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최후의 보루 본청 조사국장 시절 ‘적폐청산’식 세무조사 실무지휘

대전청 조사1국장, 중부청 조사1‧4국장, 본청 조사국장 이어온 ‘기획조사통’
 

김현준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차기 국세청장으로 내정되면서 세정가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국세청의 세무조사 칼날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현준 내정자가 청와대에서 ‘조사통’이라는 이유로 차기 청장으로 낙점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강력한 세무조사권한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준 내정자가 1급인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를 살펴보면 대전국세청 조사1국장부터 시작해 대통령비서실 파견을 다녀온 후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에 이어 조사4국장으로 조사국장 계보를 이어오다 국세징수업무 등을 총괄하는 본청 징세법무국장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국세행정을 총괄하는 본청 기획조정관, 그리고 본청 조사국장까지 핵심보직을 맡아오면서 소위 ‘기획조사통’으로 불려왔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있던 2017년 7월부터 약 1년간 국세청 조사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기획 세무조사만 하더라도 총 8회. 부동산 기획조사만 4차례였고, 무려 1375명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됐다. 또 대기업, 대재산가 등 50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뿐만 아니라 고액 금융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성년자 268명, 역외탈세 혐의자 76명 등 강도 높은 기획조사를 실시해왔다.

청와대 역시 김 내정자를 차기 청장으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조사국장 재직 당시 불공정 탈세 근절, 민생경제 세정지원 등 국세청의 현안 과제를 풀어내고 국세행정의 신뢰를 높여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또한 “기업자금 불법 유출, 부당 내부거래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대기업 사주 일가와 대재산가, 공격적 조세회피를 시도하는 다국적 기업, 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기업형 사채업자 등의 불공정 탈세행위 차단에 노력해 국민의 성실납세 의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물론, “성실 중소기업과 경영여건 악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부담을 최대한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따라서 세입예산의 안정적인 조달은 물론, 불공정 탈세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공평과세를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 김현준 당시 조사국장 “부동산 거래, 세금탈루 증가 가능성 높다”…1천여명 세무조사

이렇듯 ‘불공정 탈세행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한 적임자로 김현준 내정자가 지목된 만큼, 그가 조사국장 당시 어떤 세무조사를 실시했는지 세정일보가 되짚어봤다.

가장 큰 틀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해결을 위한 세무조사, 그리고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탈세행위 집중 점검 등에 중점을 두고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중과하고 종부세율을 인상하는 등 부동산 대책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국세청을 동원해 관련 세무조사도 강도 높게 실시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9일, 김현준 당시 조사국장은 주택가격 급등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통한 세금탈루 혐의자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조사대상자는 부동산 거래 과정 전반에서 탈루 혐의가 높은 다운계약을 이용한 양도세 탈루, 주택 취득자금 편법 증여,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중개업자 등 총 286명이었다.

이들에 대해서는 거래 당사자와 그 가족까지 금융추적 조사를 실시하고, 사업소득 누락 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관련 사업체까지 통합조사하는 등 고강도로 1차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9월 27일에는 강남·재건축 지역으로 조사대상을 집중해 2차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김현준 조사국장은 “서울 강남 4구 등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 기대와 함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탈루 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다주택 보유자 등 취득자금 편법증여, 공공 택지 분양권 다운계약 등을 실시한 302명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됐고, 재건축 아파트 취득 자금 편법 증여 혐의자는 잠실주공 5단지 등 단기간에 시세가 급등한 대규모 재건축 단지 취득자를 위주로 선정하는 등 촘촘하게 기획해 집중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때에는 거래 당사자와 가족의 최근 5년치 부동산 거래내역과 재산변동 상황을 분석해 세금 탈루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리고 약 두 달 만인 11월 28일에는 FIU(금융정보분석원)로부터 혐의 거래 정보를 받고, 국토교통부로부터는 자금조달 계획서를 수집·분석하는 등 강남권 주택 탈세 혐의자에 대한 분석을 계속해 추가로 255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세금 추징뿐만 아니라 조세범처벌법(조세포탈 등)으로 고발하는 등 부동산 관련 탈세에 엄정 대처했다.

그렇게 부동산 기획조사는 해를 넘어 2018년 초에도 지속됐다. 세무 신고내용뿐만 아니라 관련부처와 연계한 분석을 계속해 강남권 세무조사에 대한 집중 조사를 실시한 것. 강남권 등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에서 주택 취득 자금 원천이 불분명한 편법 증여 혐의자 등 532명이 추가 세무조사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렇듯 총 4차례에 걸친 부동산 기획 세무조사로 1357명이 조사받았으며, 부동산을 통한 변칙증여 혐의 등에 대해 1518억원, 고액자산가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로 변칙증여 및 사업소득 신고누락 등 4713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고, 특수관계기업간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192억원을 추징하는 실적을 올렸다. 또한 주식변동과정에서의 세부담없는 증여·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과세조치를 단행했다.

김 내정자는 이뿐만 아니라 고액의 전세나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미성년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확대했다. 자력이 없는 미성년자이면서도 고가의 아파트 취득 및 고액의 예금을 보유해 변칙증여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4월 24일, 고액의 예금·부동산 등을 취득한 연소자, 변칙 자본거래를 이용한 경영권 편법 승계 등 탈루혐의자 268명에 대한 전국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 대기업·대재산가 핀셋 선정, 현미경식 조사…‘증세없는 세수확보’ 역외탈세 기획조사까지

김 내정자는 대재산가와 대기업 사주일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탈세행위 근절을 통한 공평과세를 구현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2018년 5월 16일 편법 상속·증여 혐의가 있는 50개 업체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김현준 조사국장은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기업자금 불법 유출, 차명재산 운용, 변칙 자본거래 등을 일삼거나 기업을 사유물처럼 여기며 사익을 편취한 혐의가 있는 대기업 및 사주일가를 중심으로 정밀 분석해 ‘핀셋’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적극 차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를 온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조세회피처 등을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박차를 가했다. 2017년 12월 6일에는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및 외환거래 정보, 해외현지법인 투자 및 거래현황, 해외 소득·재산 보유 현황 등을 종합 분석해 역외탈세 혐의가 짙은 37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김 내정자는 역외탈세에 대해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국가의 세원을 잠식하는 국부유출 행위로 규정했고, 2018년 5월 2일에도 일부 부유층과 기업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교묘한 수법으로 해외에 소득·재산을 은닉해 세부담을 회피하는 사례를 찾아내 기획 조사를 실시했다.

2차로 선정된 역외탈세 혐의자는 39명이었으며, 고의로 해외에 소득과 재산을 은닉해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세금추징은 물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한다고도 밝히며 조세정의를 위한 칼날을 내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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