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예금취급기관 10.7%↑, 2008년 통계작성 이래 첫 두자릿수 증가율

작년 도·소매업 대출 증가율이 사상 최고를 찍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유통망 투자에 나서면서 대출을 늘리고, 업황 부진에 소규모 업체들이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영향으로 보인다. 창업 급증도 배경으로 꼽혔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예금취급기관의 도·소매업 대출 잔액은 144조5천4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7% 불어났다. 증가율은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도·소매업 대출 증가율은 2013년(3.6%), 2014년(5.0%), 2015년(5.7%), 2016년(6.0%), 2017년(6.6%)까지 꾸준히 커지다가 지난해 크게 뛰었다.

예금 취급기관 중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으로 좁혀 보면 도·소매업 대출 잔액은 작년 말 31조6천117억원으로 25.2% 늘어 역대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내수 부진, 최저임금 및 임대로 상승에 업황이 나빠지자 영세 도·소매업체들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도·소매업으로 창업이 몰리면서 이 업종에서 대출이 늘었을 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소매업 신설법인은 2만2천972개로 한 해 전보다 22.5%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자보다는 쿠팡, 홈플러스, 기타 슈퍼마켓 등 도·소매업 법인 위주로 대출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이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 등 물류 투자를 늘리면서 은행권 대출 잔액도 함께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4조4천22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나 물류 인프라 확장 등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1조97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티몬도 작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40% 뛰었지만 매입 역량 강화 등 인프라 투자에 영업손실액은 더 커졌다.

대형마트도 온라인 유통 및 배송 채널 강화에 나섰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통업체들이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유통 채널 선점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에 대출이 늘었을 수 있다"며 "다만 영세 업체들은 투자목적보다는 업황 부진에 대출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 대출이 예금은행 대출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부채의 질도 나빠졌다.

도·소매업 대출 중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1.9%로 2017년(19.3%)보다 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 경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대출을 받아 투자를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소규모 업체들은 경기가 나빠지자 대출을 늘렸을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생활자금 등을 이유로 돈을 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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