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 노형철
법무법인 세종 고문

과세관청이 조세를 부과할 때나 납세자가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에 대해서 불복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 가장 많이 원용하는 세법해석의 원칙이 ‘실질과세원칙’이다.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취한 법적 형식이나 거래의 외양(外樣)은 조세회피목적으로 취한 것으로서 실질과 다르므로 실질귀속자나 실질내용에 의해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것이며, 반대로 납세자는 자신이 행한 법률적 형식이나 외양은 실질과 다르므로 실질 내용대로 세금이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복청구를 하거나 경정청구를 한다.

실질과세원칙은 과세물건(소득, 소비, 재산 등)의 귀속뿐만 아니라 거래의 형식이 실질 내용과 다르면 실질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어야 공평한 세부담을 실현할 수 있다는 사상에서 출발된 것이다. 이는 조세부담의 공평성은 헌법질서의 근본이 되는 평등권을 조세의 영역에 반영한 것으로서 ‘조세평등주의’라고 한다.

이러한 ‘조세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입법과정에서도 조세부담이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하여야 하고, 세법의 해석과 적용과정에서도 실질이 같은 것은 동일하게 취급하여 외양에 의해 불평등하게 과세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국세기본법 등 법률에서는 법적용의 기본원칙으로 실질과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실질우위원칙(the substance over form principle)을 채택하고 있고, 독일 조세기본법 제4조의 ‘경제적 관찰법’등 유사한 규정을 두어 실질과세를 하고 있다.

2. 의의

실질과세원칙은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뿐 아니라 법인세법 제14조,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제2조의2 등 개별세법에서도 유사한 규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세법의 실질과세규정은 국세기본법 제14조와 중복되어 불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부가가치세법, 상속증여세법 등 다른 개별세법에서는 이러한 실질과세규정이 없어도 국세기본법 규정이 우선 적용되어 실질과세를 적용하는 것과 모순된다. (구)상증법 제2조 제4항에서도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인 실질(實質)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제3항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으나 국세기본법과 중복되어 2013.1.1. 삭제한 바 있다.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의 원칙은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귀속의 실질, 내용의 실질, 우회거래의 부인으로 나누어진다.

(1) 귀속의 실질

‘귀속의 실질’은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하는 것으로서, 과세대상의 형식 또는 외관상의 명의자보다는 경제적인 이익을 사실상 지배하고 관리하는 자에게 과세함으로써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명의위장사업자의 경우 실제 사업을 수행한 사업자에게 과세하고, 법인의 대표자가 명의이고 실질적인 대표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실질대표자에게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2) 내용의 실질

‘내용의 실질’은 세법 중 과세표준에 관한 규정은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내용에 따라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의 특수관계자간 거래에 대한 부당행위계산부인규정은 거래내용의 실질에 따라 과세하기 위한 것으로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방법을 개별세법에서 보다 구체화 한 것이다.

(3) 우회거래의 부인

‘부당한 우회거래의 부인’은 거래행위를 우회시켜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 일개의 거래행위를 수개의 거래행위로 분산시키는 행위 등의 경우 경제적인 실질에 따라 우회 내지 분산거래를 부인하고 직접거래 또는 하나의 거래로 간주하여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우회거래를 부인은 신중히 적용되어야 하는 바, 최근 대법원 판결(2017.12.22. 선고, 2017두 57516)에서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당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며, 또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의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 뿐 아니라 외부적인 용인이나 행위 등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쉽게 단정하여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은 과세관청은 00회사가 모회사가 출자한 도관회사에 불과하다고 보아 중간거래를 부인하였으나, 법원은 00회사가 독자적인 실체를 가지고 고유한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그룹내 중간지주회사 내지는 금융회사이므로 그 실체나 형식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3. 실질의 의미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실질’의 의미를 경제적으로 관찰하느냐, 법적으로 관찰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실질’과 ‘법적 실질’로 나눌 수 있다.

‘경제적인 실질’은 거래의 외양에 불구하고, 경제인으로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거래를 하였다면 형성되는 법률효과를 중심으로 거래를 재구성하여 세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실질위주의 세법적용은 조세평등주의에 입각하여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거래한 경우를 정상적으로 거래한 성실한 납세자에 비해 결코 우대할 수 없다는 조세평등주의적 사고에 기인하는 것이다.

