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국세청장이 이르면 6월경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에서 이미 후임 몇 명을 놓고 검증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마도 꼬일대로 꼬인 정국 운영의 변화를 위한 카드로, 또 임기가 다가오는 검찰총장의 교체와 함께 검토하는 모양이다.

어떤 인물이 적임자일까. 대체적으로 국세청장은 국세청 내부에서 성장해온 인물들이 발탁됐다. 특히 정권이 바뀐 후 첫 국세청장은 국세청 바깥의 인물이 오는 경우가 있었으나, 정권의 두 번째 청장은 대부분 내부인으로 임명됐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국세청 내부의 고공단가급에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이은항 차장과 김현준 서울국세청장, 김대지 부산국세청장 등이다. 현재 이들을 대상으로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세청장을 국세청 내부인으로 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다. 국세청은 무엇보다 조직의 안정을 중시하면서 국가의 재정을 여하히 책임지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에서다.

그래서 두 번째 청장을 내부인중에서 검토하고 있다면 한 가지 당부가 필요하다. 소위 ‘캠코더’가 아닌 어떤 인물 중에서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또 조직에서 인정받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검증을 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나아가 그동안 조직을 위해 ‘누가 더 고생을 했느냐’ 하는 부분에서도 분명 가점을 얹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의 현실적 최대 목표인 승진을 위해 복지부동하지 않고 고군분투해온 다수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가지 우려가 없지는 않다.

먼저 하마평이 나오는 이들 3인이 아직 젊다는 것이다. 이은항 66년생, 김현준 68년, 김대지 66년으로 기획재정부의 외外청장(관세청장 64년, 조달청장 64년, 통계청장 66년)들에 비해서다. 또 같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총장, 경찰청장에 비해서도 적다. 새 청장이 들어서면 이들 중에서 청장으로 간택되지 못한 나머지는 어쩌면 관복을 벗어야 하는 운명일 것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인재의 유출이다.

이와 함께 내부인의 발탁은 국세청 조직에 또다시 줄 세우기 문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호남 출신이 될 경우 호남 출신들이 득세를 하게 되고, 영남출신이 될 경우엔 영남 출신들이 저마다의 연고를 자랑하면서 득의양양 할 것이라는 염려다. 이런 문화가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국세청은 유독 심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청장 때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세청이 00지역 향우회냐’는 소리까지 듣기도 했다.

그래서 차제에 현 정부의 첫 번째 청장을 내부인으로 했으니 두 번째 청장은 외부인을 임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의 예를 들면서다. 이용섭 전 청장, 백용호 전 청장이 그 예다. 이들이 국세청장직을 내부인들보다 못했다라는 소리는 없었다. 오히려 백 전 청장의 경우는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강한 국세청의 면모를 보이면서 국세청에 몰아쳤던 외풍을 제대로 막아내어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또다른 주문은 국세행정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어야 한다면서 세금정책에 밝은 외부인물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국세청 사람들은 국가재정확보의 역군이자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탈세를 막아내어 사회정의를 이루어낸다는 나름대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세금정책을 만드는 기획재정부(세제실)에서는 정책 하나로 세수의 진폭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국세청은 관리조직이지, 재정의 확충 기여지수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한다. 일례다. 지난 `14년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갑당 594원을 붙였다. 그러자 `15년부터 담배에서만 국세인 개별소비세가 매년 2조원 가까이 걷히고 있다. 이 수치는 국세청이 매년 세무조사를 벌여 거두어들이는 실세수(불복환급제외)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국세청의 기능이 전적으로 단순한 관리측면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에 주어진 세무조사 기능은 세수확보 이전에 성실신고를 담보하는 수단, 즉 ‘전가의 보도’로서의 기능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세청장은 이 기능을 여하히 운용하느냐에 따라 성공의 판가름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새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의 단골 질문은 ‘당신, 정치적 세무조사 할 거요. 안할 거요’였다.

그런 점에서 새 국세청장은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내부인에 국한하지 말고 폭넓게 인재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납세자들은 어떤 인물이 국세청장이 되느냐에 별 관심이 없다. 납세자들이 세금 내는데 불편함 없게만 해주면 된다. 결국 국세청장의 인선의 잣대는 정부의 국정 운영철학을 잘 이해하고 또 여하히 집행해 내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그러다가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인물이 없다면 사람을 위한, 즉 누구를 청장으로 만들기 위해 해야하는 인위적 인사보다는 차라리 그대로 두는 게 낫다. ‘구관이 명관舊官이名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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