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들을 또 한번 시험에 들게 할 상황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세무사회는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선거’에만 푹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세무사 회원이 세정일보에 전해온 한토막이다.

오는 6월 중순 세무사회는 차기 임원선거를 위한 전국 순회 투어를 가진다. 말 그대로 선거정국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세무사회를 긴장시킬 ‘대사건’이 예고돼 있다. 현재 세무사들의 업무에서 가장 소중한 회계프로그램의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더존비즈온의 ‘위하고WEHAGO’라는 프로그램의 출시가 그것이다.

세무회계사무소는 세무‧회계와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기존 회계프로그램은 기장과 세무신고 업무에만 머물러 있어 전체적인 업무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 그간 세무업계의 세무회계프로그램 환경을 선도해온 더존비즈온이 인공지능 자동회계처리 시스템인 ‘WEHAGO T’의 출시를 예고한 것이 오는 6월이다.

더존이 내놓을 ‘WEHAGO T(위하고 티)’는 기장·세무신고뿐 아니라 소통과 협업, 컨설팅, 문서업무, 수임관리, 고객 지원서비스 등 세무회계사무소의 모든 업무와 비즈니스 영역을 지원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세무사사무실에서 가장 번거로워 하는 4대보험 신고 및 문서업무, 증빙서류 관리가 편리해지고 각종 내부 업무 관리까지 효율화된다는 것이 더존 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세무회계사무소의 중심 업무였던 기장과 세무신고가 자동화되고, 다른 모든 업무 영역들이 정보화되면서 세무사만이 가능한 특화된 신규 비즈니스로 업무 영역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더존은 이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 세무회계사무소의 고질적인 인력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세무사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정말 이렇게 된다면 이 제품은 세무사들에겐 비교할 수 없는 스펙을 갖춘 세무사 사무실 운영의 최적 시스템으로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물건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 제품은 Web 기반 환경으로 유연한 근무환경, 즉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고, 또 모든 업무 이력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어 직원이 퇴사해도 업무 단절이 없으며, 새로운 직원의 직무 교육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 더존 측의 설명이다.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면 이 프로그램이 출시되어 세무사업계에 확장되면 한마디로 세무사는 ‘뒷방신세’가 될 것이라는 게 세무사들의 솔직한 진단이다.

왜 그럴까. 지금은 위하고에 세무사와 수임거래처가 같이 ‘소통=협업’하는 구조지만 위하고의 출시로 세무사들의 수임거래처가 더존 클라우드(위하고)에 모두 가입되면 더존 DB에 빅데이터 구축이 완료되고, 이후엔 세무사가 없어도 자동기장, 자동신고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창출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존은 기업신용평가, 컨설팅, 금융(핀테크), 광고 등 2차, 3차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 세무사회가 꾸려온 뉴젠 즉 세무사회 소유라고 외쳐온 ‘세무사랑(회계프로그램)’은 어떻게 될까?

더욱이 더존이 홍보하듯이 위하고가 세무사 사무실 업무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져 소위 잘나가게 되면 세무사회의 전산법인인 ‘한길’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한길택스세이버’는 또 어떻게 될까? 세무사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눈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수임거래처 적격증빙데이터 자동수집(스크래핑), 자동기장까지, 거기에 위톡(업무용카톡), 홈페이지, 전자팩스 등등. 더존의 위하고가 회계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세무사사무소와 수임거래처에 필요한 모든 업무용 솔루션이 인터넷으로 언제어디서든 접속, 사용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세무사회 전산법인에도 생존의 급박한 위기가 엄습한 것이라는 것.

특히 더존의 위하고는 가격도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출시된다고 한다.

전산에 밝은 세무사들은 자신들에게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금새 직감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마디만 옮긴다. “‘세무사랑’, 세무사회에서 열심히 쓰라고 해서 애정을 갖고 사용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세무사랑이 예전 키컴(세무명인)처럼 사라지고 다시 더존에 예속되는 상황을 맞이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세무사들의 위기의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지금 세무사회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세정일보가 취재한 바로는 ‘먼 산 불구경’이다. 담당자들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기사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해도 좋다. 최소한 현재로선 세무사회가 이에 대한 대비를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세무사회는 태평이었을까.

세정일보가 취재를 해봤다. 지난 2017년 7월, ‘소프트웨이브 2017’ 행사가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미래 IT시장의 변화를 조망해 볼 수 있고, 또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무사회 전산담당팀도 방문해 살피고 정보를 캤다. 그리고 곧바로 세무사회 전산담당위원회가 열렸고, 위하고 대비 아젠다 검토회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세무사회 전산법인인 한길에서도 대응책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무사회의 준비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세무사들은 또 한 번 더존의 신제품 출시소식에 ‘쿵’ 폭탄을 맞은 듯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세무사들 특유의 스탠스는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그때 가서 부랴부랴 수습하기에 바쁘고, 남 탓하는 것이 역대 세무사회의 대체적인 대응책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대책마련 작업도 없는 모양이다. 온통 관심은 선거로 향해있는 모습이다.

더존이 위하고의 출시 시점을 6월로 맞춘 것도 이런 것을 노린 것일까.

‘우물쭈물’하는 사이, 어떤 세무사가 전한 것처럼 ‘제2의 명인사태’가 오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세무사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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