‘법적인 실질’은 경제적 실질을 이유로 법적형식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며, 과세관청이 자의적으로 법집행을 하여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법적 형식이 비진의의사표시(非眞意意思表示), 통정허위표시 등으로 법적 효력이 외관과 달리 적용되는 경우에 그 법적효력대로 세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과세원칙이 공평과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법적인 효과에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것은 실질 과세원칙을 너무 협소하게 본 것이며 공평과세구현이라는 실질과세의 목적과 거리가 있으며 엄밀하게 말하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과세원리상 당연히 실질적인 법률효과에 맞추어 세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적인 실질과세’는 명의자과세, 거래외양과세에 대응하는 좁은 의미의 실질과세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원칙에 있어서 실질은 ‘경제적 실질(economic substance)’을 의미한다고 해석되며 경제적 실질의 판단 기준과 적용범위가 문제가 된다고 할 것이다.

4. ‘조세법률주의’와 ‘경제적 실질’의 대립과 법원의 해석동향

공평과세를 하기 위해 법형식에 불구하고 경제적인 실질에 따라 세법을 적용하는 경우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고,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법집행으로 납세자에게 예측불가능한 손실을 입힐 수 있으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즉,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을 법률에서 명백하게 규정하는 것을 요구하는데 법률에서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범위까지 세법을 확대해석하여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 조세법률주의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법인의 운영이 형식에 불과하고 사실상 개인 사업인 경우 법인격을 부인하고 소득세법을 적용할 수 있는 지(법인격부인), 양도담보재산이 등기명의에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납세자의 재산이라 하여 직접 체납처분을 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이혼이 되어 있는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다고 판단하여 이혼을 부인할 수 있는 지 등의 문제에 부딪히면 실질과세의 적용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납세자나 제3자에게 예측치 못한 손해를 끼치는 경우까지는 확대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려면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명확하게 세법에서 과세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즉, 법인을 조세회피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운영한 경우에 이를 부인하기 위해서는 그 형식적 운영의 판단기준이 구체적으로 열거되어야 하고, 양도담보재산의 경우 등기부상의 표시에 불구하고 납세자의 재산으로 의제하는 규정, 사실상 혼인관계의 판단 기준 등이 명시되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법적 형식을 부인하고 과세한 다수의 사례에 있어서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하여 당사자의 거래행위를 그 법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행위계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대법원 1999.11.9. 선고 98두14082 판결, 1992.9.22. 선고 91누13571 판결 등 참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법적 형식에 불구하고 경제적인 실질대로 세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을 두어야 하며,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추상적 규정만으로는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 동 판례의 입장이다.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에서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두고 거래유형별로 부당행위를 열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실질보다는 조세법률주의에 무게를 둔 법원의 판례는 최근 지방세법상의 간주취득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고의로 2개의 외국회사를 설립하여 50%씩 지분을 취득한 사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1.19.선고, 2008두8499)에서 실질의 의미에 대한 해석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동 판결에서는 외국회사의 설립이나, 국내법인 주식의 취득이 모두 민사법적으로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경제적 실질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해석의 경향이 변경되었다.

동 판결의 주요 핵심부분을 살펴보면 ‘[과세관청이 간주취득세에 관한 지방세법 규정을 적용할 때] 당해 주식이나 지분의 귀속 명의자는 이를 지배 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 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위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 당해 주식이나 지분은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 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한 부분이다.

동 판례에서는 조세법률주의의 법적안정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는 점과 관련하여 ‘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는 조세법의 기본원리인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규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제생활관계에 적용함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목적적이고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형해화를 막고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상호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즉, 어떤 행위에 있어서 그 행위의 실질과 법적인 형식사이에 괴리가 존재하고, 동 괴리의 원인이 조세회피를 하는 데에 있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조세법원리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5. 형식적 회사(paper company)에 대한 법인격부인과 실질과세

