.1. 상증세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헌재 98헌가17, 1999.2.11)는 구 지방세법(1974.12.27 법률 제2743호로 개정되고, 1994.12.22 법률 제47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2조 제2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별장․골프장․고급주택․고급오락장․법인의 비업무용 토지․고급자동차․고급선박을 취득한 경우의 취득세율은 제1항의 세율의 100분의 750으로 한다. 별장 등을 구분하여 그 일부를 취득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헌법재판소에서는 위 규정중 ‘고급주택과 고급오락장’에 관한 부분이 위헌임을 선언하였으며, 그 이유는 고급주택, 고급오락장이 무엇인지는 취득세 중과세요건의 핵심적 내용을 이루는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지도 않고 또 그 최저기준을 설정하지도 않고 단순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고급주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고급오락장”이라고 불명확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중과세 여부를 온전히 행정부의 재량과 자의에 맡긴 것이나 다름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목적, 지방세법의 체계나 다른 규정, 관련법규를 살펴보더라도 고급주택과 고급오락장의 기준과 범위를 예측해 내기 어려우므로 이 조항들은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선언하였다.

나. 과세요건 명확주의

과세요건 명확주의는 과세요건을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는 형식적인 요건 외에 그 내용면에서도 과세요건과 절차 및 그 법률효과를 규정한 법률규정은 명확하고 일의적(一義的)으로 이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과세요건을 정한 조세법률규정의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과세관청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그 집행이 자유재량에 맡겨지도록 되어 있다면 그 규정은 과세요건명확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2.12.24. 선고, 90헌바21 결정; 1995.2.23. 선고, 93헌바23·42, 94헌바16·30(병합) 결정 등 참조).

법령의 제정, 개정 시에는 확정개념을 사용하여야 하나, 실제로는 복잡·다양한 경제현상을 짧은 법조문을 통해 포괄적으로 규정하다 보면 ‘불확정 개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불확정개념이란 법령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개념이 추상적 또는 다의적(多義的)이거나 불명확하여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소득세법 제41조에서 규정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것’, 부가가치세법 제13조 제1항에서 규정한 ‘부당하게 낮은 대가’에서 ‘부당’이라는 표현, 소득세법 제170조에서 규정한 ‘직무수행상 필요한 때’에서 ‘필요’라는 표현, 국세기본법 제20조에서 규정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에서 ‘공정타당’이라는 표현,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에서 규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서 ‘부정’이라는 표현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정개념을 사용한 경우에도 법률의 입법취지를 하위법령에서 적절히 보완하고 입법취지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해석이 되는 이상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한, 세법에서는 각종 법률용어, 회계용어, 제조․건설․금융 등 각종 산업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 등을 별도의 정의규정 없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차용개념(借用槪念)’이라고 하고, 이러한 차용개념을 사용 시에도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그 내용과 범위를 한정하는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세법이 차용한 다른 법 영역의 고유개념은 개별 세법에서 특별한 의미와 내용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다른 법에서 사용하는 의미 또는 내용과 동일하게 해석하여 법령간 통일성을 기하는 것이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의 보장이라는 측면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과세요건 명확주의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사례로는 ‘지방세법(2005. 12. 31. 법률 제7843호로 개정되고, 2006. 9. 1. 법률 제79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3조의2(개인 간 주택거래에 대한 감면) 개인 간에 유상거래를 원인으로 취득·등기하는 주택에 대한 취득세는 제11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세액의 100분의 25를 경감하고, 등록세는 제131조 제1항 제3호 (2)목의 규정에 의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세액의 100분의 50을 경감한다’고 규정하였는데, 이에 대해 ‘개인 간’이라는 문구는 개념상 납세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극히 모호한 규정이므로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반하고, ‘개인 간에’의 의미를 법인과 조합을 배제한 채 자연인의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법인과 조합을 개인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그들과 거래한 납세자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조세평등주의에 반하는 것으로 주장하여 소를 제기하였으나,

