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개설 증권사 4곳 대상…"현행법상 부과대상 제한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 특검' 이후 추가로 발견된 차명계좌들과 관련해 12억여원을 물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정례회의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들이 개설된 삼성증권[016360],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006800], 신한금융투자 등 4개 증권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지난 2008년 특검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이 회장의 차명계좌 427개 가운데 금융실명법에 대한 법제처 유권해석 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9개 차명계좌만 부과 대상이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도입(긴급명령) 전 개설된 차명계좌 중 금융실명법 시행(1997년 12월) 이후 주인이 밝혀진 경우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게 유권해석 내용이다.

이 회장 측은 지난해 5월 차명계좌 400개 내역을 제출했으며, 금융감독원이 이와 별도로 37개를 더 발견했다. 이 가운데 10개는 2008년 특검 때 발견된 것과 중복된다.

금감원 검사 결과 과징금 부과 대상인 9개 계좌에는 금융실명제(긴급명령)가 시행된 1993년 당시 삼성전자 주식 등 22억4천900만원의 자산이 예치돼 있었다.

금융실명법에 따라 당시 자산가액의 50%(11억2천450만원)를 과징금으로, 미납 과징금의 10%(1억1천245만원)를 가산금으로 산정해 약 12억3천700만원이 부과된다.

4개 증권사는 금융위에 과징금을 내고, 이 회장 측에 구상권을 행사해 충당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 회장 측에 이들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할 의무가 있다고 통보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이 이들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강제할 수단은 없다.

금융위 전요섭 은행과장은 "금융위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과징금 부과고, 실명 전환 의무가 있다고 통보할 수 있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고영집 금융투자검사1팀장은 "해당 계좌들에 잔액이 거의 없다"며 "(4개 증권사가) 더는 차명계좌 명의로 거래는 안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과거 이 회장 자산을 숨기는 데 쓰인 계좌들이지만, 현재는 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데다 금융회사들이 차명이라는 점을 알게 된 만큼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의미다.

금융위는 앞서 특검 수사에서 이 회장이 개설한 것으로 밝혀진 차명계좌 중 27개에 대해 지난해 4월 33억9천900만원의 과징금을 1차로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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