(1) 법인격 부인의 의의

법인격부인이론은 일반법이론으로서 법인격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고 특정한 사안에 있어서 법인격이 남용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법인과 그 법인의 배후에 있는 구성원(주주)을 동일시하여 법인격의 독립성을 부인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법인격부인이론의 근거는 미국의 경우 ‘도구설(道具說)’ 또는 ‘분신설(分身說)’로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회사가 분리‧독립된 의사 또는 의지가 없거나, 회사로서의 존재가 없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할 정도로 모회사의 통제를 받고 있거나, 특정 1인이 법인의 분리‧독립된 법인격을 부인할 만큼 실제로 법인조직을 지배하는 경우 법인은 특정 개인의 분신(alter ego)에 불과하므로 법인격을 부인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법인격부인이론은 판례법을 중시하는 영미의 판례에서 발전된 것인 점을 감안 할 때 이 법리를 적용할 때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기존의 사실인정, 법규의 합목적적인 해석 등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실제 법인격부인이론을 적용한 판례는 드물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격부인의 근거로서 많은 학자들은 권리남용의 금지규정(민법 제2조 제2항)을 들고 있고, 대법원판례에서는 법인격을 남용한 일부사례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그 근거로 법인격을 부인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의 예를 들어 보면,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결(대법 2001.1.19 선고 97다21604, 2007다90982, 2008.9.11. 참조)하고 있다.

세법에서의 법인격부인의 필요성은 국제거래와 관련하여 형식적 법인을 이용한 우회거래를 통해 조세회피를 하는 것을 규제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세조약상 원천징수가 면제되는 국가에 형식적인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금융거래를 함으로써 원천징수면제의 혜택을 얻는 등 조세조약을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형식적인 법인(도관 회사 ; conduit entity)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였고, 미국 국세청(IRS)은 일부 소송에서 도관기업의 활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고, 조세법원(Tax Court)은 이를 받아 들였다.

1971년 Aiken Industries, Inc 과 미국 국세청과의 소송의 경우를 예로 들면, 미국과 혼두라는 조세조약에 의해 미국원천소득인 이자에 대한 원천징수가 면제되게 되어 있었으며, 혼두라 법인 A는 미채무자와 바하마 채권자 사이에 있는 샌드위치 법인이었다. 조세법원은 혼두라 법인 A가 이자를 단순히 건네주는 도관(conduit)에 불과하므로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1993년 의회는 국세청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내국세법(IRC) Sec. 7701(1)을 시행하여 ‘국외거래시 원천징수규정의 적용과 관련하여 일련의 금융거래(financing arrangement)에 있어서 단순한 도관에 불과한 매개기업(intermediate entities)의 참여는 무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즉, 매개기업의 행위를 부인하고 그 배후자를 실질적인 행위자로 보아 조세조약을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우회거래의 부인은 ‘실질과세원칙’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법인으로서의 독립된 존재가 없는 법인(paper company)의 경우 법인의 행위를 부인하고 그 법인의 실질적인 배후자의 행위로 보아 세법을 적용하려는 법인격부인이론을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세법은 이와 같은 ‘도관회사’에 대해 거래를 부인하는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원칙’과 조세조약상의 ‘조세회피방지원칙’을 이용하여 세법이나 조약의 혜택을 얻기 위해 부당하게 우회거래, 분산거래를 한 경우 이를 부인하고 경제적 실질에 따라 직접거래, 단일거래 등으로 보아 세법이나 조세조약을 적용하고 있다.

우회거래나 분산거래에 이용된 매개기업이 도관회사인 경우 도관회사이므로 그 행위를 부인하는 것인지, 형식적 거래이므로 실질거래자에게 세법 등을 적용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현재까지의 판결 등의 경향은 실질과세원칙(귀속의 실질)에 따라 우회거래 등의 경우 실질적인 수익자, 실질적인 거래자를 중심으로 세법 등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고 있으며, 형식적 회사가 법인격을 남용하였으므로 그 법인의 행위를 부인하고 배후자의 행위로 보아 세법 등을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겠다(조심 2010서1022, 2012.3.8 외 다수).

