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맡긴 신용카드매출채권 대출기관 동의 없이 타사에 넘겨

채무 계약을 어겨 대출기관들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고급 한정식 전문점 '진진바라'의 전 주인들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1합의부(김연학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진진바라' 전 운영자 이모씨와 이씨 아들에게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2006년부터 '진진바라' 등 한식당 8개를 운영하던 피고인들은 2015년 은행과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총 6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들은 대출받을 때 식당의 신용카드매출채권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에 신탁해 그 신탁 재산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내용의 금전채권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피고인들은 대출기관들의 동의 없이 신용카드매출채권을 제삼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양도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2017년 매출 감소로 인한 임대료 체납으로 매장들이 명도 당하게 될 상황에 이르자 대출기관들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동의 없이 A업체와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해 신용카드매출채권이 A업체에 귀속되게 했다.

검찰은 그로 인해 대출기관들이 잔존 대출금 19억2천500여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기소했다.

법원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 배임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 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해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한다"며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신용카드매출채권의 귀속 주체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배임죄에서 정한 '타인의 사무'로 보기에 부족하다"며 "금전채권신탁계약의 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부수적인 내용으로, 배임죄의 처벌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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