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소외인은 ○○치과네트워크 소속 각 치과병원의 실질적 소유자이고, 원고는 소외인과의 약정에 따라 그중 △△○○치과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의 원장으로서 월 매출액의 약 20%를 대가로 받기로 하고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다.

나. 원고는 자신의 이름으로 이 사건 병원의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사업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명목으로 피고에게, 2011. 5. 31.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255,759,660원, 2012. 7. 2. 2011년 귀속 종합소득세 260,227,350원을 각 신고․납부하면서(이하 통칭하여 ‘원고의 기납부세액’이라 한다), 위 각 연도별 종합소득 과세표준확정신고 및 납부계산서(이하 ‘이 사건 신고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다.

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소외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이 사건 병원을 포함한 ○○치과네트워크 소속 각 치과병원의 매출누락금액을 반영한 소득금액을 실제사업자인 소외인의 사업소득으로 경정하면서 원고를 포함한 명의사업자에 대한 부외급여를 필요경비로 공제하는 한편, 원고를 포함한 명의사업자들의 근로소득자료를 피고를 포함한 관할세무서에 통보하였다.

라. 이에 따라 피고는 근로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명목으로 2016. 1. 11. 원고에게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313,746,970원(무신고가산세 36,844,222원, 납부불성실가산세 92,681,642원 포함), 2011년 귀속 종합소득세 272,348,870원(무신고가산세 34,108,179원, 납부불성실가산세 67,699,799원 포함)을 각 경정․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중 무신고가산세 부분을 통칭하여 ‘이 사건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 납부불성실가산세 부분을 통칭하여 ‘이 사건 납부불성실가산세 부과처분’이라 한다).

마. 한편 피고는 소외인이 실제사업자라는 이유로 원고가 신고한 2010년, 2011년 귀속 사업소득을 모두 부인하고, 원고의 기납부세액을 소외인의 기납부세액으로 보아 소외인의 체납세액에 충당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종합소득세 신고시 근로소득을 사업소득으로 신고한 경우 무신고로 본 처분이 당연무효인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4848 판결)

가. 과세처분의 당연무효에 관한 판단기준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를 판별할 때에는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서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그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과세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구 소득세법(2012. 1. 1. 법률 제11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조 제1항은 거주자의 소득을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으로 구분하면서, 그중 종합소득을 ‘이자소득․배당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연금소득․기타소득을 합산한 소득’(제1호)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해 연도의 종합소득금액이 있는 거주자는 그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다음 연도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소정의 방식에 따라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구 소득세법 제70조 제1항).

한편 구 국세기본법(2011. 12. 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의2 제1항은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 내에 세법에 따른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 및 문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종합소득금액이 있는 거주자가 법정신고기한 내에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한 경우에는 설령 종합소득의 구분과 금액을 잘못 신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무신고로 볼 수는 없으므로, 그러한 거주자에 대하여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대한 신고가 없었음을 전제로 하는 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병원에서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근로소득을 얻었음에도 자신이 직접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여 사업소득을 얻은 것처럼 법정신고기한 내에 이 사건 신고서를 제출하였더라도, 이는 자신이 얻은 근로소득을 사업소득에 포함하여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가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무신고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

또한 이러한 하자는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해 볼 때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신고서의 제출을 원고의 근로소득에 관한 종합소득 과세표준의 적법한 신고로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무신고로 보아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 사건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무신고가산세에 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납부불성실가산세는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성실하게 세액을 납부하도록 유도하여 그 납부의무의 이행을 확보함과 아울러 신고납부기한까지 미납부한 금액에 대하여 금융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아 그 납부의무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로서, 실제사업자가 사업명의자 명의로 직접 납부행위를 하였거나 그 납부자금을 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납부의 법률효과는 과세처분의 상대방인 사업명의자에게 귀속될 뿐이고, 실제사업자와 과세관청의 법률관계에서 실제사업자가 세액을 납부한 효과가 발생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다212639 판결)는 법리를 전제한 다음, 원고의 기납부세액 납부의 법률효과는 원고에게 귀속되고 실제사업자인 소외인이 원고 명의로 직접 납부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으며, 원고의 기납부세액이 원고의 체납세액을 초과하는 이상, 원고가 납부의무를 해태함으로써 얻은 금융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의 체납세액에 대한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납부의무 없는 자에 대한 처분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당연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세처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거주자가 법정신고기한 내에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한 이상 근로소득을 사업소득으로 하여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 등 종합소득의 구분과 금액을 잘못 신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무신고로 보아 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한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의 처분이라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은 법규의 목적․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해 볼 때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하다고 하였는데, 대법원은 당연무효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잘못된 법령의 해석에 대해 하자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명백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103809 판결,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그런데, 대상 판결에서 법령에 대해 목적론적 해석을 한다고 하면서 하자가 명백하다고 한 것은 당연무효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하자의 중대·명백설에서 ‘명백’의 의미를 상당히 완화하여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납부세액의 공제와 관련해서도 대상 판결은 원고가 납부한 세액을 실제사업자의 기납부세액으로 공제하고 원고에게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는데, 이 또한 명백성을 완화하여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사)한국조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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