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변경으로 또다시 준비기일 열고 공소사실 등 확인
LG그룹 총수일가 주식을 거래하며 양도소득세를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는 LG그룹 전·현직 임원 등에 대한 6차 공판준비기일이 24일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그룹 재무관리팀 김모, 하모 씨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공소사실 정리 등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LG그룹 재무관리팀 임원인 김씨와 하씨 등은 LG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간의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양도소득세를 탈세한 혐의로 기소됐다. 약 10년간 김씨만 96억원, 하씨가 60억원 등 총 156억원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14명은 탈세 지시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됐으나, 법원에서 정식재판으로 회부해 사건을 병합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LG그룹이 2003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계속적인 계열사 분리작업 중 지배구조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사주일가 상호간 주식의 매도·매수가격을 정해놓고 거래를 해왔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주의 주식에 대해서는 2개월 평균종가액에 20%에서 30%를 가산한 금액을 시가로 보고 있기 때문에 LG그룹 재무관리팀 팀장들은 장내에서 불특정 다수와 거래하는 것처럼 꾸며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권사 직원인 NH투자증권(구 LG투자증권)의 이모 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실시간으로 매도와 매수를 지시하는 통정매매를 해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주문오더가 들어오면 녹취를 반드시 해야 하지만,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녹취를 하지 않는 등 자본시장법 등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정매매란 매매 당사자간 매매가격을 미리 정하고 서로 매수와 매도를 하는 것으로 시세조정 목적 등으로 법적인 처벌대상에 해당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같은 통정매매 결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지분은 2006년 말 2.85%에서 2017년 말 6.24%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같은 기간 10.51%에서 11.28%의 지분을 취득하는 등 지분이 증가했다. 반면 지분감소를 보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4.99%에서 3.45%로 감소하고, 구응모 씨 0.41%에서 0%로 줄어 지분승계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사주일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주회사 등의 주식 총수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공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익명성을 유지하며 장내거래를 하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양도소득세 할증회피를 가능하게 한 것. 이같은 수법은 그동안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등 치밀하게 이루어져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LG그룹 재무관리팀의 지시를 받은 NH투자증권 직원들이 불법(통정매매)이라는 사실을 알고 거래를 해왔으나 VIP의 지시를 받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소하지 않았다. 다만 이와 관련 재판부는 증권사 직원들도 함께 간접정범으로 기소하는 것도 검토할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LG 측에서는 이들이 할증평가된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동안 재무관리팀이 사주일가의 세무대리를 해오는 등 할증평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대기업도 장내에서 주식거래를 하고 있으나, LG와 같이 동시에 매수와 매도를 진행하는 통정매매는 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변호인 측에서는 통정거래가 아닌 정상거래라고 주장했다. 통정거래는 시세조정으로 차액을 남기려는 목적이 있어야하나, 해당 거래는 시세조정목적이 아니었다는 것. 증권사 직원 역시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통정매매로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LG 재무관리팀의 행위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장내 경쟁 매매를 해왔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내달 15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