(2) 판례의 동향

세법과 관련하여 법인격을 부인한 사례는 흔하지 않으며, 일부 법인격부인론을 근거로 배후자에게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한 하급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세법영역에서 법인격부인론을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그 배후의 행위자에게 과세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인의 행위를 법인의 주주 등 배후자의 행위로 보기 위해서는 법인 자체가 도관회사로서 법인격이 부인될 정도가 되어야 하며 실질과세원칙만으로는 유효한 법인의 행위를 무시하고 그 법인의 투자자 또는 주주의 행위로 보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을 지나치게 확대 적용하는 면이 있다. 비상장법인의 체납세액에 대해 과점주주에게 제2차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점주주를 그 법인의 실질적인 소득귀속자로 보기 때문인데 국세기본법의 제2차납세의무에 관한 규정도 없이 과점주주에게 제2차납세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

즉, 법형식에 불구하고 조세회피의 우려가 있어 그 법 형식을 부인하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있어야 하며, 만일 이러한 개별규정이 없다면 함부로 법형식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겠다. 따라서 법인의 행위를 부인하려면 도관회사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세법에 규정하여 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부인할 필요가 있다.

세법과 관련하여 법인격을 부인한 판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① S타워(주) 사례

싱가포르정부가 설립한 GIC(Gover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 private Ltd)가 전액 출자한 법인(원고)이 싱가포르법에 따라 100%출자하여 설립한 A법인과 B법인을 통하여 벨기에법인인 S홀딩스가 보유한 S타워(주)의 주식을 전액 인수한 사건(A법인 50.01%, B법인 49.99%)에 있어서 행정법원에서는 ‘지방세법상 과점주주의 취득세 과세를 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설립된 법인을 통하여 분산 출자한 경우 형식적으로 설립된 법인의 출자를 무시하고(법인격부인) 그 배후에 있는 모회사(원고)를 실질적인 출자자로 보아 그 모회사를 과점주주로 인정하여 과세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행법 2007구합1749, 2007.11.6.).

이 사건은 다시 고등법원에 항소되어 법인격부인론은 사법영역에도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이론으로, 법인격부인론을 만연히 세법관계에 적용하여 과세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고, 조세법률주의원칙상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질과세의 원칙만으로 원고가 스타타워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서울고법 2008.6.17. 선고 2007누 32176).

이 사건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되었고, 대법원은 법인격부인이론을 세법의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원칙은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 당해 주식이나 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보아 과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도 원고가 취득세 납세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납세의무를 부담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12.9.9. 선고 2008두 13293). 이에 따라 고등법원은 파기환송의 취지에 따라 원고가 스타타워의 실질적인 소유자로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서울고법 2012.9.14. 선고 2012누 4625)

② 말레이시아 라부안회사 사례

영국의 유한책임회사(원고)가 말레이시아 라부안 법인(소외회사)을 통해 제일은행 주식을 양수한 사건에 있어서 실질적인 양도소득의 귀속주체에 대하여, 행정법원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주식의 양도에 따른 수익의 주체를 소외회사의 실질적인 투자자들로 인정하기 부족하며, 이 사건 주식양도에 따른 소득의 귀속주체가 소외회사라고 하더라도 그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투자자들을 실질적인 귀속자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행법 2009.12.30.선고 2008구합 171110).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실질적 소득 귀속자는 소외회사의 투자자들이라고 하였고, 대법원도 법인격부인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소외회사가 주식양도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13.7.11. 선고 2010두 20966).

③ L펀드 사례

사모펀드인 L펀드 IV는 외환은행 주식인수와 매각 등으로 배당소득 등을 얻기 위해 결정되었는데, 8개 상위투자자들 (미국의 파트너쉽(LP)인 L유에스와 버뮤다 파트너쉽인 7개 투자자들)로 구성되었으며, L펀드 IV의 자회사로서 벨기에에 설립된 SCA는 외환은행 주식의 51%를 보유하였고, 20018년부터 20111연 까지 1조 2,931억원의 배당을 수령하였다.