헌법재판소(헌재2007헌바21, 2008.07.31.)에서는 ‘소득세법 제1조, 법인세법 제1조, 제2조, 국세기본법 제13조 등을 종합하면 우리 세법 체계는 납세의무자를 크게 개인(거주자)과 법인으로 나누고 있으므로, 법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개인’에 해당되지 아니함은 명백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 도입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게 될 개인 간 주택의 유상거래로 인한 거래세 부담을 줄여 주고자 하는 데 있으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의 도입 이후에도 아무런 과세표준액의 증가가 없는 법인과의 거래까지 거래세 감면을 확대 적용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개인’은 법인 아닌 자연인을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과세관청의 자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거나 또는 납세의무자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과세요건을 법률로 명확히 정하는 형식적인 요건만을 충족하면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조세법의 목적이나 내용이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아도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면 되는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조세행정에 있어서의 법치주의의 적용은 조세징수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법적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의미하며 헌법 제38조, 제59조가 선언하는 조세법률주의도 이러한 실질적 법치주의를 뜻하는 것이므로 비록 과세요건이 법률로 명확히 정해진 것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것이 아니고 조세법의 목적이나 내용이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상의 제원칙에 합치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라고 하여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세법을 제정, 개정하는 과정에서 세법의 규정이 헌법정신에 위배되어 실질적인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점이 없는지 반드시 유의하면서 입법하여야 한다.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을 적용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구 소득세법(1974.12.24. 법률 제2705호로 전문개정된 후 1994.12.22. 법률 제4803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주된 소득자의 배우자가 이자, 배당, 부동산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주된 소득자의 소득으로 보아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과세 한다’라는 규정으로서,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은 ‘자산소득합산대상배우자의 자산소득이 주된 소득자의 연간 종합소득에 합산되면 합산전의 경우보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소득세액이 더 증가하게 되어 합산대상소득을 가진 부부는 자산소득이 개인과세되는 독신자 또는 사실혼관계의 부부보다 더 많은 조세를 부담하게 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산의 특성, 부부 경제생활관계의 실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부부의 자산소득을 무조건 단순합산하여 과세하도록 하는 것은 혼인한 부부를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사실혼관계의 부부나 독신자에 비하여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헌재 2004헌가6, 2005.5.26)

②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본문 및 제2호(각 1993.12.31 법률 제46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비상장법인의 과점주주(친족 기타 특수관계자와 합산하여 총발행주식 등의 51% 이상 소유한 자)는 법인에게 부과된 국세가 법인의 재산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에 제2차납세의무를 진다’는 내용인바, 헌법재판소는 ‘과점주주의 범위를 회사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총발행주식의 5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로 해석하지 않은 한 이 규정은 조세평등주의, 조세법률주의, 재산권의 침해 등으로 위헌이 된다’고 선언하였다. 과점주주에 대하여 제2차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모두 위헌이라고 볼 수 없으나,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를 법인의 경영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여 법인을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즉 “법인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 또는 “당해 법인의 발행주식총액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로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그 범위를 넘어 동법시행령 제20조 각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모든 과점주주에 대하여도 제2차납세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범위 내에서는 조세평등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고, 과점주주의 재산권을 합리적 이유 없이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되어 헌법 제11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제59조 등에 위반된다(헌재 97헌가13, 1998.5.28).

라. 조감면요건 등과 조세법률주의

조세의 감면, 우대세율의 적용 등 납세자에게 유리한 조세법령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조세법률주의가 엄격히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즉, 감면 등의 적용을 위한 필요적 요건은 반드시 법률에서 정하거나 법률의 위임을 받아 하위 법령에서 그 요건을 정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조세감면 등을 받기 위해 법령이 정하고 있는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조세감면 등을 적용받기 위한 필요요건인지, 단순한 납세협력의무에 불과한 것인지 여부에 관해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i) 법률에서 서류제출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신청하는 경우에 한하여 (감면을) 적용한다’와 같이 한정적으로 감면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서류제출을 유리한 법령 적용을 위한 필요요건으로 보는 반면, 단순히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서류제출을 필요요건이 아닌 단순한 협력의무를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누17273 판결,대법원 1986. 3. 11. 선고 85누695 판결,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누106278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두731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두3006 판결, 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누1462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10860 판결 등).

(ii) 법률의 직접적인 위임 없이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서류제출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 형식과는 무관하게, 즉 ‘신청하는 경우에 한하여 (감면을) 적용한다’와 같이 한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유리한 법령 적용을 위한 필요요건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8두22327 판결, 대법원 1998. 4. 25. 선고 87누1084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두18582 판결).

(iii) 예외적으로 신청서 기재 등 신청내용에 관하여 과세관청이 실질적인 심사나 승인을 거쳐 감면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경우에는 서류의 제출을 감면의 필요요건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68. 2. 20. 선고 67누123 판결과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두1170 판결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두1607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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