한국00은행(SCA의 국내재산관리인)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의하면 15%의 제한세율이 적용되게 되어 있어서, 한국시티은행은 15%의 세율을 적용하여 원천징수하였으나, 처분청(피고)은 위 벨기에법인이 조세회피목적을 위한 도관회사로서 배당소득의 실질귀속자가 아니므로 한 –벨기에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인하고 국내 법인세법상 원천징수세율인 20∼25%의 세율을 적용하여 원천세 1,031억원을 추징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최종심인 대법원은 벨기에법인(SCA)은 설립경위, 투자구조, 투자자금의 제공주체, 수취한 소득의 지배, 관리, 처분, 사업활동 내역 등을 비추어 볼 때 SCA는 L펀드 IV가 조세회피를 위하여 설립한 도관회사에 불과하여 실질귀속소득자가 아니라고 보았다. 이 경우, 실질귀속자는 벨기에법인(SCA)의 상위투자자들로 보았으며, 상위투자자중 미국 유한파트너쉽(LP)인 L유에스는 투자자자들로부터 모집된 자금으로 고유한 사업활동을 하면서 이 사건 주식 매입자금의 실질적인 공급처 역할을 하였고, 펀드 설정이후 다수의 투자거래를 수행하여 온 점, 무한 책임사원과 유한책임책임사원으로 구성된 단체로서 구성원과 별개로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배당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로서 법인세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7.12.28.선고, 2017두 59253).

미국세법에 의하면 파트너쉽은 법인으로서 법인세납세를 선택한 LLC 외에는 pass-through entity로서 법인세납세의무가 없으나, 이러한 단체가 국내에 설립되었다면 법인에 해당되므로 실질적 수익자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3) 세무처리 실무

판례에서 형식적 회사(Paper Company)에 대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한다는 취지는 국세청 질의회신에서도 마찬가지인바, ‘해외에서의 석유탐사사업에 기존의 사업자 지분을 인수하여 공동으로 참여를 하는 경우로서 현지법률 규정에 따라 직접 투자를 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실질적인 경제주체가 아닌 명목상의 자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하여 참여한 경우의 세무처리는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법인이 직접 투자한 것으로 보아 세무처리 등을 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회신하고 있다(서면인터넷방문상담2팀-386, 2006.02.21.).

또한, ‘내국법인이 해외에서의 액화천연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함에 있어 직접투자를 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실질적인 경제주체가 아닌 명목상의 자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하여 참여한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 및 법인세법 제4조의 규정에 의한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법인이 직접 투자한 것으로 보아 세무처리를 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회신하고 있다(2006. 5. 30.자 서면인터넷방문상담 2팀-998).

기재부(종전 재경부)에서도 ‘유한책임회사의 구성원 중 일부가 조세조약 미체결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였으나 동 법인이 인적ㆍ물적 실체가 없는 가공회사(Paper Company)임이 확인된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 및 법인세법 제4조의 규정에 의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과세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고(재경부국조 46017-79, 2003.06.05.), ‘가공회사(Paper Company)에 대하여는 국세기본법 및 법인세법의 규정에 의한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과세하는 것이며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17조의 특정 외국법인의 유보소득의 배당간주규정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동일한 취지로 회신하고 있다(재국조46017-102, 2000.07.27.).

6. 조세조약과 실질과세원칙

실질과세원칙은 과세부담의 공평과 응능부담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내법상의 납세의무자인 거주자와 비거주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국가간의 조세조약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된다고 한 바 있고(대전 고법 2010누755, 2010.10.28. 참조), 2006.5.24.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조의2에서 아래와 같이 규정하여 법규화하였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조의2(국제거래에 관한 실질과세)

① 국제거래에서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에 관하여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명의자와 다른 경우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조세조약을 적용한다.

② 국제거래에서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조세조약을 적용한다.

③ 국제거래에서 조세조약 및 이 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하여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거래하거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조세조약과 이 법을 적용한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세조약에서는 이자, 배당, 사용료 소득의 수취인이 ‘수익자 소유자’인 경우 국내 세법에서 정한 세율보다 낮은 세율(제한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수익자 소유자의 의미에 대해서는 조세조약에 아무런 규정이 없어 이에 대한 해석, 적용에 있어서 국내세법에서의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는지에 관해 논란이 되고 있으며, 대법원은 ‘실질과세원칙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이를 배제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대법원은 조세조약에서의 ‘수익적 소유자’와 ‘실질귀속자’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대법원 확립된 견해이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3두21373, 대법원 2013.9.26. 선고 2011두1291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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